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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전력계통

힘을 내요 슈퍼그리드 파~월~ : 동북아 그리드의 미래는?

by R.E.F. 18기 서현영 2021. 11. 29.

힘을 내요 슈퍼그리드 파~월~ : 동북아 그리드의 미래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서현영

 

작년 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송변전 확충 전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의 일환으로 한국과 중국을 잇는 전력망 사업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나라 간의 전력망을 연결해 에너지를 주고받는다는 슈퍼그리드의 개념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다양한 이유로 뒷전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최근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다시 시도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슈퍼그리드의 개념 및 현황]

[자료1. 한-중-일, 한-러 계통연계 계획]

출처 : 티엠솔루션스

슈퍼그리드란 무엇일까? 거대한 규모의 전력망(그리드)이란 의미로, 대륙 간 혹은 국가 간에 생산된 전력을 연결하여 서로 융통하는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를 말한다. 즉,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에서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로 슈퍼그리드를 통해 전력을 상호 공유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를 원하면서 중요한 정책으로 떠올랐다.

[자료 2. 동북아 슈퍼그리드 국가별 추진현황]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천연자원에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와 몽골 고비 사막의 태양광과 풍력 등 풍부한 청정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는 국영 전력 회사인 국가전망공사와 손을 잡고 2.4GW, 약 330km 규모의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 2019년 공동개발협약(JDA) 체결하였으며, 일본의 소프트뱅크 사와는 2.4GW, 약 340km 규모의 전력망에 대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긍정적인 경제성을 확답받은 상태이다. 러시아와는 로세티 사와 함께 3GW, 약 1000km에 해당하는 전력망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양해 각서를 체결하였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자료 3.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상 전원별 발전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탄소중립위원회

지난달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LNG 발전을 유연성 전원으로 사용하여 배출량이 잔존하는 B안(A안은 화력발전 전면 중단으로 전환 부문 배출량 0)에 전원별 발전량 중 동북아 그리드가 포함되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총 33.1 TWh(2.7%)의 적지 않은 전력을 동북아 그리드로 충당하겠다고 밝혀서, 앞으로 동북아 그리드의 추진이 가속화될 것이 예상되는 동시에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그 비율에 관한 것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하면 205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의 약 4배로 유지하여야 하는데 원자력 발전량도 줄고 석탄 발전도 중단한 상황에서 과연 신재생에너지 만으로 그 전력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불가능해진다면 부족한 전력은 동북아 그리드가 담당하게 될 텐데, 이는 수입 전력 의존이 심해지는 것이며 국제 정치 상황에 따라 전력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을 믿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미국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전력 볼모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안보의 문제이기도 한데, 2009년 러시아가 가격 인상을 위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잠근 사건과 2016년 중국의 사드 제재 사건에서 그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구축 가능성의 문제이다. 이는 2019년 이후 슈퍼그리드가 더 나아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은 북한을 지나게 될 텐데 북한이 과연 토지 이용료 없이 전력망 구축과 이용을 허용해줄 것인지 의문이다. 만약 토지이용료를 제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유엔 안보리의 독자제재를 위반하게 된다. 또한, 다른 참여국보다 높은 전기요금이 형성되어 있는 일본의 전력사업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반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우리나라에 많은 이점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전력 수요는 높지만 자원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에도 화석연료(석유, 석탄, LNG 등) 발전에 쓰이는 원료의 99%를 수입하고 있다. 미래에 이들이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로 전환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아시아 대륙 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청정에너지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국가 간 전력망 연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몽골의 풍력, 태양광 자원은 한중일 3개국 연간 전력 수요의 2배가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지역에서 값싼 전기를 수입함으로써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전기요금은 몽골의 2~4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대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2배가량 비싼데 이 요금 차이를 이용해서 공동 투자 후 국가 간 전력 도매업이나 전력망 사용료를 받는 방법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즉, 국가 간 전원설비를 공유할 수 있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겨울의 예비전력이 확보가 가능하며, 해외 전원 개발을 통해 경제성과 전원입지난도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슈퍼그리드의 장점에 대해 알고 싶다면 14기 변홍주, 15기 나혜인의 "슈퍼 그리드(Super Grid)를 통해 다가가는,한·중·일의 에너지전환은?" 기사를 참고하자.)

 

[북유럽 슈퍼그리드를 통해 배울 점]

그렇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슈퍼그리드의 원조 격인 북유럽 슈퍼그리드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북유럽 슈퍼그리드는 2009년 독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참여하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통해 단일 전력시장 구축을 지향하는 FOSG(Friends of the Supergird)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북해 연안의 대규모 풍력 단지와 독일의 지상 풍력 발전, 노르웨이의 수력 발전을 활용한 전력을 공유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총 3단계(20년, 30년, 50년)에 걸쳐 최종적으로 2050년에 500GW의 전력을 유럽 전력시장에 공급하게 된다는 계획이다.

[자료 4. 북유럽 슈퍼그리드]

출처 : 대한전선

이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최근 유럽이 기후 위기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으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위에서 나열한 슈퍼그리드의 장점처럼 북유럽은 평상시 서로에게 전력을 공급해줄 때는 평화로우나, 조금만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함께 위기를 겪게 된다. 먼저, 전력생산의 25%를 풍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전기요금에 1년 만에 7배 상승한 영국은 겨울철 성수기 전력을 프랑스에게 의존하였으나, 9월 프랑스와 연결된 2개(총 3GW) 중 2GW 송전망이 불타면서 에너지 수급 위기에 봉착하였다. 이어서 8-9월 폭염으로 인해 유럽 북쪽 지역에 강수량이 줄어들었다. 노르웨이는 평년 중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였으며 이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심각하게 줄어들며 북유럽 전력 가격이 1년 전보다 5배나 올랐다. 

이렇듯, 북유럽의 한 국가의 위기는 북유럽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폭염, 한파 등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이 큰 전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상 기후와 같은 상황은 지역적으로 인접하고 그리드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외적인 상황으로 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면,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가격은 치솟게 되고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그리드 참여국 전체의 에너지 인플레이션 위기가 초래된다. 따라서, 슈퍼그리드를 통한 전력 수출입으로 자국의 취약성을 증대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 국의 에너지 자립이 중요하다. 슈퍼그리드를 통한 전력 수급이 불가능해졌을 때 이를 대체해 바로 가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전망]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에너지 안보라는 큰 단점에 2019년 이후 눈에 띄는 발전이 없는 동북아 그리드는 당분간 조금씩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2022년까지 한-중 사업화 착수와 한-일, 한-러 사업 타당성 조사 완료를 추진하겠다 밝혔으며 중국은 계속해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슈퍼그리드 구축의 핵심기술인 HVDC(초고압 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이 점점 발전하며 장거리 송전 시의 손실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500kV급 케이블, 신재생 연계용 해저케이블, 국가 간 계통연계 장거리 800kV급(*세계 최고) 케이블 시험장을 구축하여 HVDC 사업의 기반을 다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기술적인 한계는 적은 와중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그 달성에 힘이 되어줄 슈퍼그리드가 앞으로 더 성장하길 바라며, 정부가 안보와 경제성 그리고 탄소중립 사이에서 적절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산업통상자원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1.04.19, http://www.motie.go.kr/motie/py/td/tdtotal/bbs/bbsView.do?bbs_cd_n=72&bbs_seq_n=210325

2) 205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21.10.18, http://2050cnc.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4&boardNo=101&searchCategory=&page=1&searchType=&searchWord=&menuLevel=2&menuNo=12

3) 전경웅, "[심층분석] 러시아·중국 전기 수입의 함정", 미래한국, 2019.01.13,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106

4) 한국중부발전, "아시아를 잇는 국제 전력망, 동북아 슈퍼그리드", 2021.10.15, https://blog.naver.com/komipo_official/222536885598

5) 한국전력공사, "한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험장 준공" ,2021.10.27, https://home.kepco.co.kr/kepco/PR/ntcob/ntcobView.do?pageIndex=1&boardSeq=21054031&boardCd=BRD_000117&menuCd=FN060306&parnScrpSeq=0&searchCondition=total&searchKeyword=

6) 황성철·장길수, 대한전기학회,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위한 기술 측면의 고려 사항", 2018.11,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828458594817.pdf

7) 김윤현, 서울경제,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 역내 에너지 공동체 만든다", 2018.01.11, https://www.sedaily.com/NewsView/1RUDXWFKUL

8) 새벽노을, "송전망 화재로 전력공급 어려움 겪는 영국 - 심상치 않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 (2)", 2021.09.16, https://blog.naver.com/ginius94/222507024793

9) 새벽노을, "수자원 부족으로 에너지 위기가 북유럽으로 확산 - 에너지 유로화 폭락", 2021.10.05, https://blog.naver.com/ginius94/22252657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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