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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보낸 경고장, 코로나 19

R.E.F. 16기 변은경 2020. 9. 5. 18:14

지구가 보낸 경고장, 코로나 19

 

16기 변은경, 18기 김채연, 18기 한동근

 

코로나 19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각 나라를 오가는 길은 끊겼고, 경제는 붕괴되었고, 평범하던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되었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로 수백만 명이 더 죽고 내년 말쯤 끝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았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최대의 위기”라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왜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 놓여 기존의 질서를 잃게 되었을까?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2014년에 바이러스에 관한 섬뜩한 예언을 한 바 있다. 리프킨은 인류의 무절제한 자원 낭비가 이상기후를 가져왔고, 기후 위기는 생태계의 교란과 붕괴로 이어졌으며, 궁극적으로는 야생동물의 이동과 함께 바이러스의 창궐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식지를 잃고 이동해 온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여 바이러스가 문명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어떻게 실제 위협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후변화가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

[자료 1. 기후변화 감염병의 발생 경로]

출처: 한겨례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수인성 감염병이다. 수인성 감염병이란 병원성 미생물을 통해 오염된 물에 의해 전염되는 병을 뜻하는데 콜레라, 장티푸스, 비브리오패혈증 등 세균성 감염병이 그 예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감염원들의 생태 변동도 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온, 강수량, 해수면의 높이, 해수의 염분 농도 및 온도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수중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원생동물의 생존, 유지, 번식 능력, 그 밖에 이동이나 변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홍수가 나면 물 안에만 존재하던 이 감염원들이 범람하면서 온갖 바이러스와 세균이 창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로 매개 감염이다. 매개 감염이란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감염원을 옮기는 매개체로부터 병이 전염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이 있다. 이 매개체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가 필요한데,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매개체의 수가 증가하면서 감염자 또한 늘어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 홍수나 가뭄이 들면 이 매개체들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사라지기도 하는데, 기후 위기가 이런 이상기후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매개체들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더불어 야생동물 등이 옮기는 '인수공통 감염병' 또한 매개 감염의 한 종류인데, 이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듦에 따라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들은 '신종' 바이러스로 인간이 면역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코로나 19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

[자료 2.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출처: 동아사이언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가 겪은 대표적 바이러스 유행병인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은 모두 박쥐에게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현재 대유행 중인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어떨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도 타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코로나 19가 박쥐에서 유래된 사스 유사 바이러스와 89.1%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차 감염경로가 동물에서 사람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영국 생물학 학술지인 ‘왕립학회보 B(Proceeding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현재 코로나 대유행의 근본 원인이 ‘야생 동물과 인간 접촉 증가’ 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인간이 기존 야생동물 서식지에 침입하게 되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곧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과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19와 박쥐의 경우도 그렇다. 기온 이상으로 박쥐들의 서식처가 열대 지방에서 인간이 주로 거주하는 온대 지방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결국 인간에게까지 옮겨 묻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보내는 메시지, 코로나 19가 과연 처음일까?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감염병의 유행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과연 이번이 처음일까? 기후변화로 인한 과거의 감염병 사례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발견한 과거 사례들은 단지 지나간 과거의 사례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였다.

 

‘10억 명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말라리아에?’

 

세계은행(World Bank)은 "10년 후 36억 명이 말라리아에 위협을 받으며, 그중에서 10억 명은 순전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료 3.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 서울대학교 병원 제공]

출처: Health Europa

 

말라리아는 단세포 진핵생물인 열원충(Plasmodium)이 적혈구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병으로, 주로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40%가 노출되어 있으며, 매년 3억~ 5억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WHO)는 매개체로 인해 감염되는 질병 중 말라리아가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 때문인데, 기온 상승은 매개 동물 생존 능력의 강화를 돕기 때문이다. 특히 모기와 같이 생애 주기가 짧은 동물의 경우 그 영향이 더 크다.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가 성충이 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발육 기간이 단축되며, 알의 수 또한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모기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보통 모기가 성충이 되는 기간이 12℃에서 22.8일이 걸리는데, 29℃에서는 7.7일로 발육 기간이 약 3배 단축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고위도 지역의 기온 또한 상승하면서 모기의 생존 가능 범위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지역을 중심으로 행해진 말라리아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물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수역 인근의 산림이 말라리아 분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도시화로 인한 삼림 파편화는 모기의 서식지를 좁혀 모기가 인구 밀도가 높은 주거지역에 밀집하도록 만들었다.

 

바이러스를 퍼뜨릴 매개체들이 많아지고, 그것들과 가까워지면 전염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보건 기구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말라리아 감염병의 위험성은 엘니뇨 이후 1년에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기온 상승과 식품 매개 전염병’

 

식품 매개 전염병은 바이러스균을 가지고 있는 식품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난 질병을 의미한다. 식품이 매개로 작용하는 전염병인 만큼 식품 매개 전염병은 공기의 온도와 강한 관련을 맺는다. 때문에 식품 매개 전염병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6월에서 9월 경에 주로 발병하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유행 시기가 모호해지고 있다.

 

실제로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 협회는 어패류에서 자주 발견되는 비브리오 균을 알래스카에 서식하는 굴에서 발견했고, 기후변화로 의한 해수의 온도 상승으로 알래스카의 해수 온도가 박테리아가 생존 가능할 만큼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품 매개 전염병 중에 대표적인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의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유럽연합의 연구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살모넬라균 감염증 발병 사이의 분명한 상관관계를 관찰했는데,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살모넬라 감염증의 발병률이 5%에서 10%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사람에게 서식지를 빼앗긴 박쥐가 퍼트린 니파 바이러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의 니파라는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니파 바이러스의 숙주는 과일박쥐로, 과일박쥐의 이동 경로가 사람들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를 잃게 된 과일 박쥐가 먹이를 찾으러 양돈장에 드나들면서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농장 작업자들에게 전파됐고 니파를 비롯하여 점차 말레이시아 남부까지 확대되었다.

 

니파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으며, 치명적인 뇌염과 수막염을 유발한다. 2018년 인도에서도 니파 바이러스 환자가 19명 발생했는데, 이 중 17명이 사망하였다. 이렇게 치사율이 89.4%에 달하는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로 아직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타 국가로의 이동이 자유롭고 밀접 접촉이 가능한 현재에 언제든 유행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전염병이다.

 

불편하게 바라봐야 할 존재, 기후변화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유목민 마을에서 *탄저균으로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또한 탄저균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던 12세 목동이 숨졌으며 소년 외에 주민 8명이 탄저균 감염이 확진됐다.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아 동물 사체 속에 숨어 있던 탄저균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병이 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탄저균은 얼어붙은 사람이나 동물 사체에서 수백 년 동안 생존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의 탄저균과 같은 고대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재현될 수도 있으며 바이러스가 부활할 경우 한반도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 탄저균: 인수공통 전염병인 탄저병(Anthrax)을 일으키는 원인균. 탄저균의 포자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혈액 내의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서 쇼크를 유발하며, 심하면 급성 사망을 유발한다. 또한 흙 속에서 8∼10년가량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 확산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또한 “기후변화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든 영역을 위협하는 21세기의 가장 큰 도전이다”고 정의하였다. 일찍이 2009년 코스텔로가 대표 저자로 참여한 란셋지의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관한 특별 논문에서 “기후변화는 21세기에 가장 큰 세계보건 위협이다”라고 규정하고, 2015년에는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21세기 세계 보건에 최고의 기회일 수 있다”라고 한 바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전염병을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바이러스와 전염병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지구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각국이 가진 보건의료 체계는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축된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보건의료 체계의 대응 능력을 평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보건 의료 시스템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대응 시스템의 점검과 혁신이 요구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고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생명체가 어떤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달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변화에 대한 범지구적 대응을 비롯하여 기후변화를 더욱 불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서론

1. 최원영, “포스트 코로나”, 중부매일, 2020. 08. 27, (http://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4284)

 

-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

1. 그린피스,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2020. 03. 25,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2602/blog-ce-climate-virus/)

2. 장재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식의 지평, 6, 169, 2009

 

- 코로나 19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

1.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920414&cid=40942&categoryId=32773)

2. John Vidal, “Human impact on wildlife to blame for spread of viruses, says study”, The Guardian, 2020. 04. 08,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0/apr/08/human-impact-on-wildlife-to-blame-for-spread-of-viruses-says-study-aoe)

 

- 코로나 19가 과연 처음일까?

1. 임노을, 장래익, 천성우. 기후변화에 따른 말라리아 잠재 발생 가능성 분석 :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국 기후변화 학회지, 11(1), 11-20. 2020

2. 장재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식의 지평, 6, 167, 2009

3. 질병관리본부,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 바로 알기, 2019/08/09, (http://www.cdc.go.kr/gallery.es?mid=a20503010000&bid=0002&act=view&list_no=144429)

4. Leslie Young, How climate change could make your food less safe to eat, Global News, 2019/03/15, (https://globalnews.ca/news/5276152/climate-change-food-borne-illness/)

5. Joseph B, et al. Outbreak of Vibrio parahaemolyticus Gastroenteritis Associated with Alaskan Oyster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53, 1463-1470, 2005. 10. 06,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51594)

6. WHO, Climate Change and Human Health, 2003, (https://www.who.int/globalchange/climate/summary/en/index5.html)

7. WHO, Food Safety - Climate Change and the Role of WHO, 2019.01, (https://www.who.int/foodsafety/publications/all/climate_change/en/)

 

- 불편하게 바라봐야 할 존재, 기후변화

1. 손병호, “시베리아에 탄저균 확산… 유목민 덮친 온난화”, 국민일보, 2016. 08. 03,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97952&code=11141500&cp=nv)

2. 안명옥, “기후변화와 한국의 감염병 -메르스를 중심으로”, 생태환 경과 역사, 5, 31-32, 2019

3. 장재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식의 지평, 6, 175, 2009

4. 정락인, “더 센 놈, ‘고대 바이러스’가 온다”, 시사저널, 2020. 06. 17,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156)

5. 탄저균, 네이버 지식백과(생물학무기),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47518&cid=42358&categoryId=42358)

6. 탄저균, 네이버 지식백과(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3126&cid=43667&categoryId=43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