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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탈영병 잡는 군대, 기후변화는 못 잡는가?

by R.E.F. 20기 조현욱 2021. 10. 26.

탈영병 잡는 군대, 기후변화는 못 잡는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조현욱

 

 수많은 나라가 산업,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 중립을 추진해나가며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 규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가령, 수송분야에서는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없이 전기나 수소를 이용한 친환경 자동차 도입을 가속화하고, 주택분야는 외벽을 대체하는 태양광 모듈을 부착하는 등 친환경 주택 건설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을 하지도, 해야 할 의무도 없는 사각 지대의 분야가 있다. 바로 군사 분야다. 기후위기 협정에서 군사 분야는 탄소 배출량을 명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군사 활동 중 발생하는 탄소가 아무리 많이 배출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살펴보더라도  2018년을 정점으로 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가 줄어드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온실가스 관련 통계가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외한 수치만을 나타낸다. 즉, 실제로는 표면적인 양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는 이러한 불투명성을 구실로 수많은 탄소 배출을 감행하며 군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군대가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군대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것일까?

 

[자료 1. 표면적인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

출처 : 중앙일보

 

군대가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양상

첫 번째는 군사 활동 자체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모든 군사력과 군사 임무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한다. 특히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모든 군사적 업무는 ‘석유’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잠수함 등 핵발전으로 운영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항공유, 각종 무기의 연료, 탐지 시스템, 교신 네트워크, 군 시설의 유지와 이용 등 대부분의 군적 요소가 석유 공급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가령, 미국의 대표적인 군용기인 B-2 스텔스 전량 폭격기 한 대는 2만 5600갤런의 제트유를 통해 1마일 비행당 4.28갤런을 소비하며, 이 과정에서 250 환산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자료 2.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b-2 스텔라 폭격기 ]

출처 : GN - 천문 처녀자리 사자자리 별자리 전설

 

두 번째로 군사 분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자원들을 모두 흡수해버린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전환시키려면 재생에너지 확충, 기후재난 피해 복구 등에 필요한 많은 공공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국가들은 기후재정보다는 군사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고 있으며, 국가 예산은 한정도어 있기 때문에 군사비용에 더 많은 비용이 나갈수록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자원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방예산은 46.7조원이었으나, 환경부의 기후변화대응 예산은 792억원에 그쳤다. 이는 국방예산의 1/400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얼마나 기후위기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사분야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

이러한 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은 미미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기후변화 협약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불투명하게 함으로써 자국의 안보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을 보였다. 가령, 1997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해 협의한 교토의정서만 보더라도 그들은 자국의 안보를  추구함으로써 군대에서의 탄소 배출을 허용하였는데 큰 일조를 하였다. 특히 선진국, 미국은 그 당시 군사 배출량 5대 보고와 가능한 감축을 협정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그 결과 표면적으로 보이는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비교적 최근에 마련된 파리기후협약에서조차 군사부문 배출량을 감축할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으니, 이는 얼마나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역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은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 제 9조에 따라 통계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표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보다 훨씬 적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위와 같은 탄소 배출에 대한 군대의 불투명성은 결국 기후변화의 정도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한 군대의 움직임과 그 한계

그렇다고 그들이 완전히 군대의 탄소 배출을 방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군대와 국가는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일부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각 군, 국직부대, 국방부 소속 및 산하기관의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절약 추진을 마련하여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훈련을 통폐합함으로써 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이때 필요한 장비의 운행 또한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것일까?

1) 휴대용 태양 전지 패널

현대의 대부분의 군사 전략에서 첨단 기기의 사용이 필수불가결하다. 통신을 위한 무선기, 총에 장착하는 조준경, 전략 전술을 위한 컴퓨터 등은 모두 군사 훈련에 필요한 첨단기기로, 이들은 모두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이동이 잦은 군사 훈련에서 배터리를 계속해서 들고 다니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전기 소비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한다. 따라서 태양광 충전 패널을 군용 차량 등에 설치하여 5-6시간 안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료 3. 휴대용 솔라 패널을 이용하는 군인 ]

출처 : GE 코리아

군사 훈련 시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화물 운송이 끊임없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때 화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야기한다. 이를 위해 사람이나 차량이 직접 운송하는 것이 아닌 드론과 같은 무인 화물 운송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피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500마일 내에 500~3000파운드의 화물을 운송 가능한 무인화물 운송 시스템을 발주하여 군사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이 외에도 바이오 연료의 재활용, 녹색함대,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군사 분야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자료 4. 연료 보급을 위해 무인 시스템으로 연료 낙하하는 모습 ]

출처 : GE 코리아

다만, 이러한 해결책들은 자본력이 강한 미국 등의 일부 나라에 국한되며, 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결론

근본적으로 군대의 탄소 배출을 해결하려면 우선 이에 대한 군대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군사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탄소가 배출되는지가 안보상의 이유로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면 이를 위한 해결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방부, 군대, 정부가 함께 협력하여 군사비 지출을 감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국방비를 연평균 6.7% 증가한 52조 8410억으로 책정하는 등 군축은커녕 군사비를 늘리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대에 역행하는 위와 같은 행동이 아닌 군사비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공공재원 마련인 것이다.

우리 세대는 탄소중립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군비감축, 온실가스 배출의 투명성 보장 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열쇠를 우리 손으로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억하자. 안보상의 이유로 지키려던 군사활동이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참고문헌

[군대가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양상]

1) 이정필, 일다,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의 주범이자 결과", 2012.08.02,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의 주범이자 결과 (ildaro.com)

2) 앤드류 미써번, "기후 파괴를 부추기는 군사주의", 2020.02.13, [지구종말 100초 전] 기후 파괴를 부추기는 군사주의 – 전쟁없는세상 (withoutwar.org)

[군사분야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

1)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를 원한다면 기후위기에 맞서야한다",2020.04.29, [기고]평화를 원한다면 기후위기에 맞서야한다 – 기후위기와 군사주의 | 녹색연합 (greenkorea.org)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한 군대의 움직임과 그 한계]

1) GE 코리아, GE 코리아 공식 블로그 ,"군대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9가지 방법", 2013.07.18, 군대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9가지 방법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결론]

1) 최성희, "군축없이 제주와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가", 헤드라인제주, 2021.09.23, 군축없이 제주와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가 - 헤드라인제주 (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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