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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변신, 수소 생산을 위하여!

R.E.F 21기 김수현 2022. 9. 26. 09:00

맥주의 변신, 수소 생산을 위하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수현, 21기 김채윤, 21기 이태환, 22기 박주은

 

[새로운 촉매의 등장]

수소는 에너지 저장 기술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나 물과 같이 다른 원소와 화학적 결합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여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의 전기분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을 고려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력계통을 보완할 수 있는 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했을 때 탄소 배출이 없는 이유는 물의 전기분해 원리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장치가 설비된 상태에서 두 개의 전극에 전류를 공급하면 전원 장치의 (-)극에서 흘러나온 전자가 (-)전극(환원전극·cathode)으로 이동하여 물 분자(H2O)의 수소이온(H+)과 결합해 수소가 발생한다. 물은 수소 기체(H2)와 수산화 이온(OH-)으로 분해되는데 이때 남은 수산화 이온(OH-)이 (+)전극(산화 전극·anode)에서 전자를 빼앗기면서 산소가 발생한다. 물이 수소와 산소로만 분해되기 때문에 다른 환경오염 물질은 발생하지 않으며 역반응인 수소와 산소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반응도 물만 생성되기에 친환경적이다.

[자료 1. 전기분해 원리]

출처: 자바실험실

문제는 수소와 산소가 강하게 결합하고 있어 둘을 떼어놓는데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반응을 쉽게 일으키게 하는 전극촉매는 수전해의 상용화의 핵심 요소이다. 물의 전기분해에서 고효율을 달성하려면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전압(과전압)이 낮고, 반응속도가 빨라야 한다. 지금까지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우수한 물질로는 백금이 꼽혔지만 매장량이 매우 적고 단가가 높아 공정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맥주 제조 공정에서 버려졌던 효모를 활용하여 촉매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폐기된 효모의 화려한 변신]

[자료 2. 폐기된 효모의 형태]

출처: Nat Sustain

폐기된 효모는 다양한 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효모는 다중 헤테로 원자가 도핑된 탄소(MHC, multi-heteroatoms doped carbon)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때, 다중 헤테로 원자는 질소, 인, 황을 의미한다. 즉, 폐기된 효모는 탄소, 황, 인 질소 등의 물질이 풍부하여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 또한 폐기된 효모는 아마이드와 카르복실 작용기를 지닌다. 작용기는 촉매를 만드는 과정에서 효모의 표면을 식각한 후 금속이온을 입힐 때, 금속이온이 결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물의 전기분해를 위해 각각 음극에 RuSAs + RuNPs @ MHC 촉매, 양극에 Fe3O4 @ MHC 촉매를 사용하였다.

[자료 3. RuSAs + RuNPs @ MHC 음극 촉매의 SEM과 TEM 사진]

출처: Nat Sustain

음극에서는 수소가 생성되는 HER(hydrogen evolution reaction) 반응이 일어난다. 음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루테늄 금속 나노 입자와 루테늄 단원자를 입혀서 사용했다. 다중 헤테로 원자의 전하수에 따라 인접한 C(탄소) 원자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기된 효모에 남아있는 N(질소), P(인), S(황)가 C(탄소) 원자의 활성화를 높여, HER을 향상하는 것이다.

[자료 4. RuSAs + RuNPs @ MHC 촉매의 Tafel plot]

출처: Nat Sustain

일반적으로 HER 메커니즘은 volmer 흡착 과정 (H2O+e-→H*+OH-, 120mV decade-1)과 전기화학적 탈착 (Tafel 공정: 2H*→H2, 30mV decade-1) 과정이다. 이때, 우리가 사용하는 효모 촉매는 자료에서 R-2라고 표시되어 있으며, 29mV decade-1로 아주 작은 값을 갖는다. 이는 우수한 촉매 활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료 5. Fe3O4 @ MHC 양극 촉매의 SEM과 TEM 사진]

출처: Nat Sustain

양극에서는 산소가 생성되는 OER(oxygen evolution reaction) 반응이 일어난다. 양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자철광을 입혀서 사용했다. 효모 촉매는 기존에 사용되던 촉매인 산화 인듐(indium oxide)보다 향상된 OER을 보였다.

[자료 6. CV 실험법을 통한 양극 메커니즘 조사]

출처: Nat Sustain

CV (cyclic voltametry) 실험법을 통해 전압에 따른 전류의 변화를 관찰하여 양극에서의 전기화학적 메커니즘을 조사할 수 있다. 자료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peak이다. 효모로 인해 향상된 OER 반응은 두 쌍의 산화환원 peak에서 비롯된다.

위쪽 그래프의 결괏값을 바탕으로 1.34V에서 Fe2+가 Fe3+로 산화되고, 1.4V에서 Fe3+가 Fe4+로 산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 후, 그래프의 밑부분을 따라 1.33V에서 Fe4+가 Fe3+로 환원되고, 1.13V에서 Fe3+가 Fe2+ 환원되는 메커니즘을 관찰할 수 있다.

[자료 7. 효모 촉매를 적용한 물 전기분해 실험]

출처: Nat Sustain

이 두 효모 촉매를 적용한 물 전기분해 실험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해 충분한 물 분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맥주 효모 수소를 이용한 전기 발전의 장점]

폐 효모를 이용했을 때의 장점을 알아보기에 앞서 수소에너지 기술 자체의 장점에 대해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수소에너지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석유 매장량의 유한성과 지리적 편재로 인한 석유의 불안정한 공급이 있었다. 또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증가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자 무공해 연료를 자칭하며 등장한 것이 수소에너지다.

수소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소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는 것이다. 수소는 물이나 유기물질로부터 생산될 수 있기에 생산량이 무한정에 가까운 친환경 연료라고 할 수 있다. 매장량의 제한으로 고갈의 우려가 있는 자원들과 달리 고갈에 대한 걱정이 없다. 게다가 연소 부산물이 오염을 일으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석탄, 석유와 달리 CO2의 발생이 사실상 없으면서 에너지의 저장과 수송이 가능한 화학적 매체이다. 물론 연소 시 극소량의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저감 장치를 통해 오염이 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며 이 외의 공해 물질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모든 신재생 에너지들이 널리 쓰이는 것은 아니다. 수소에너지가 범용성 넓게 쓰일 수 있는 이유는 가연 한계가 넓고 (λ=10~0.14) 최소 점화 에너지가 작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불꽃 점화 기관에 적합하며 희박한 혼합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안정된 연소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소에너지는 최근 가스 형성 방식에 따라 그린 수소, 그레이 수소, 브라운 수소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이 가진 장단점이 뚜렷하다. 본 기사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맥주 효모 수소를 이용한 방법의 경우에는 오염과 독성이 현저히 적다. 또한 폐 효모를 활용하기 때문에 폐 효모 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오히려 자원화하여 이용할 수 있다. 금속 이온과 아마이드 기, 혹은 카르복실 산 기의 강한 반응으로 금속 이온이 효모 세포 표면에 쉽게 부착될 수 있어 제조 공정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 또한 장점이 될 수 있다.

 

 

[맥주의 변신은 진행 중]

그렇다면 맥주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독일과 호주는 양조장에서의 변신을 꾀한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연구팀에서는 맥주 양조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로 수소 에너지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폐수를 공기와 빛이 차단된 어두운 상태에서 발효하면, 어두운 곳에서 자란 혐기성 박테리아에 의해 수소와 유기산의 혼합물, 세트산, 젖산, 부티르산, 프로피온산 등이 생성된다. 이러한 방식을 ‘Dark fermentation’이라고 한다. 생성된 수소는 직접 사용할 수 있고 발생한 산은 추가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Dark fermentation을 통한 수소 생산은 메탄 공정이나 멤브레인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 등 다른 공정과의 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편 호주의 SA Water 폐수 처리 공장에서는 오래된 맥주를 하수도와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버려진 맥주를 하수와 혼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폐기 및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기존의 바이오가스 생성 과정에서 필요한 열, pH 관리 등의 작업이 이미 맥주 양조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자료 8. 맥주박을 활용해 만든 우유]

출처: taketwo

맥주를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 외에도 양조장에서의 친환경적인 노력은 다양해지고 있다. 각종 맥주 회사에서는 양조 후 남은 찌꺼기인 ‘맥주박(Brewer’s Spent Grain)’을 빵, 에너지바, 아이스크림 등의 식품으로 업사이클링해 판매한다. 맥주박은 수분 함량이 높고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상하기 때문에 그동안 폐기물로 인식되었지만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 또, 영국의 토스트에일 회사는 버려진 빵을 모아 맥주를 생산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수소 에너지를 포함한 친환경 발전은 아직 많은 과제로 남아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물질에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버려온 것들을 등지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맥주 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사람들이, 남겨지고 버려지는 것들에 뒤돌아본다면, 지속 가능한 사회는 생각보다 가까울지도 모른다.


바이오&수소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주류계도 작정했다, 위스키로 만든 친환경 연료", 작성자(20기 조현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16

2. "수소생산에도 그린라이트를 켜줘!", 작성자(19기 문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79


참고문헌

[새로운 촉매의 등장]

1) 구본혁, "맥주 만드는 ‘효모’로 수소 생산한다…친환경 수소촉매 개발", 헤럴드경제, 2020.04.09,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0408000988

2) 문서영, "수소생산에도 그린라이트를 켜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21.06.28,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79

3) 황갑진 최호상, “물 전기분해에 의한 수소제조 기술”, Membrane Journal v.27 no.6, pp.477 - 486, 2017년

4) 최우석, “백금 대체할 저가 귀금속 활용 촉매 개발로 물 분해 수소 상용화 기반 마련”, 기계신문, 2018.11.12., http://www.mtnews.net/m/view.php?idx=4728

 

[폐기된 효모의 화려한 변신]

1) Tiwari, J.N., Dang, N.K., Sultan, S. et al. Multi-heteroatom-doped carbon from waste-yeast biomass for sustained water splitting. Nat Sustain 3, 556–563 (2020)

 

[맥주 효모 수소를 이용한 전기 발전의 장점]

1) 박영철 등 2명,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 제조 기술 현황”, p344 , 2005 

2) JJitendraN. Tiwari 등 6명,“Multi-heteroatom-doped carbon from waste-yeast biomass for sustained water splitting”, p1, 2020

 

[맥주의 변신은 진행 중]

1) 서주령, “양조장서 만드는 녹색에너지…獨, 맥주폐수 이용한 수소 생산 연구 착수”, 아시아투데이, 2022.08.15,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20815010008386

2) 오말리, “지속가능한 맥주? 답은 순환경제에 있어!”, greenium, 2021.08.06, https://greenium.kr/%EC%88%9C%ED%99%98%EA%B2%BD%EC%A0%9C-%EA%B8%B0%ED%9B%84%EB%B3%80%ED%99%94-%EB%A7%A5%EC%A3%BC-%EC%8B%9D%ED%92%88-%EC%97%85%EC%82%AC%EC%9D%B4%ED%81%B4%EB%A7%81/

3) Rafał Łukajtis 외 5명, “Hydrogen production from biomass using dark fermentation”,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665-694,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