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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보다 먼저 상용화? 반고체 배터리의 추격

R.E.F. 24기 김석언 2023. 11. 30. 09:00

전고체보다 먼저 상용화? 반고체 배터리의 추격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곽서영, 24기 김석언

 

[전기차 시장 확대,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대응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탄소중립’이라는 메가 트렌드를 따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내연기관차의 잔존가치는 낮아지는 반면,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 요소인 전기차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자료 1.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

출처: 포스코퓨처엠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금속 원소 중 가장 가벼운 리튬(Li)을 주 소재로 해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보완하는, 즉 에너지 밀도(단위 무게당 에너지의 양을 의미)는 더 높이면서 화재 위험성은 줄이는 방향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료 2. 차세대 배터리 종류와 특징]

출처: 헤럴드경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배터리는 전全고체 배터리로,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전망되지만, 상용화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배터리 업체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를 2030년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중간 형태인 반半고체 배터리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부터 반고체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하면서 반고체 배터리가 전고체보다 먼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고체 배터리의 특성 및 기술적, 산업적 동향을 살펴보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배터리의 구조와 전고체 배터리]

반고체 배터리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적인 구조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알아보자.

[자료 3.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

출처: 매거진한경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이 중 주목할 요소는 전해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과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전해질은 액체 상태로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하는 꼭 필요한 역할을 하지만 위험성이 존재한다. 액체 전해질의 가연성 때문이다.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의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으로 전해질이 발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면서 화재 위험성을 해결했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와 달리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누액 위험이 없다. 안전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우위에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이나 장치가 필요한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그 자리에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물질을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4.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출처: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적 측면으로,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와 관련된다. 이온 전도도는 쉽게 말해 리튬 이온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는 액체보다 현저히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체가 액체 사이를 이동하는 것보다 흙 사이를 이동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두 번째는 가격적 측면이다. 고체 전해질 중 상대적으로 이온전도도가 높고 생산성이 좋은 황화물 고체 전해질을 이용할 경우,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70만 원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당 12만 원을 웃도는 수준인 걸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진다.

 

[반고체 배터리의 특징과 기술적 동향]

[자료 5. 반고체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

출처: AutoView

반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와 고체 사이인 젤(gel) 형태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두루 갖는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젤 형태의 전해질도 누액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폭발을 막아준다. 그러면서 고체보다는 더 유동적인 특성으로 이온 전도도가 향상되어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문제가 보완되었다. 가격 측면에서 리튬이온배터리보다는 비싸지만, 전극을 건조하고 응고시키는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제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 24M 테크놀로지(24M Technologies)에 따르면 반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제조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탄소 발자국과 조달 비용은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자료 6. 전자선을 이용한 반고체 배터리 제조 과정]

출처: 인더스트리뉴스

반고체 배터리가 부상하면서 소재 성능을 높이고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는 방향의 기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전자선 기반 반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자선을 조사하면 액체가 젤 형태로 변하는 전자선 감응형 반응물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반고체 배터리를 제작해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일한 성능의 수준임을 확인했다. 제조 과정도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공정에 수 분 이내의 전자선 조사 공정만 추가하면 된다는 점으로 상용화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고체 배터리 중국 기업 동향]

1. CATL

[자료 7. CATL의 신형 배터리 발표]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반고체 배터리의 일종인 ‘응축 배터리’를 공개했다. 지난 4월에 열린 2023 상하이 오토쇼에서 최초로 1세대 반고체 응축 배터리를 발표했다. CATL이 개발한 응축 배터리는 500Wh/㎏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론적 한계가 300Wh/㎏ 미만인 것을 고려했을 때 성능 측면에서 진보를 이루어 다. CATL은 이번에 개발된 응축 배터리를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 분야에도 적용할 계획이며, 전기 자동차용 1세대 응축 배터리가 올해 안에 양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2. 위라이언(WELION)-니오(NIO)

[자료 8. 니오의 SUV ES6 모델]

출처: 한국일보

지난 7월, 중국의 전기차(EV) 스타트업 니오(Nio)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S6 모델에 15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반고체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한번 충전에 최대 100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테슬라 모델S의 640km, 루시드 에어드림에디션 R의 840km보다 길다.  또한, 이 배터리는 킬로그램당 360와트시(Wh/㎏)의 에너지 밀도를 갖추고 있다. 이는 테슬라 원통형 배터리 4680의 에너지밀도(300Wh/㎏)보다 높다. 블룸버그 NEF의 쉬지아위엔 연구원은 “위라이언이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첫 번째 기업은 아니지만 360Wh/㎏의 에너지밀도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고체 배터리 한국 기업 동향]

1. 현대차

[자료 9.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반고체 배터리 특징]

출처: 시사저널e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가동 목표로 의왕연구소에 반고체 기반의 리튬메탈 배터리 거점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의왕연구소 내 기존 건물, 유휴 부지를 이용해 리튬메탈을 연구·개발·평가하는 전략 시설을 마련한다.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반고체 리튬메탈 배터리 거점이 처음 들어서는 것이다. 반고체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장비 반입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현대차그룹 플라잉카, 에어택시,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탑재가 예상된다.

2.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반고체 배터리 생산 기반을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구축한다고 밝혔다. 반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목표는 2026년이며, 생산 규모와 수요처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지만, 기술 투자 성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위 관계자는 "반고체 배터리는 차세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 배터리"라며 "국내 연구개발(R&D) 인력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오창 공장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반고체 배터리 개발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트랙 작전을 진행할 방침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 표준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2026년부터 반고체 배터리, 2030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고체 배터리의 ‘장밋빛 미래’, 아직은 시기상조?]

반고체 배터리는 액체와 고체가 갖는 장점을 유지해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으면서 한층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또 기존 공정 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필요 없는 공정도 생략할 수 있어 가격 측면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고체 배터리의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기업보다는 중국 기업에서 특히 집중하여 개발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시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종류 중 하나인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이보다 저렴한 리튬이온 배터리인 ‘LFP 배터리’ 점유율이 3.8배 가량 오르는 등 ‘가성비’를 갖춘 배터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고체 배터리의 경우 제조원가가 삼원계 배터리보다도 높아 수요처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 10.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시점]

출처: 매일경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LFP 배터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다 중국에 시장을 내어준 경험이 있어 차세대 배터리 시장만큼은 중국을 앞서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각각 2026년, 2030년을 목표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2020년대 후반까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즉,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반고체 배터리보다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고체 배터리의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개발 및 양산 초기인 만큼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선두주자인 중국 배터리 업계는 반고체 배터리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기준점이 되어 전기차 배터리의 궁극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유럽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에볼루션의 칼럼니스트 오란 마크는 “반고체 기술은 현재 배터리 기술을 개선하는 수준일 뿐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것은 아니다”는 견해를 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제조사들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비용적인 측면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반고체 배터리에 도전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반고체 배터리는 '찻잔 속의 태풍'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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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기차 시장 확대,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대응한다]

1. 김필수, “전기차 시대, 배터리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교통뉴스, 2021.02.22.,  http://www.cartv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8809

2.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포트] 전기차 산업,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3.02.27., https://www.poscochemical.com/pr/view.do?num=664

[배터리의 구조와 전고체 배터리]

1.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일까?”, 2020.09.23., https://www.samsungsdi.co.kr/column/technology/detail/56461.html?listType=gallery

2. 이하영, “세계 최초 양산할 전고체 배터리, 대세 LFP 넘을까”, 이코노믹리뷰, 2023.04.23.,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609545

3. 포스코퓨처엠, “[미소대리의 이슈 체크] 한계를 넘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2023.10.18., https://poscofuturem.com/pr/view.do?num=736

[반고체 배터리의 특징과 기술적 동향]

1. 김선웅, “[Tech Review] 배터리 기술, 이제는 반고체 배터리로 향한다?”, AutoView, 2023.04.25., https://www.autoview.co.kr/content/article.asp?num_code=79977&news_section=tech_review

2. 윤정희, “[경제용어사전] 시장 패러다임 바뀐다고? 반고체의 모든 것”, 더스쿠프, 2023.10.23.,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276

3. 이건오, “원자력연, 반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 개발… 전해질 유출 없어 안전”, 인더스트리뉴스, 2022.10.14.,  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418

[반고체 배터리 중국 기업 동향]

1. 강희종, “1회 충전에 1000㎞ 주행, 슈퍼 배터리가 몰려온다”, 아시아경제, 2023.08.09,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80908145231495

2. 노훈주, “CATL, 상하이 오토쇼서 반고체 '응축 배터리' 공개”, 글로벌이코노믹, 2023.04.19,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304191308477853f0fb06a6aa_1/article.html

3. 신기림, “'한번 충전시 1000km 주행' 中배터리 위라이언 2025년 상장”, 뉴스1, 2023.08.07, https://www.news1.kr/articles/5132431

[반고체 배터리 한국 기업 동향]

1. 김지웅, “현대차, 의왕에 반고체 리튬메탈 배터리 거점 만든다”, 전자신문, 2023.07.31, https://www.etnews.com/20230731000203

2. 송민근, “[단독] LG엔솔 오창에 '반고체 배터리' 공장”, 매일경제, 2023.10.03, https://www.mk.co.kr/news/business/10841512

3. 정용석, “中, '전고체 대안' 반고체 배터리에 집중 ···K배터리는 '시큰둥'”, 시사저널e, 2023.08.11,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439

[반고체 배터리의 ‘장및빛 미래’, 아직은 시기상조?]

1. 송민근, “[단독] LG엔솔 오창에 '반고체 배터리' 공장”, 매일경제, 2023.10.03, https://www.mk.co.kr/news/business/10841512

2. 정용석, “中, '전고체 대안' 반고체 배터리에 집중 ···K배터리는 '시큰둥'”, 시사저널e, 2023.08.11,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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