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는 친환경적일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5기 김민서, 17기 정예진
태양광 에너지와 이차전지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과연 이게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문의 원인은 다 쓴 패널, 전지의 폐기 방식, 사용되는 소재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이차전지와 태양광 에너지만의 문제점일까.
아니다. 이 의문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연료전지에서도 그저 웃어넘길 수는 없는 문제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게 되면 부산물이 물밖에 없으므로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볼 수 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터빈을 돌리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도 없어 에너지 효율도 크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나 친환경적인 연료전지도 이 의문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일까. 이제부터 연료전지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자료1. 연료전지 발전 방식]
출처:한국전력
첫 번째 허점 – 폐연료전지 셀의 처리 문제
이론적으로 연료전지는 반영구적이다. 이차전지처럼 주기적으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전기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생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많이 쓰이는 연료전지인 SOFC의 경우 보통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물질의 열팽창계수가 중요한데 전극 활물질의 열팽창계수보다 커서 긴 시간 작동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성능이 저하가 일어난다. 그런 데다가 오늘날에는 연료로서 수소를 사용하기 어려워 탄화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응하지 못한 탄소가 음극 위에 쌓이면서 성능 저하를 가속화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연료전지 수명을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즉, 적어도 2030년부터는 연료전지 셀의 폐기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다 쓴 태양광 패널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폐패널의 폐기 기술이 이제야 연구되고 있다보니 지금 나오는 패널들은 그저 땅에 매립시키고 있다. 10년 후에는 연료전지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연료전지의 폐기 또는 재활용 기술에 대해 연구되어야 한다.
두 번째 허점 – 소재 문제
연료전지는 이차전지처럼 주로 중금속이 들어간 활물질을 사용한다. 따라서 폐전지에 들어있는 중금속들을 분리하여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많이 사용되는 물질인 코발트나 니켈은 광산에서 캐는 과정에서 심각한 토양오염이 발생하고 물 부족 사태까지 일으킨다. 이러한 이유에서 요즘은 이차전지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10년 뒤 폐연료전지 셀이 쏟아져 나올 것을 대비하여 연료전지에서 자원을 뽑아내는 기술도 개발될 필요가 있다. SOFC의 소재는 다양한 금속원소가 섞인 페로브스카이트이기 때문에 여기서 각각의 금속원소를 분리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저 환경오염 뿐만이 아니다. 수소차에서 사용되는 PEMFC에서 많이 사용되는 백금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고 남아프리카에 주로 매장되어 있다. 최근 수소차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백금 가격도 날이 갈수록 활발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래에는 마치 석유처럼 자원의 무기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연료전지의 재활용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자료2. 백금 가격 추이]
출처: 아시아경제
세 번째 허점 – 작동 온도 문제
연료전지는 실온에서 가동되지 않는다. PEMFC의 경우 80도, SOFC의 경우 600도 이상에서 작동한다. 그럼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이 열은 어디서 공급되는 걸까? 그리고 이 열을 식혀주기 위한 냉각장치는 어떤 에너지로 가동되는 걸까? 여기서 아이러니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전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료전지 효율은 이론적으로 8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소모되는 열에너지를 생각하면 이보다는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요즘은 좀 더 낮은 온도에서도 활발하게 반응을 일으키는 연료전지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네 번째 허점 – 연료 문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로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이다. 2020년 국내 설치된 전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배출된 연간 온실가스는 190만 톤에 달했다. 특히 5개 발전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레이 수소를 사용한 LNG 개질 연료전지 발전 온실가스 배출량은 548g/kWh에 이르렀다. LNG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량 389g/kWh에 대비해 무려 1.4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렇기에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자료3.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출처: 조선비즈
그렇다고 연료전지 발전을 멈춰야 할까? 그러기엔 연료전지가 가진 장점이 너무 매력적이다.
연료전지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불쾌감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 또한, 연료전지를 기저 열원 및 기저 전원으로 사용해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고, 타 지역으로부터의 외부 수열 이슈에 대한 지역주민 간의 대립도 경감시켜 지역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처럼 연료전지는 여러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에너지전환 선도, 계통 안정성이 탁월한 분산전원, 기저 열원·기저 전원, 국토이용 효율성 등 차별화된 장점들이 있다.
일본의 연료전지 대중화
일본은 일본은 아시아 국가중 가장 먼저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국가다. 오랫동안 시장 내 경쟁기업들의 꾸준한 연구개발과 관·민·학 간 협업으로 기술개발과 실증실험을 거듭하며,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가정용 연료전지의 본격적인 상품화 연구를 시작한 일본은 2009년 5월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정용 연료전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2020년 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09년 전국 보급 대수가 3,000대뿐이었던 에네팜이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약 33만 6,000대가 보급됐다. 2009년 대비 보급대수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에네팜(Ene-Farm)은 에너지(‘Ene’rgy)+농장(Farm)을 합친 조어로, 일본에서 가정용 연료전지를 지칭한다. 에네팜은 도시가스나 LP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한 열로 가정용 열수도 만들 수 있는 열병합 발전(Cogeneration) 구조이다.
일본이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서 찾을 수 있다. 화력 및 원자력발전소 등 기존 일본 전역 대부분의 전력을 책임졌던 발전소들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에너지 수급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기존 원전의 안전성 제고,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추진, 에너지절약, 열병합 발전, 스마트 그리드 그리고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분산발전시스템 도입 등에 정책의 초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가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또한, 일본 내 도시가스기업 및 지자체와 구축한 협력 체계는 연료전지 시장 확대에 공헌하는 결과를 낳았다. 도시가스기업들은 인프라를 활용해 에네팜 보급에 앞장섰고, 지자체들은 에너지 자립형 마을 조성에 앞장섰다.
[자료4. 일본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현황(단위: 만 대)]
출처: kotra
보급 성공 요인은 민관협력
일본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의 협력으로 수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성 예하의 NEDO(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일본 에너지 환경 분야와 산업 기술을 담당하는 독립 행정법인이다. 중장기 기술개발,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2020년 예산 규모는 14.4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이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소 분야는 R&D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반면 시장의 규모는 작다. 따라서 민간이 사업과 연구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NEDO는 연구개발과 경제적 지원을 통해 해외 수소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희토류 자원 확보와 관련하여, 2010년 과거 중국 정부는 동중국해에서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두고 격하게 대립했던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해 일본의 핵심 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 당시 일본의 산업계는 발칵 뒤집혔지만 결과는 일본 쪽의 완승이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희토류 대체 공급처 확보, 대체 재료 발굴, 희토류 사용량 저감기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가 2015년 5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란 판정까지 받은 중국은 2015년 1월 희토류 수출규제를 접는다.
일본이 자원의 무기화 사례에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단기적으로는 희토류 공급 확보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소지쓰 상사는 2010년 11월 일본 정부 기구인 JOGMEC와 공동으로 2억5000만 달러를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에 출자했다. JOGMEC의 출자금은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희토류 종합대책’ 예산 1000억 엔의 일부였다. 희토류 분쟁이 있었던 것이 9월, 경제산업성의 대책 발표가 10월, 라이너스에 대한 출자가 11월에 이뤄졌다.
2015년 경제산업성의 보고서에 의하면 희토류 사용량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에서 상업적 진척이 있었다. 기술 개발이 이렇듯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미 2007년부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문부과학성이 2007년에 착수한 ‘원소 전략 프로젝트’다. 20여 개 대학과 기업이 참가한 이 프로젝트에서 대체 재료에 대한 연구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고, 2010년 이후 희토류 대체 재료 개발에 그 연구 성과가 응용됐다. 2012년 3월에는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했고, 2014년 8월 중국의 규제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일본 기업은 2010년의 충격을 잊지 않고 지금도 희토류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 또한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된다. 원소전략 프로젝트는 자민당 정권에서 시작됐고, 희토류 종합대책은 민주당 정권에서 세웠다.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된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사후 평가서는 2015년 자민당 정권하에서 작성됐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참고문헌]
1) 김영배 기자,"[아침햇발] ‘일본 의존도 낮추기’는 이어져야 한다",한겨레, 2019.10.2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4485.html#csidxc7c83ec4f97bb12977b88ab78450726
2) 김정덕, 수소연료발전소, 친환경 원료 안 쓰는데 친환경인가, 더스쿠프, 2020.11.21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72
3) 박상준 교수,"일본은 어떻게 희토류 분쟁에서 승리했는가?[동아광장/박상준]",2019.07.27,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90727/96718620/1
4) 박세진 기자,"일본, 희토류 정부비축 물량 늘린다",연합뉴스, 2020.01.28,https://www.yna.co.kr/view/AKR20200128056800073
5) 손성창, 연료전지발전, LNG 대비…환경성과 경제성에서 '문제심각', 매일안전신문, 2021.10.19. https://www.ids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954
6) 송병훈, [연료전지 특집 시리즈] ③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서 연료전지는 왜 탁월한가?, 에너지데일리, 2020.06.11.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948
7) 정한교 기자,"일본, 가정용 연료전지로 수소사회 구현 나선다",인더스트리뉴스,2020.08.05.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145
8) 한국석유공사,"일본 수소 전략의 배경과 의도는 무엇일까?",GS칼텍스 미디어허브,2021.07.27.https://gscaltexmediahub.com/energy/column-japan-hydrogen-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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