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 속 기업의 책임, 환경 정보 공시는 어떻게?
ESG 시대 속 기업의 책임, 환경 정보 공시는 어떻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9기 김세진
ESG를 필두로 기업의 환경 정보 공시는 이제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 금융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에 기업들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SG 규제로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기업들은 환경에 관련하여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그 정보가 “녹색”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이는 기업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그 서비스의 소비자인 일반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기업들이 환경 정보 공시를 해도 그것의 적합성을 일반 소비자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부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녹색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녹색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본 기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기업들의 환경 정보 공시 지침과 분류체계를 기술하여 “녹색 성장”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초 기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 발걸음,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
기업들의 환경 정보 공시에 대한 첫 번째 표준안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CFD)의 권고안이다. TCFD는 기후 변화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후 관련 공개 표준안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기존의 표준안은 금융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기후 관련 정보 공개에만 중점을 두어 기후 관련 요소가 재무 정보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의 부재는 기업들로 하여금 중장기에 걸친 투자에 대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를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하여 금융 시장의 이해관계자가 자산 평가 및 배분에 있어 기후 관련 쟁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후 변화에 대하여 금융이 어떤 역할을 취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G20의 요청에 따라 금융 안정 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는 2015년 공공/민간 부문 전문가를 모아 TCFD를 설립하였다. TCFD는 2017년에 기업들의 정보 공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비)재무 정보 공개를 위한 권고안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녹색 성장을 위한 금융 시장의 정보 공개는 공식적으로 첫 발걸음을 띄었다.
TCFD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리스크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위험과 기후 변화의 물리적인 위험으로 나뉜다. 전환 위험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포괄적인 위험을 다룬다. 이는 정책 및 법률 위험, 기술 위험, 시장 위험, 평판 위험을 포괄한다. 반면에 물리적 위험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자산에 대한 손실과 공급망 중단과 같은 직접적 영향을 뜻한다. 이는 급성 위험과 (홍수, 가뭄과 같은 기상 현상의 심각성) 만성적인 위험(해수면 상승, 지속적인 고온과 같은 장기적인 변화)으로 분류된다.
TCFD 권고안은 기업들로 하여금 총 4가지 층위(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와 감축 목표)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기업은 “지배구조”에 관하여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에 대해 이사회의 감독, 그것을 관리하는 경영진의 역할을 설명해야 한다. “전략”의 경우,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조직의 중장기 재무 계획, 시나리오에 따른 회복 탄력성, 직간접적 리스크 공개를 포괄한다. “위험관리”는 기후 변화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며 그것이 조직의 의사 결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룬다. “지표와 감축 목표”는 조직의 전략과 위험 관리 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와 기업 성과 관리의 최종 목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TCFD는 위의 4가지 층위의 지침을 금융 부문(은행, 보험회사, 자산 소유자, 자산 운용사)와 비금융 그룹(에너지, 교통, 원자재와 건축, 농산물/식품 및 임산물)으로 나누어 해당 층위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보충하고 있다.
위 권고안은 금융 시장의 포괄적인 대응을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일관적인 기준이라는 장점이 있다. 물론 TCFD의 지침은 권고안일 뿐 법적 구속력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TCFD를 중심으로 입안이 되어 있는 영국의 공시 정책과 78개국 2000개 이상의 기업/기관의 지지 선언을 통해 TCFD 권고안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보 보고를 위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지침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한민국도 44개의 기관이 동참하고 있으며 2021년 5월 24일 금융 위원회를 필두로 TCFD 지지 선언을 한 바가 있다.
[자료 1. 2021년 5월 24일 TCFD 지지선언 및 제 1차 그린금융 협의회]
출처 : 금융위원회
[권고안에서 분류체계로, EU TAXONOMY]
TCFD를 시작으로 금융 시장의 환경 정보 공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업들의 환경 정보 공시는 점차 권고에서 의무가 되기 시작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2014년 일정 규모(2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들의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비재무 정보 보고 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이하 NFRD)”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EU에서 사업을 운용하는 기업들과 그 공급망은 비재무 정보에 대한 보고 의무가 생겼으며, 기업들은 환경 정보 공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NFRD의 규제를 받는 기업들에게 TCFD의 권고안은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나 그것은 기후 변화 관련한 리스크만 다루는 한계를 지녔다. 더불어 녹색 금융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떠오른 “그린워싱" 문제가 발생하면서 권고안을 넘어선 포괄적이고 확실한 분류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3월 “지속 가능 금융 행동 계획”을 통하여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명시하기 위해 분류체계를 마련하였다. “EU 택소노미”로 불리는 EU의 녹색 분류체계는 은행과 금융회사, 투자자와 금융 감독 기관, 녹색 채권 발행자 등 금융 시장의 이해 주체들이 원활하게 비재무적 공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EU 택소노미는 크게 6개의 환경 목표와 4개의 판단 조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경 목표는 기후 변화 리스크 완화, 기후 변화 리스크 적응, 수자원과 해양 생태계 보호, 순환 경제로의 전환, 오염 물질 방지와 관리,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복원 등 6개의 주제로 녹색 산업을 구분한다. 이중 기후변화 리스크 완화와 적응 두 가지 목표는 2020년까지 법제화 후 2021년부터 적용되며, 남은 4개의 목표는 2021년까지 법제화되고 2022년부터 적용된다.
[자료 2. EU 분류체계 규정(TR)의 환경목표 및 판단 조건]
출처 : KDB 미래전략연구소
4개의 판단 조건은 기업들이 6개의 목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다. 첫 번째 조건은 6개의 목표 중 하나 이상의 목표 달성에 상당한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를 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두 번째 조건은 해당 활동이 다른 환경 목표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Do No Significant Harm, DNSH)에 있다. 세 번째 조건은 기업의 활동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 장치(Minimum Social Safeguards)를 준수하는 것에 있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 준수 여부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UN 인권과 기업의 책임에 대한 지침" 등을 참고하여 결정된다. 마지막 조건은 그것이 기술 선별 기준(Technical Screening Criteria, TSC)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기술 선별 기준은 환경 목표에 상당히 기여하는 경제 활동을 유럽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나열하여 그것이 다른 목표에 위해를 가하는지 확인하는 지표이다. 기술 선별 기준은 현재 확정되지는 않았으며 추후 위임 법률의 형태로 제정되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통 기준 수립에 구체성을 더할 계획이다.
EU 택소노미는 TCFD의 권고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이는 “비재무 정보 보고 지침(NFRD)”와 2021년에 추가로 제정되어 금융기관의 ESG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이하 SFDR)”의 공시 규제와 함께 적용된다. 이를 통해. EU의 녹색 분류체계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하고 판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EU의 모든 회원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대표적인 녹색 지표로서 “유럽 그린딜(Green-Deal)”의 원활한 실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TCFD 권고안과 EU 택소노미 외에도 세계적으로 녹색 분류에 대한 다양한 공시 지침 및 규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2020년 3월, "지속가능 금융에 관한 기술 전문가 그룹(TEF)"은 택소노미 개발을 위한 권고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더해 "기후 변화 이니셔티브(CBI)"의 기후 채권 택소노미와 "국제표준기구(ISO)"의 녹색 융자 택소노미가 차례대로 제정되었다. 국가 개별단위로 중국은 2021년 4월에 “녹색 채권 사업 지원 목록”을 통해 중국의 녹색 채권 분류 기준을 통일하였다. 그러나 언급된 분류 체계는 녹색 산업 전반을 다루기보다 “녹색 채권 시장”에 국한되어 있어, 기업들의 환경 정보 제공에 관한 포괄적인 분류 체계는 현재로서 EU 택소노미가 유일하다.
[세계적 흐름과 한국의 분류체계, K-TAXONOMY]
전세계적인 움직임에 대한민국도 2021년 녹색 금융 추진 계획에 따라서 한국형 녹색 산업 분류체계를 제공하였다.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Taxonomy, 이하 K-택소노미)는 10대 부문 87개의 세부 산업 분야를 규정하여 한국 내 녹색 금융 시장의 그린 워싱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및 적용 가이드 초안을 2021년 5월에 제정한 후, 주요 정부 부처와 산업계 주요 협회에 배포하여 의견 수렴 후, 올 상반기 안으로 그것을 확정하고 공식화할 예정이다.
[자료 3. K-택소노미 10대 분야 87개 경제 활동 개요]
출처 : 머니 투데이
K-택소노미는 10개의 분야로 “녹색 경제활동”을 분류하였다. 이는 임업(5개), 농어업(6개), 제조업(9개,) 에너지(27개), 환경(17개), 수송 및 물류(12개), 정보통신(3개), 건축물(4개), 자연생태 보호 및 보전(2개), 전문적 활동 및 과학기술 개발 등(2개)으로 87개의 세부 하위분류가 존재한다. 또 각 경제활동 별로 활동 기준, 인정 기준, 배제 기준, 보호 기준을 두어 EU 택소노미와 같은 조건을 두었다. 활동 기준은 각 경제활동의 정의에 따라 결정되며, 인정 기준은 인증·기술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다. 배제 기준은 각 경제활동이 다른 목표에 “심각한 위해성” 여부를 평가하고, 보호 기준은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 등 사회적 통념상 물의를 야기하지 않는 최소 기준의 충족 여부를 말한다.
K-택소노미의 적용은 의무가 아니지만, 2020년 12월 발간된 한국형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과 연계하여 녹색 채권의 투자 대상 프로젝트에 적용할 것으로 권고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환경 공시의 길잡이 역할과 함께 그린 워싱 방지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2021년 녹색금융추진계획"의 "녹색 금융 인프라 정비 과제"의 일부인 "기업의 환경 정보 공시 단계적 의무화"와 연계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이루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거래소가 만든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와 함께 기업들의 녹색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K-택소노미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책임이 모두의 책임으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버린 환경 정보 공시는 추후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쟁점이 되어버렸다. “녹색”과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TCFD의 권고안과 EU 택소노미, K-택소노미는 막연한 과제를 밝혀줄 확실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지속가능 금융 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그린 워싱”을 방지해주는 효과적인 대책으로서 그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명한 환경 정보 공시와 녹색 산업의 원활한 성장은 규제와 지침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기업들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과 분류체계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지속가능 금융” 시장의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학계와 이해관계자, 그리고 시민 사회 전체의 노력에 기대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녹색 성장을 기대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서론]
[첫번째 발걸음,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
TCFD,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재무 정보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의 권고안, 2017.06,
https://assets.bbhub.io/company/sites/60/2020/10/TCDF-Annex-final.KO_.pdf
금융위원회 공식 블로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에 대한 지지선언과 정책금융기관 간 「그린금융 협의회」 출범으로 녹색금융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 2021.05.24, https://blog.naver.com/blogfsc/222364157257
[권고안에서 분류체계로, EU TAXONOMY]
임소영 연구원, “그린뉴딜의 기준, 녹색 분류체계의 글로벌 동향과 시사점”, 산업경제연구소, 2020.11.27,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54712&issus=
오태현 연구원, “EU 지속가능금융 입법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05.25,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30000&bid=0004&act=view&list_no=9504&cg_code=
임수빈 연구원, “EU 분류체계(Taxonomy) 현황과 시사점”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2020.08.18,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53634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국제협력센터 해외정보분석팀, “세계 에너지 시장 인사이트 21-10호”,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05.17
황국상 기자, "산업에 녹색·갈색 딱지를 붙인다, 新무역장벽화 대비해야", 머니투데이, 2021.02.08,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20511340387993
이현주 기자, "무늬만 “친환경” 걸러낸다...ESG 공시·녹색 금융의 기준 “택소노미”", 매거진 한경, 2021.05.04, ,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4304282b
[세계적 흐름과 한국의 분류체계, K-TAXONOMY]
금융위원회,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안)」, 2021.01,
http://www.fsc.go.kr/no010101/75226?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서대웅 기자, "[확산하는 지속가능금융] 녹색분류 체계·녹색금융 촉진법...인프라 추진", 아주 경제, 2021.06.02, https://www.ajunews.com/view/20210602063346630"
황국상, 김영상 기자, “베일 벗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업계는 '기대半 우려半'”, 머니투데이, 2021.05.19,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51815332140074
황국상, 김영상 기자, "한국형 녹색산업 기준, 10대 부문 87개 분야 선정", 머니투데이, 2021.05.18,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51812060740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