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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전기차, 위기인가?

R.E.F. 24기 김석언 2024. 1. 1. 09:00

주춤하는 전기차, 위기인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김석언

 

[전기차 수요 둔화와 그 영향]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던 전기차의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전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가 앞다퉈 공격적인 전기차 생산 목표를 제시하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주가가 폭락하거나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되기도 했던 게 무색하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예상 등록 대수는 1377만대로, 상반기 예상치(1484만대)보다 7.2%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은 2021년 세 자릿수 성장률, 2022년 6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30% 정도로 하향 조정됐다. 2024년에는 20% 전후로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세계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른 투자 속도 조절을 발표하고 있고, 이로 인해 후방 산업인 배터리 기업까지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료 1.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 전망]

출처 : 주간동아

1) 완성차 기업 

포드는 지난 10월 “전기차 수요 둔화를 감안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등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사업부인 ‘e-포드’가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서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이 9개월 만에 철회되었고, 또 다른 국내 기업 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 2공장 가동 일정도 연기되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 혼다와 추진하던 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2024년 중반까지 누적 4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고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 픽업트럭 공장의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만들던 미국 테네시 배터리 공장 가동 일정도 미뤄졌다.

[자료 2.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건설 현장]

출처: 매거진한경

2) 배터리 기업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전기차 수요 부진 영향으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고 일부 직원은 휴직 조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SK온은 현지 상황에 대해 “SKBA는 라인 가동 일정을 조정하고 이에 맞춰 일부 생산 근로자 대상으로 일시적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이라며 “최근 전기차 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 11월 미주 미시간 법인 현장직 인력 170명을 정리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의 총 종업원 수는 1천500명 수준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생산라인 합리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원인]

전기차 수요 둔화의 원인을 △전기차 가격 △전기차 인프라 △환경 정책 3가지 측면에서 진단해 보고자 한다.

1) 전기차 가격 부담과 보조금 축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전기차의 비싼 가격 문제다. 현재 국내 중형 SUV 기준 전기차 가격은 5000만 원대, 내연기관차는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차 값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이 아직 높은 것이 전기차가 더 비싼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배터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여러 부문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올랐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 보고서에 따르면, 1kWh(킬로와트시)당 배터리 가격은 2017년 209달러에서 2021년 141달러까지 떨어졌으나, 2022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152달러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자료 3. 전기차 및 부품 가격 비교]

출처: TechWorld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했는데, 최근 몇몇 국가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마저 축소되고 있다. 중국과 영국은 이미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기준을 변경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팔리는 캘리포니아주도 보조금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2)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얼리어답터들은 충전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전기차를 구매하지만, 평범한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는 대중화 단계로 가려면 전기차 충전소가 충분히 많이 보급돼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자는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기는 총 20만5205기다. 이 가운데, 완충하는데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완속 충전기가 18만4468대(89.8%), 30분 가량 걸리는 급속 충전기가 2만737대(10.2%)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판매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38만 대이다. 전기차 1대 당 충전기가 0.6기로 1기가 채 되지 않는다.

[자료 4.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출처: 전기신문

미국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약 10만 개의 충전소가 설치됐다.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2023년 미국 전기차 운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53%의 응답자가 충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고, 67%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또한, 58%가 충전소 이용료가 비싼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3) 세계 환경 정책 기조 변경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처럼 환경 정책과 전기차 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최근 선진국들의 환경 정책은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1년 10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친환경 정책을 표방했던 서방 국가들이 줄줄이 환경 정책을 완화하거나 예산을 줄이고 있다.

[자료 5. '유로 7' 주요 내용]

출처: 조선일보

유럽연합(EU)은 2025년 7월 시행하려던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유로 7’을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배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반대하자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았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도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호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 예정된 정치 이벤트 등으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존재해 불확실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던 기후 선진국들이 갑작스럽게 기후 대응 속도를 조절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의 전망]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후퇴로 보거나 일시 조정으로 보는 등 상이한 견해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투자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동일하다. 결국 가야 할 방향이 전기차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에 합의했고, 노르웨이는 그보다 10년 앞선 2025년부터 전기차나 수소차 등 탄소배출이 없는 차량 판매만 허용한다. 속도 조절을 이유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춘 영국도 2024년부터는 완성차 업체에 ‘영국 내 판매 자동차의 22%는 전기차로 강제한다’고 발표했다. 중간중간 과도기가 올 수 있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강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위기의 징후라기보다는, 이제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 전력의 친환경 전환 등 종합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은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가격, 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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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그 영향]

1) 권순우, "수요 둔화에 재고 쌓이지만, 그래도 전기차는 달린다", 한겨레, 2023.03.15.,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9580.html  

2) 배태용, "예상보다 강한 전기차 수요 둔화...케즘존 현실화", 디지털데일리, 2023.11.16., https://m.ddaily.co.kr/page/view/2023111610040262362

3) 이한얼, "LG엔솔·SK온, 美 공장 인력 감축", 지디넷코리아, 2023.11.15., https://zdnet.co.kr/view/?no=20231115155432

[전기차 수요 둔화 원인]

1) 박예송, "[한장TECH] 전기차, 성능보다 가격으로 승부해야 할 때", TechWorld, 2023.11.08.,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8245

2) 박정한, "EV 성장을 가로막는 배터리·충전소 문제 개선 속도 빨라져", 글로벌이코노믹, 2023.12.03.,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31203095648179537926aa152_1/article.html

3) 송철호, "주춤하는 전기차, 식어가는 ESG 열풍", 주간한국, 2023.12.01., https://week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82088

[전기차 시장 전망]

1) 박정한, "EV 성장을 가로막는 배터리·충전소 문제 개선 속도 빨라져", 글로벌이코노믹, 2023.12.03.,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31203095648179537926aa152_1/article.html

2) 권순우, "수요 둔화에 재고 쌓이지만, 그래도 전기차는 달린다", 한겨레, 2023.03.15.,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95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