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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시대, 농민을 위협하는 친환경의 모순

R.E.F. 23기 신지연 2024. 10. 20. 09:00

기후 위기의 시대, 농민을 위협하는 친환경의 모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신지연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 속에서 농민의 권리는 어디로

[자료 1. 배추값 폭등으로 체감되는 식량 위기]

출처 : 헤럴드경제

더이상 기후 변화는 북극곰이 울고 있는 포스터 속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후 위기는 여름철 기온, 열대야 일수 역대 1위를 갱신하며 올여름 우리의 피부로 직접 다가왔다. 이제는 피부를 넘어 우리의 식탁에도 식량 위기가 도래했다. 배춧값이 너무 비싸 설렁탕집에서 김치를 조금밖에 내어주지 않거나, 고깃집에서 상추 리필이 되지 않는 등 채소 물가로부터 식량 안보의 위협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후 위기의 시대에서 농민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기상 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농지는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보상 방안이나 정책적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지속해서 농업 소득이 급락하며 우리나라의 농업은 무너지고 있다.

유엔은 농민들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한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2018년 유엔농민권리선언을 채택하고, 식량주권의 개념을 인정했다. 이는 기존에 단순 자급률 중심이었던 식량안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생산자인 농민의 권리를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이처럼 유엔 총회에서 농민권리선언이 통과되었음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 일부는 이에 기권을 선언했다. 농민권리선언에 나온 종자 및 토지와 관련된 내용이 실정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민권리선언 채택 후 6년이 흐르고, 농민기본법이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국회에 회부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내용이 조명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며 농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게 보일지 몰라도 코로나 팬데믹이나 전쟁같이 복잡한 세계 정세 속에서 식량 자급은 매우 중요하다. 한 번 훼손된 환경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듯, 한 번 무너진 농업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 위기 속에서 농민들의 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개발로 사라지는 농지

 농지법에 여러 예외적인 사항이 적용되며 농민들은 농지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태양광 개발이 되려 환경 보전의 수단이 될 농지를 파괴하기도 한다. 농지법에 따라 염해가 확인된 간척지에 대해 한시적으로 태양광 개발이 허가되는데, 문제는 멀쩡한 논도 염해 농지로 지정되어 허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벼는 땅에 15~20cm가량 뿌리를 내리는데, 최대 60cm 깊이로 흙을 파내 염도를 측정하고 염해 농지로 지정하는 등 현재 벼가 잘 자라고 있는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염해 농지 지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간척 농지에서의 태양광 사업은 주로 20년가량의 임대를 통해 진행되는데, 20년 후에 해당 부지를 농지로 되돌리는 것은 장담하기 어려울 일이다.

[자료 2.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의 간척지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패널]

출처 : 한국농정

전라남도는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의 20%를 점유하며 전국에서 가장 쌀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전남 서남부 지역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개발을 진행하기 유리한 지역인데, 서남부 해안지역의 간척지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논이 있어 주거 지역과 태양광의 이격거리 제한을 두는 등 난개발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이를 완화하려 하며 농민들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농지가 줄어들면 결국 좋은 농지를 찾으려는 농민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며 농지 임차료는 높아지고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태양광 개발이 예정된 인근 지역 마을에서는 태양광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이 갈등이 되기도 하는 한편, 정작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임차농에게는 아무도 태양광 개발에 대한 찬반을 묻지 않는다. 해당 농지가 생계의 근간이 되는 농민들에게는 되레 농지에 대한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뒷걸음치는 친환경 농업, 농약 인증제의 모순

 사람들이 점점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며 돈을 더 주고서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임에도, 시행 30년이 넘은 친환경농축산물인증제와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 수가 2020년을 정점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년 이상 화학 비료와 합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고, 무농약 인증의 경우 합성 농약은 불가능하지만 화학 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정도 사용해야 받을 수 있다. 

[자료 3. 농약을 살포하는 드론]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친환경 인증은 농사 과정이 아닌 결과에 따라 심사가 진행된다. 신청 농가의 농산물이나 토양 검사에서 나온 농약검출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문제는 해당 농민이 농약을 뿌리지 않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살포된 농약이 바람을 타고 유입되면 인증이 취소된다는 것이다. 최근 드론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는 농가도 늘고 있고, 야산 인근에서 항공방제를 하는 경우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시료 채취 시에도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농민 개인이 이러한 문제를 증명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일정치 않은 경우가 많아 친환경 인증이 취소될 경우 판로가 막혀 1년 농사가 무의미해질 수 있어 정확한 농약 인증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기후 위기 속 농민 권리 보장 위해

 도시에 살다 보면 농업에 대해 먼 곳의 이야기처럼 인식하기 쉽다. 물가 상승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업은 식량 위기의 시대에서 식량 자급률 제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극심하게 겪는 지역의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대다수의 소멸 위기 지역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경제적 근간이 되는 농업에 주목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폭우에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는 농민의 모습을 뉴스에서 짧게 넘기고 잊어버릴 수는 없다. 농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민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4. 영농형 태양광]

출처 : 국민일보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응하고 환경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농민이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과정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가 필요하다. 또한 친환경을 위해 해치는 환경의 딜레마에 대해서도 우리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농지 태양광 설치나 대규모 산단 개발로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는 등 농지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영농형 태양광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발전만 하는 농촌형 태양광 발전과 달리 태양광 모듈을 작물이 햇빛을 받거나 농기계들이 작업할 수 있는 높이에 설치해 경작과 발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농작물 수확량은 일부 줄어들지만 전력 생산을 통해 농지의 생산성이 늘어날 수 있다. 농민들은 발전 업체로부터 토지 임대료를 받거나 직접 패널을 설치한 경우 전력을 판매할 수도 있어, 여러 규제가 해결될 경우 농업 소득이 감소하는 농민들에게 또 다른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활발한 기술적, 정책적 논의와 지원을 통해 기후 위기 속에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농민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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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속에서 농민의 권리는 어디로]

1) 김벼리, 정석준, " “김치전골? 안 됩니다”…배추값 폭등에 귀한몸 된 ‘김치’ ", 헤럴드경제, 2024.09.25.,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925050435

2) 최서윤, "2만원 배추에도 강건너 불구경?…식량 안보가 걱정이다[기후로운 경제생활]", 노컷뉴스, 2024.10.13.,
https://www.nocutnews.co.kr/news/6225920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41013092414

3) 홍기원, "[농민권리를 외치다①] 기후변화·식량위기 시대…희생 강요당하는 농민들", 투데이신문, 2023.09.23.,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433

[태양광 개발로 사라지는 농지]

1) 김리안, ""태양광 때문에 굶게 생겼다"…결국 금지법 꺼내든 나라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한국경제, 2024.10.0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244600i

2) 홍기원, "[농민권리를 외치다③] 농민이 농지 지킬 수 있는 권리 인정해야", 투데이신문, 2023.10.10.,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969

[뒷걸음 치는 친환경 농업, 농약 인증제의 모순]

1) 홍기원, "[농민권리를 외치다⑤] 뒷걸음치는 친환경 농업…흩날리는 농약까지 농민 탓", 투데이신문, 2023.11.08.,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738

[기후 위기 속 농민 권리 보장 위해]

1) 농림축산식품부, "‘농지보전·수익창출’ 두 토끼 잡을 ‘영농형 태양광’ 도입 추진", 정책브리핑, 2024.04.23.,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28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