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소통의 중심에서 입지선정위원회를 외치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9기 김아현
송전선로 사업, 결코 쉽지만은 않아
탄소감축을 위해 건설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증가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송변전설비도 늘어날 전망이다.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발전설비 증가에 따른 계통 연계방안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의 적기 접속을 위한 설비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한전은 오랜 기간 송변전 설비를 건설 및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한다. 하지만 송전선로나 송전탑과 같은 설비를 건설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못하다.
[자료 1. 지역별 전력수요 전망]
출처 : 한국전력공사 보도˙해명 자료
여러 장애 요인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주민과의 갈등이 송전선로 건설사업 계획을 변경하거나 잠시 중단하게 되는 원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들 수 있다. 송전탑에 의한 피해와 전자파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주민들은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줄까? 이 글에서는 송전선로 건설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자파에 대한 팩트체크와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전자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송전선로 사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파는 전계와 자계의 2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파동으로, 주파수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주파수가 낮은 순서대로 300Hz 이하의 극저주파(전력설비), 방송, 통신용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햇빛), 자외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의혹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송전선로나 변전소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몸에 해로울까?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은 밝혀진 바가 없고, 소아백혈병과의 인과관계도 미약하다고 발표하였다. 결론적으로, 전력설비 전자파에 의한 건강 이상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까? 이에 대한 답변은 ‘그럴지도 모른다.’이다. 세계 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는 극저주파 자계의 발암등급을 2B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2B 등급은 발암성 근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며, 절인 채소, 고사리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물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즉,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평소 먹는 김치와 비슷한 것이다.
[자료 2. 극저주파 자계와 전계의 발암등급 분류 ]
출처 : 한국전력공사 사이버 이해증진관
마지막으로,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전자파는 전력설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청소기, 인덕션 등 가전제품에서도 발생한다. 전력설비는 외관상 친숙하지 않고, 전력 공급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큰 전자파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덕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하면 6.19마이크로 테슬라이고, 송전탑으로부터 0m 지점에서 전자파를 측정하면 0.59마이크로 테슬라가 나온다. 즉, 측정된 수치로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전자제품보다 덜 위험하거나 비슷한 것이다.
입지선정위원회의 필요성
위와 같은 전자파에 대한 진실과 송전설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소통을 하는 기관은 바로 ‘한전입지선정위원회’이다. 한전입지선정위원회(이하 입선위)는 고압송전선의 입지선정 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객관적이고 자율적이며 투명한 운영과 합의를 통한 최적의 경과지를 선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지난 11월 18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전력설비 전자파 소통포럼에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윤성복 박사는 입선위가 이해당사자들 간의 관련 정보와 의견을 사실에 기초하여 상호 교환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상호 이해증진을 도모하여 전자계 위험의 안식격차와 관련 피해를 줄여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입선위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는 대화와 숙의를 통한 문제해결의 시대이기 때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험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주민 인식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를 해소하여 실질적 이익을 제고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자료 3. 제2회 전력설비 전자파 소통포럼]
출처 : ⓒ19기 김아현
입선위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소통'
그렇다면 입선위가 존재함으로써 송전선로 건설사업에서 주민과의 갈등은 해결되었을까? 올해 초 기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더 갈등이 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은 입선위가 명확한 해명이 없이 입선위에 참여해서 논의하자는 엉뚱한 대답만 되풀이하였으며, 설명회 개최 장소를 하루 전에 통보하기도 했고, 초반 시작단계에서부터 운영이나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입선위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입선위와의 소통 부재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입선위의 입장은 어떨까? 이에 대한 답변은 윤성복 박사가 맡았다. 윤성복 박사는 입선위와의 소통이나 회의에 대한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한 입선위를 구성할 때 몇몇 전문가들과 주민 대표로 이루어지는데 이들이 모여 회의를 하더라도 다른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를 한다며 이러한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주민과 입선위 양측 모두 소통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입선위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험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주민 인식 간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윤성복 박사는 위의 문제점을 파악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서로의 주장과 의견의 합리적인 소통이 필요하며, 견해차 좁히기와 합리적 공감대 형성이 송전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입선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송전선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제도와 법의 미비로 인해 갈등이 증폭될 수 있으며, 과학자와 대중의 인식이 달라 논리적인 사고를 전달하는 것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해결가능한 갈등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통을 담당하는 입선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견해차를 좁히고, 합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송전선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송전선로 사업, 결코 쉽지만은 않아]
1) 한국전력공사, "한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수립 및 발표", 2021.09.30, https://home.kepco.co.kr/kepco/PR/ntcob/ntcobView.do?pageIndex=1&boardSeq=21053616&boardCd=BRD_000117&menuCd=FN060306&parnScrpSeq=0&searchCondition=total&searchKeyword=%EC%84%A4%EB%B9%84
[전자파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한국전력공사 전자파 사이버 이해증진관, "[팩트체크1] 전력설비 전자파, 알고 나면 두려울게 없다!", 2021.03.25, https://elf.kepco.co.kr/ft/im/info02/info.do
2) 한국전력공사 전자파 사이버 이해증진관, https://elf.kepco.co.kr/ft/ms/index.do
[입선위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소통']
1) 박성율, "한전은 당장 입지선정위원회를 해산하라!", 새마갈노, 2021.02.04, http://www.eswn.kr/news/articleView.html?idxno=2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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