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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취재] 우리나라 순환경제, 순항하고 있는가

by R.E.F 18기 김채연 2021. 12. 27.

[취재] 우리나라 순환경제, 순항하고 있는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김채연, 오연지

 

[우리나라 재활용 통계, 진짜일까?]

열심히 분리수거 하는 사람들에게 허탈함을 안겨준 적이 있었다. 바로 깨끗하게 씻어서 버린 즉석밥 용기가 복합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거였다.  즉석밥 용기 말고도 여러 재질이 혼합된 화장품 용기 등도 재활용을 할 수 없다. 카페 로고가 그려진 일회용 컵은 색이 혼합되거나 녹는점이 달라져서 재활용이 안 된다. 알고 보면 재활용이 안 되는 제품들이 많은데 우리가 분리수거한 폐기물, 정말로 재활용이 잘 되고 있는 걸까?

재활용 통계를 확인해보기 전에 폐기물 분류 체계를 살펴보자. 폐기물은 크게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뉘는데, 사업장폐기물은 사업장 일반과 5t 이상의 건설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의 지정폐기물로 구분한다. 사업장폐기물 외의 폐기물은 모두 생활계 폐기물로 분류하는데, 가정에서 배출하는 일반, 재활용, 음식물류의 폐기물이 해당하며, 5t 미만의 건설폐기물도 생활폐기물로 구분된다.

[자료 1. 폐기물관리법 상 폐기물 분류 체계]

출처 :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폐기물 통계는 각 시설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처리시설로 반입되는 양의 합을 더하여 계산한다. 달리 말하면 폐기물 발생량은, 통계가 집계되는 방법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시설 반입량이다. 그 때문에 무단으로 버려진 폐기물은 집계가 되지 않는다. 

[자료 2. 폐기물 종류별 재활용량(2019년) ⓒ18기김채연 재정리]

출처 :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이렇게 구분된 폐기물이 매립, 소각, 재활용을 통해 폐기되는데,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총 반입된 폐기물 중 6.1%가 매립, 5.2%가 소각되고 재활용이 8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재활용률을 폐기물 종류별로 구분해보면 <자료 2> 와 같다.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량도 50%를 훌쩍 넘긴 59.7%이고, 사업장폐기물은 82.6%, 양으로 따졌을 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건설폐기물은 무려 98.9%가 재활용되었다. 재활용이 힘든 의료폐기물이나 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하는 지정폐기물도 62.5%가 재활용되었다.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자원 순환은 순항 중이다. 그러나 과연 이 통계가 사실일까?

자세한 내막을 살피기 위해 폐기물 분야 전문가인 공주대 환경공학과 오세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3가지 쟁점을 도출해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재활용 통계의 내막, 3가지 팩트]

1. 우리나라 폐기물 통계, 정확한가?

오세천 교수는 "폐기물 통계가 ‘정확’하다고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국가별로 폐기물 통계를 집계하는 기준이 달라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별 기준을 비교해보면 어떠한 기준을 지향해야 할지는 알 수 있다. 현재 유럽의 경우에는 폐기물 처리장으로 100t의 쓰레기가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40t이 재활용되고 60t이 잔재물로 남는다면 40t만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를 한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우리나라는 생활폐기물의 경우 폐기물처리장으로 들어가는 100t 전체를 재활용 지표로 사용한다. 재활용센터로 보낸 이후 처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재활용했다고 집계한다는 것이다.

 

2. 재활용 통계 방식의 현주소, 개선점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재활용 통계를 *에너지회수재활용과 *물질재활용을 하나의 재활용 지표로 합쳐서 집계한다.

*에너지회수재활용(energy recovery) :  재활용가능자원으로부터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에너지를 회수(回收)하거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물질재활용(material recycle) : 원료로 다시 회수해서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회수재활용의 경우 연소가 필요한 방식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물질재활용이 더 나은 선택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물질재활용은 연소(에너지회수재활용)보다 더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하므로 우리나라는 에너지회수재활용의 비율이 더 높은 실정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나라는 에너지회수재활용과 물질재활용을 구분하지 않아서 환경에는 더 안 좋지만 쉬운 방식인 에너지회수재활용으로 총 재활용 수치를 높여왔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유럽도 물질재활용과 에너지회수재활용을 별도로 목표를 세우고 물질재활용 비율을 높이려고 힘쓰고 있다.  오세천 교수는 ‘물질재활용과 에너지회수재활용을 분리해서 목표를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며, ‘물질재활용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3. 물질재활용,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물질재활용과 관련해서 순환 경제를 논할 수 있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말한다. 순환경제는 ‘자원채취(take)-대량생산(make)-폐기(dispose)’가 중심인 기존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폐쇄형 루프(closed loop)라고도 하며 이 중 핵심은 재활용(recycle)이다. 최근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통해 물질순환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열화학적으로 분해해서 플라스틱의 생산에 필요한 기초원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자원순환이다. 이외에도 기계적 재활용이 있으나 분리/선별의 한계뿐만 아니라 재활용 단계에서의 품질 저하 이슈가 있다. 이 말인즉슨, 재활용을 통한 재생 플라스틱은 몇 번 루프를 돌면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에 기계적 재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질재활용 중에서도 기초소재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이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오세천 교수는 아래 자료와 같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폐기물의 재활용 산업’과 재생 원료를 사용하는 ‘소재 산업’과의 연결이 순환경제의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료 3. 우리나라 산업구조 ⓒ18기오연지]

또한 순환경제라는 것은 단순히 위 여섯 개의 주체를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며, 그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방향으로 흐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흐름에 대한 물질 분석이 되어야만 순환경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오세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폐기물 통계의 문제점과 앞으로 폐기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도권 매립지의 매립 용량이 2024년이면 포화에 다다른다는 점에서 그 이후 대책을 빠르게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폐기물의 완전한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폐기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쌓아두고, 묻어둘 뿐이다. 우리는 폐기물 산업에 관한 문제도, 일단 보이지 않는 곳에 쌓아두고 있는 것 아닐까? 정확한 폐기물 통계와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다. 현시점으로는 제대로 된 집계조차 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폐기물 관리 감독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폐기물 관리 감독이 잘 돼야,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 알맞은 조치를 하고, 정확한 집계를 해야 정확한 통계가 나온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순환경제로 나아가는 준비를 할 수 있다.

순환경제의 완전한 성공은 생산, 소비, 재활용 등의 모든 분야가  순환경제의 원형 안에서 무한히 돌고 도는 것이다. 이 말은 생산, 소비, 재활용 각 경제 주체들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오세천 교수는 “순환경제는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다. 미래의 기업 가치를 고려한다면, 기업들도 순환경제에 올라타야 하며, 이러한 기업에 정부도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여기에 우리는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소비자인 우리도 책임 있는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이 필요하며, 재활용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출처 

1. 2019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2020

2. 한국경영신문, 폐기물 에너지회수와 물질재활용 별도로 관리해야, 2021.11.27, https://blog.naver.com/agamool/22257080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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