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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타

사용후핵연료, 미완의 과제

by R.E.F. 20기 윤진수 2021. 11. 29.

사용후핵연료, 그 미완의 과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윤진수

 

사용후핵연료란?

<자료1. 경북 경주에서 운영 중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중·저준위방폐장에 반입된 중·저준위방폐물을 넣은 드럼통>

출처 : 영남일보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에서 3~5년간 쓰고 남은 핵연료(폐 연료봉)를 말한다. 강한 방사선과 고열을 방출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현재 국내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있어 영구적 폐기 또는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장갑, 옷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구별된다. 우라늄, 제논, 세슘, 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방사능 발생 정도를 보면 일반적으로 1,000MWe 용량의 전형적인 경수로 원자로에서 연간 약 20~30MTU(Metric Ton of Uranium)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또한 경수로에 비해 중수로 원자로인 CANDU(Canada Deuterium Uranium) 원전에서 단위 출력당 더 많은 양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된다.
현재 국내에는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약 1만 4천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분하기 위한 최종 처분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까지 약 50만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임시로 저장 중이다. 이미 저장용량이 포화에 이르러 건식저장시설을 증설 중인 월성원전을 비롯해, 10년 내로 한빛·한울·고리원전이 순차적으로 포화에 이를 것이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는 친원전과 탈원전의 논의는 건너뛰고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방법과 관리 차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사용후핵연료 무엇이 문제인가?
원자력발전의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능이 자연 상태 수준으로 낮아지기 위해서는 수십만 년 이상 인간계와 격리시켜 보관해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한 방폐장 건립에 대한 문제와 한·미간 재처리를 위해 파이로프로세싱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진 핵폐기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용후핵연료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이다. 핵발전소 이용률이 매년 달라지지만 원자력발전을 지속하는 한 매년 약 600여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발생된다. 현재 약 1만 7000여 톤이 원전 부지 내에 보관되어 있지만 원전을 운영하면 보관해야 하는 양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한울원전의 경우 저장용량은 7천066다발인데 현재 저장량은 86.9%인 6천141다발로 2030년쯤 초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원전은 1호기가 100% 저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총 저장용량 8천038다발 가운데 현재 저장량은 83.8%인 6천737다발로, 오는 2031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전도 2029년이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장용량 9천17다발 중 현재 저장량은 74.2%인 6천691다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대책이 없다면 발전소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월성원전의 경우 2022년 초까지 부지 내 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저장시설의 포화로 인해 월성 2, 3, 4호기까지 중단 예정이었으나 공론화를 통한 맥스터(저장시설) 증설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 바 있다.

<자료2.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출처 : 영남일보

최종 처분장을 만들기까지는 장기간의 시일이 소요된다. 최소 수십만 년 이상 인간계와 격리시킬 수 있는 부지를 선정해야 하고 까다로운 시공과 인허가 기준을 맞춰야 한다. 특히 부지 선정은 지역주민의 동의하에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으로 과거 국내에서 추진된 부지 선정 사례를 감안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포항을 비롯한 16개 지자체로 구성된 전국 원전 인근 지역 동맹이 광역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설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동맹은 성명서를 통해 임시저장시설에 43년간 보관되고 있는 51만 다발의 사용후 핵연료를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원전이 없는 광역 지자체에 분산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임시저장시설뿐만 아니라 최종 저장시설도 님비현상으로 유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법’의 부재도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우여곡절 끝에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법제화했으나 최종 입법 단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이유였다. 5년 전의 이야기다. 이 시급한 현안을 두고 5년을 허비한 셈이다.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제정, 사회적 합의에 조금 더 다가가다.
이번에 발의한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의 공정한 추진을 위해 독립적인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적 행정위원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위원회’를 설립한다. 위원회는 기존에 산업부가 수립하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밖에도 사용후핵연료를 방사성폐기물로 처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원자력진흥위원회로부터 이관되며, 고준위 방폐물 정책의 공론화, 관리 시설 부지 선정,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기술 개발과 인력양성 등 포괄적인 고준위 폐기물 관리 업무를 신설 위원회가 맡는다.
중간저장과 영구처분시설의 입지를 선정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의 큰 틀이 최초로 법에 마련된다. 부지 선정에서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2단계에 걸쳐 확인함으로써 주민 수용성을 두텁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유치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신청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확인하고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심층조사 이후 최종 선정 단계에서 주민 투표로 다시 한번 주민 의사를 확인한다.
주목할 부분은 후보 부지가 다른 지자체와 인접한 경우에는 인접 지자체까지 의견수렴에 참여하게 된 점이다.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인접 지자체장과도 협의를 거쳐야 하며, 최종 결정의 주민 투표에도 인접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다. 그간의 중·저준위 방폐장 선정과 원전 수명연장 문제에서 되풀이된 지역간 갈등과 주변지역 주민의 우려를 최소화할 장치로 마련됐다.

해외의 고준위방폐장 건설 현황
현재 국내는 2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1만4천 다발의 고준위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나 중간·영구 처분시설 등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까지 50만 다발의 고준위핵폐기물이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 중이다.
세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핀란드·스웨덴·프랑스는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확보했다. 미국·캐나다 등 22개국은 고준위핵폐기물을 40~50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 저장시설을 갖췄다.
핀란드는 원전 의존도가 30%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정책이 가장 앞선 나라다. 핀란드는 지난 1983년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영구 저장시설 부지 물색에 나서 17년 만인 2000년 올킬루오토섬을 고준위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영구 처분시설의 건설 허가를 받았다. 포시바는 건설·운영을 맡아 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다. 현재 건설 인허가를 신청하고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대규모 고준위 방폐장 '시제오(CIGEO)' 건설에 착수한다. 오는 2035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2020년대 중반~2030년대 초반에 영구 처분장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영국은 1997년 후보지를 선정하려다 지역주민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자 2000년 우리나라처럼 공론화 방식으로 바꿨다.

<자료 3. 세계 최초로 핀란드가 올킬루오토섬에 건설 중인 고준위방폐물 영구 처리시설 공사현장>

출처 : 영남일보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의 중요성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 매일 쏟아지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수치상으로 본문에 나타내져 있지만 이를 보관할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발전소 내부 임시저장고에 보관만 해둘 뿐이다. 2005년 경주에 방폐장을 지을 때도 온갖 논의와 논쟁이 있었다. 이는 중·저준위핵폐기물 방폐장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고준위핵폐기물 방폐장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부지 확보에만 최소 10년, 중간저장시설 및 지하 연구시설 건설 등에 약 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월성원전을 제외한 모든 원전의 임시 저장고의 90% 이상이 가득 찼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한참 늦었다.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는 친원전, 탈원전 논쟁과 달리 이미 사용하고 있는 원전에서 계속 나오는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을 마냥 발전소 내부의 임시저장고에 무한정 보관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값싼 전기 요금과 블랙아웃 없는 전력소비를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핵폐기물 방폐장 문제를 계속해서 폭탄 돌리기만 해서 될 일인가? 이 문제를 언제까지 다음세대로 떠넘길 것인가.


참고문헌
[사용후핵연료란?]
1) 김인환,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제정 ‘실마리 찾는다’”, 산업일보, 2021.09.16.
http://www.kidd.co.kr/news/224154
2) “사용후핵연료”,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9070&cid=43667&categoryId=43667
3) “사용후핵연료”, 한경 경제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80253&cid=50305&categoryId=50305
[사용후핵연료 무엇이 문제인가?]
1) 박진홍, “월성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저장률 98.2%…내년 3월이면 포화”, 매일신문, 2021.10.07.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1100716475047306
2) 송종욱, “[원전 이슈 분석 ①]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국내 유일 월성본부만 운영…7기 추가 건설”, 영남일보, 2021.07.10.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710010001140
3) 조성돈, “[특별기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굿모닝경제, 2021.08.05.
http://www.kp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352
4) KBS지역국, “[여기는 포항] ‘광역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설치 촉구’”, KBS뉴스, 2021.10.25.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08969&ref=A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제정, 사회적 합의에 조금 더 다가가다.]
1) 김인환,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제정 ‘실마리 찾는다’”, 산업일보, 2021.09.16.
http://www.kidd.co.kr/news/224154
[해외의 고준위방폐장 건설 현황]
1) 송종욱, “[원전 이슈 분석 ⑩] 사용후핵연료 처리 실타래 풀릴까…고준위방폐물 특별법 발의”, 영남일보, 2021.07.10.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91801000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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