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반발'과 노동전환 지원
'녹색 반발'과 노동전환 지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손동찬
커져가는 유럽 내 극우정당 세력과 위축되는 탄소중립 정책
지난 7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이념적으로 극우를 표방하는 정치그룹의 의석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각기 다른 정치 성향을 표방하는 정치그룹과 그 외 의원들로 구성되는데(정치그룹 결성 요건은 최소 7개 회원국 정당 및 의원 23명), 좌파-중도-우파로 구분할 시 우파 및 극우에 속하는 ‘유럽보수와개혁(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Group, ECR)’,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Patriots for Europe, PfE)’, ‘주권 국가의 유럽(Europe of Sovereign Nations, ESN)’이 각기 78석, 84석, 25석을 얻었다. PfE와 ECR은 제3, 제4 정치그룹으로 등극했는데, 이는 지난 선거에서 반대편에 속하는 정치그룹들이 해당 지위를 점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자료 1. 2019년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대조표]
출처: 유럽의회
이후에도 개별 유럽 국가들의 선거 결과가 극우정당의 약진을 보인다. 지난 9월 독일의 지방선거(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제1당을 차지했고, 같은 달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결성한 당으로, 이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이 같은 극우정당들의 특징으로는 민족주의, 반(反)이민주의와 더불어 기후변화 부정론과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반대 기조가 있다. 상기한 독일의 AfD의 경우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 불안정성을 이유로 반대하며 저렴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공급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시설 인근 동식물과 거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훼손한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대한다. 이 같은 논리를 기반으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지난해 12월 튀링겐 주의회에서 이들의 찬성표 행사로 풍력발전 확대를 사실상 금지는 산림법(Forest Act) 개정안이 통과돼 연방정부 차원의 목표치 달성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 극우정당의 세력이 커진 국가들은 저마다 관련 부처를 폐지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등 기존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힘을 빼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 따라 힘을 얻는 ‘녹색 반발’, 그 이유는?
이렇듯 반(反)탄소중립 정책 기조가 거세지는 것을 가리켜 ‘녹색 반발’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Green Backlash 또는 Greenlash) 탄소중립 정책 추진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강도나 속도의 조절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녹색 반발이 거세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탄소중립 정책이 팍팍해진 지갑 사정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여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파동이 더해져 경제가 특히 힘들었던 시기, 탄소감축을 위한 정책들이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특별히 비싼 것은 아니지만, 탄소세 부과나 기존 화석연료 난방기구에서 친환경 설비로 교체를 강제하는 식의 정책들이 기존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늘렸기 때문이다.
둘째는 탄소중립 움직임이 일부 시민의 소득과 일자리, 즉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농민들의 시위가 있다. EU는 새로운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시행하며 농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해당 정책이 윤작(crop rotation)과 비료 사용량 20% 이상 감소를 의무화해 농민들의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반발이 일어났다. 이는 유럽 각지에서의 거리 시위로 이어졌고, 유럽의회 선거 전 프랑스와 스페인을 잇는 주요 도로들이 트랙터로 가로막히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자료 2. 농민들의 시위로 프랑스-스페인 국경을 잇는 도로 교통이 차단됐다]
출처: euronews
또 하나의 주요 의제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있다. 분석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의 수가 적은 만큼 전기차로의 전환은 통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거나 기존 근로자들, 특히 엔진 등 전기차엔 탑재되지 않는 부품을 다루는 이들의 고용 안정을 훼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EU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하는 것에 합의하면서도 독일의 문제 제기로 이퓨얼(e-fuel) 사용 차량은 퇴출 대상에서 제외된 점, 최근 유럽의회 선거 후 퇴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는 점, 유럽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관련 내용이 주요 정치권 의제로 다뤄지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반발과 반대가 탄소중립에 대한 반대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EU 공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EU의 환경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84% 수준으로 여전히 높았다. 또한 이러한 반발과 반대가 모두 극우정당을 위한 투표로 이어지는 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선거 결과를 통해 극우정당의 포퓰리즘 정책이 이러한 분위기를 정치적 자본으로 활용해 이득을 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순조로운 정책 추진을 위해 정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로부터 피해를 보는 이들의 목소리를 면밀히 관찰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일자리 문제,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영향을 준다
관련 정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로부터 피해를 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전기차로의 전환이 한창인 자동차 산업을 통해 간략히 살펴본다.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저탄소 경제, 저탄소 사회로 구조가 재편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만약 일자리가 사라진 만큼 새로 생긴다면 고용시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양자 간에 1대1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대에 투입되는 부품 수가 30,000개 수준인 것에 반해 전기차 1대에 투입되는 부품 수는 18,900개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이때 엔진, 변속기, 연료탱크, 머플러 등 엔진 관련 부품은 전기차 제조에 쓰이지 않는 만큼, 관련 인력 감축이 요구된다. 한편 새로운 일자리는 다른 분야에서 창출된다. 전기차 제조에 따라 배터리 제조 및 관리, 자율주행 기술 등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인력 확충이 요구된다.
[자료 3.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른 자동차산업 구조개편 양상]
출처: 한국교통연구원 블로그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에서도 인력 감축이 예고되지만, 전후방으로 미치는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품 업계에 더 큰 규모의 조정이 예고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경우 2021년 기준 1만여 개사가 26만여 명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데, 엔진부품, 동력전달, 방열부품 등을 생산하는 4,195개 사, 10만8천여 명의 내연기관 관련 고용 인력이 사업재편 및 고용 감소의 직접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EU의 경우 역시 총 370만여 명이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고 이 중 170만여 명이 부품 업계에 종사하는데, 올해 발표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서 2035년 사이 적게는 36만여 명, 많게는 50만여 명의 내연기관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일자리 우려를 낳고, 이는 극우정당에 투표하는 결과까지는 아니더라도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사상 최초로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가 완성차 업체 빅3라 불리는 제너럴 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를 대상으로 동시 파업에 돌입, 임금 인상 등 타협안을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당시 이들의 파업 배경에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인원 감축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며, 지난 대선 민주당과 바이든 당시 후보에 공개 지지를 밝혔던 UAW가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상당수 조합원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제동을 걸 것이라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정도로 해당 사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최종 합의 내용에 전기차 공정 역시 기존의 공장에서 진행해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술이나 배워라”? 기술을 교육해라!
저탄소 경제,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의 고용 안정이 훼손될 수 있고, 이는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자동차 산업의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 관리를 위해 어떤 정부 정책이 요구될까?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다수 국제기구가 핵심 대응책, 지원책으로 지목하는 것이 기술 (재)교육(re-skilling and skills training), 직업훈련(vocational training), 재취업 지원(re-employment) 등 전환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조치들이다. IMF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 산업, 특히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이직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관련 조치는 근로자들이 전환에 더욱 잘 대비하고 영향을 받더라도 그 충격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EU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 기금, 유럽지역개발기금(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 유럽사회기금 플러스(European Social Fund Plus) 등 명확한 재원 출처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Pact for Skills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동조합과의 민관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는데, 매년 5%의 자동차 업계 종사자에게 (재)교육 사업을 진행해 최종적으로 70만 명이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의 경우 우선 연방정부 차원에선 에너지부가 기존 제조시설 개조에 보조금 또는 융자를 제공하며 전제조건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 보장을 요구한 바 있으며, 미시간주의 경우 지역사회 노동단체 및 대학교와의 배터리 기술자 자격증 프로그램을 통해 업계 종사자들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 및 석탄화력발전 등 분야에 2025년까지 10만 명 규모로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비수도권에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2025년까지 35곳 신설해 지역노동자에게 양질의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전환 교육이 하청노동자까지 이어지게 하도록 대기업이 자체 훈련 인프라를 협력사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경우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같은 지원사업은 현재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4월 기준 총 25개소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자료 4. 고용노동부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
출처: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Leaving no one behind
Leaving no one behind.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또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슬로건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파리협정 서문에도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을 관통하는 개념, 가치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전 인류적 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편익 분배의 불균형이 있진 않은지, 기존의 불평등이 심화하지는 않는지 주목하고 관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내연기관차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의 고용 안정이 훼손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재)교육, 직업훈련, 재취업 지원 정책이 강조된다. Leaving no one behind 슬로건은 규범적, 당위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 정책이 저항받지 않고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 유럽에서의 녹색 반발 확산과 극우정당 약진, 미국 UAW 파업 당시의 상황이 이를 보여준다.
노동전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이행되고 있나", 23기 김예진, 24기 배장민, 서채연, 25기 구윤서, 손동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77
2. "전환금융 : 탄소집약적 산업의 전환을 꿈꾸며", 24기 이지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599
참고문헌
커져가는 유럽 내 극우정당 세력과 위축되는 탄소중립 정책
1) 김서영, "독일 사민당, 브란덴부르크주 선거서 극우 AfD에 ‘간발의 차’ 승리", 경향신문, 2024.09.23,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9232128025
2) 이청아, "“‘동유럽 트럼프’ 헝가리 총리가 내 모델”… 오스트리아 총선서 ‘극우 1당’ 이끌어[지금, 이 사람]", 동아일보, 2024.10.01,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40930/130133764/2
3) Kuner, Lisa., "Populist AfD “sand in the gears” of German climate efforts", Clean Energy Wire, 2024.05.24,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populist-afd-sand-gears-german-climate-efforts
그에 따라 힘을 얻는 ‘녹색 반발’, 그 이유는?
1) 이정흔, "우파 약진하는 유럽의회, '녹색 반발' 거세질까", 한국경제, 2024.07.0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196238i
2) Cornago, Elisabetta., "How to minimise the 'greenlash'", Center for European Reform, 2023.12.18, https://www.cer.eu/insights/how-minimise-greenlash
3) Directorate-General for Environment, "Europeans continue to feel directly affected by environmental issues and policy", European Commission, 2024.05.29, https://environment.ec.europa.eu/news/europeans-continue-feel-directly-affected-environmental-issues-and-policy-2024-05-29_en
4) Gozzi, Laura., "Why Europe's farmers are taking their anger to the streets", BBC, 2024.01.27,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8095097
일자리 문제,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영향을 준다
1) Amelang, Sören., "How many car industry jobs are at risk from the shift to electric vehicles?", Clean Energy Wire, 2021.07.07,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how-many-car-industry-jobs-are-risk-shift-electric-vehicles
2) Ferris, David., Hannah Northey and Mike Lee, "‘Not a fan’: UAW workers give thumbs-down to Biden’s EV plan", E&E News, 2024.09.27, https://www.eenews.net/articles/not-a-fan-uaw-workers-give-thumbs-down-to-bidens-ev-plan/
3) Frazin, Rachel., "Worker concerns about EV manufacturing wages could become unlikely fodder for Republicans", THE HILL, 2023.07.07, https://thehill.com/policy/energy-environment/4084529-worker-concerns-about-ev-manufacturing-wages-could-become-unlikely-fodder-for-republicans/
4) Lewis, Sara., "Switch to Electric Vehicles Disrupting Workforces Worldwide", Wards Auto, 2024.01.29, https://www.wardsauto.com/electric/switch-to-electric-vehicles-disrupting-workforces-worldwide
“기술이나 배워라”? 기술을 교육해라!
1) 김미영, "[‘공정한 노동전환’ 첫발 뗀 정부] 산업구조 변화 지원방안 어떤 내용 담겼나", 매일노동뉴스, 2021.07.23,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31
2) Bluedorn, John., Niels-Jakob Hansen, "The Right Labor Market Policies Can Ease the Green Jobs Transition", IMFBlog, 2022.04.13, https://www.imf.org/en/Blogs/Articles/2022/04/13/blog041322-sm2022-weo-c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