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의 새로운 이면?
LFP 배터리의 새로운 이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떠오는 LFP 배터리 속 우리가 간과한 폐배터리]
LFP 배터리는 지난 3년간 많은 성장을 이뤘다. 5.1%에 불과했던 2020년 LFP 배터리의 시장 지분이 지난해 27.2%까지 올라가는 등 LFP 배터리는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테슬라에서 사용한 배터리 중 LFP 배터리의 비중은 35%에 달했으며,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0년 LFP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수요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LFP 배터리가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낮은 가격이다. 먼저, 3원계 배터리인 NCM 배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자료 1.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LFP 배터리]
출처 : EBN 산업경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서 살펴본 2023년 12월 1일 기준 니켈의 가격은 톤당 16,655원, 코발트의 가격은 33,005원이었으며 망간의 가격은 톤당 1,135원이다. 이에 비해 LFP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성분인 철의 가격은 철광석을 기준으로 톤당 134.5원이었다. 이는 NCM 배터리 양극재의 성분 중 가장 저렴한 인의 8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며, 코발트의 가격의 250분의 1에 불과하다. 인 역시 2022년 4분기를 기준으로 톤당 가격이 5,000~6,000달러로 니켈과 코발트보다 저렴하며, 실제 배터리 양극재에도 금속 원소보다 더 작은 무게가 사용되므로 실질적인 가격은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NCA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원소인 알루미늄도 톤당 가격이 2,147.5달러로 이는 망간보다도 더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LFP 배터리는 원자재 가격에서 살펴 보았을 때 NCM, NCA 배터리보다 저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LFP가 급성장하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안정성이다. LFP의 화학식은 LiFePO4로, 다음 그림과 같은 올리빈 구조를 갖는다. NCM 배터리의 층상 구조와 달리 LFP의 올리빈 구조는 리튬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따라서,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 거리가 짧다. 그러나, 올리빈 구조에 있는 강한 P-O 결합으로 인해 올리빈 구조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이다. 이렇듯 낮은 가격과 높은 안정성으로 인해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이 너무 급격한 나머지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바로 배터리의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LFP 배터리가 재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LFP 배터리의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첫 번째는 구조적 안정성이다. 앞서 언급했듯 LFP 배터리는 층상 구조를 가진 NCM 배터리와 달리 올리빈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 내부 성분 사이의 강한 결합으로 인해 구성 성분을 분리해 내기 어렵다. 리튬도 NCM 배터리와 달리 배터리 내부에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NCM 배터리보다 리튬을 분리하기 어렵다. 강한 결합으로 올리빈 구조 내부에 속박돼 있는 인산, 철 등 금속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재활용 비용 증가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물이나 화학 물질로 잘 녹지도 않아 용해의 방법을 쓰는 것이 불가능한 점도 재활용의 어려움을 부각한다.
[자료 2. LFP 배터리의 올리빈 구조]
출처 : MDPI
두 번째는 업체의 동기가 없다는 점이다. 삼원계 배터리의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은 LFP의 인산, 철 등의 가격보다 높다. 이에 반해 현재 폐배터리에서 원소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가격은 삼원계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저렴하다. 즉, LFP 배터리의 재활용은 큰 비용을 투자해 상대적으로 적은 가치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얻는 수익성 및 부가 가치가 없어 기업이 LFP 배터리 재활용에 투자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습식 제련의 적용 불가능성이다. 현재 가장 상용화된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폐배터리를 분쇄한 가루인 블랙 파우더를 황산 등의 산에 녹여 정제된 화학 물질 및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이 공정으로는 인산 및 철을 추출할 수 없다. LFP 배터리 내부에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점 역시 습식 제련을 적용할 수 없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분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폭발을 초래할 수 있는 물질도 포함해 습식 제련을 LFP 배터리 재활용에 적용할 수 없다.
이처럼 LFP 배터리 재활용은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관련 산업 종사자에게도 매력적인 사항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는 LFP를 재활용하지 않고 매립하면 토양오염 및 침출수로 인한 오염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오염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려운 점이 많음에도 LFP 배터리 재활용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LFP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럼에도 진행되는 폐LFP 배터리 재활용에 관한 연구]
우리나라의 주요 배터리 재활용 업체 중 하나인 성일하이텍은 인산과 철을 모두 추출할 수 있는 습식 공정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LFP 폐배터리의 양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LFP 배터리를 분쇄한 후 생긴 가루에서 리튬과 인산 철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이들은 여기서 분리된 인산 철을 새로운 LFP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이 공정은 삼원계 배터리보다 LFP 배터리의 리튬 이온 비중이 더 높아 기존 삼원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생산 라인에서 가동될 수 없고 새로운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성일하이텍은 이를 위한 새로운 공장을 군산 공장 내 마련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영풍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배터리 또는 블랙파우더를 고온에서 환원제를 추가해 환원시켜 금속을 분리하는 건식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로는 리튬 이온을 분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들은 집진 설비로 먼지 형태로 분산된 리튬을 회수하는 공정을 추가해 리튬 회수율을 높였다.
이 방법은 건식 공정 방법을 사용해 습식 공정과 비교했을 때 단순한 전처리 공정과 높은 회수율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영풍의 기존 건식 공정 방법을 LFP 배터리의 재활용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사업성 평가는 이들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자료 3.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통해 분리된 흑연 가루]
출처 : 세계일보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새로운 LFP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은 배터리를 파쇄하여 가루 형태로 만들고 이를 1,200℃ 이하의 특정 온도에서 부분 용융하면 배터리 셀, 양극재, 음극재가 섞인 블랙 매스와 흑연이 분리된다. 이 블랙 매스에서도 리튬이 분리되어 있어 리튬과 흑연을 분리하는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공정은 높은 온도나 에너지가 필요했고 공정 도중 다수의 화학 물질을 사용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공정은 별도의 화학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1,200℃ 이하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일어나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 대기에서도 공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친환경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LFP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데 NCM 배터리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LFP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데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환경친화적으로 LFP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공정은 전 세계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이 공정이 세계 최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LFP 배터리 연구를 늦게 시작해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중국보다 낮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LFP 폐배터리와 재활용하는 배터리가 늘어나면 친환경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두에 오를 것이다. 3년 전 5.1%였던 LFP 배터리 점유율이 현재 27.2%까지 급성장했다는 것과 일부 기관이 2030년대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2050년을 전후로 이 공정이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 4. 수출이 통제된 중국산 흑연]
출처 : 파이낸셜뉴스
또한, 현재 중국이 흑연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공정은 흑연 자립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2023년 12월부터 중국이 다른 나라에 흑연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무원 승인을 거쳐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흑연은 배터리 이외에도 반도체, 원자력, 항공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만큼 수출 규제는 큰 타격일 수 있으며, 이 공정은 흑연 자립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배터리 이외에도 수출 규제가 길어지면 버려지는 제품에서 흑연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공정에도 의문점이 존재한다. 바로 이 공정을 통해 LFP 배터리의 인산과 철을 분리할 수 있는지다. 2023년 12월 8일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보도한 이 기술을 담은 보도자료에서 인산 및 철을 분리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기술이 철과 인산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LFP 배터리를 기준으로 만든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리튬 함유량이 다르기에 같은 공정을 다루더라도 효율이 다를 수 있어 어떤 배터리에 맞춘 공정인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폐배터리가 이슈화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자료 5. 점점 부각되는 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
출처 : 아이뉴스 24
지금까지 LFP 배터리의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와 현재 연구 중인 재활용 공정을 알아보았다. 배터리 폭발 및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배터리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버려지는 LFP 배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현재의 기술로는 재활용도 어려워 환경오염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LFP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LFP 배터리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LFP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도 꾸준한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폐배터리로 인한 환경오염이 화두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발전해 종류 구분 없이 하루빨리 폐배터리가 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폐배터리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작은 용기 하나로 배터리를 재활용하다!", 21기 곽서영, 23기 김태현, 송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065
2. "스마트한 폐배터리 재활용", 22기 박주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99
참고문헌
[떠오는 LFP 배터리 속 우리가 간과한 폐배터리]
1) 권선형, "LFP 배터리, 매년 10% 이상 성장...배터리 시장판도 바꾸나", 한스경제, 2023.08.29, https://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1956
2) 심하연, "주요광물가격, 유연탄·철광석 등 11월 5주차 대부분 상승", 쿠키뉴스, 2023.12.04,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12040187
[LFP 배터리의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1) 최경민, “너도 나도 뛰어드는 LFP…"재활용 안 되면 심각한 환경문제"”, 머니투데이, 2023.11.0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110615185053790
2) 한재준, "값싼 LFP 배터리 인기 끌자 새로운 고민…"재활용 쉽지 않아 큰일"", 뉴스1, 2023.07.20, https://www.news1.kr/articles/5114277
[그럼에도 진행되는 폐LFP 배터리 재활용에 관한 연구]
1) 백유진, "성일하이텍 추진하는 LFP배터리 재활용 '리스크 뭘까'", 비즈워치, 2023.07.18, https://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23/07/18/0024
2) 이우중, 김범수, 홍주형, "中,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흑연 수출 통제 본격 시행",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30517512
3)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세계 최초 친환경 리튬인산철(LFP)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성공 ", 2023.12.07, https://www.kigam.re.kr/board.es?mid=a10703040000&bid=0025&act=view&list_no=5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