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기후변화가 죽인 벌들, 경제적 재난이 시작되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하진
19기 김승호 선배님의 "이른 봄 꽃, 아직 일할 준비가 안됐습니다." 기사의 Remake 버전입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시고 배려해주신 김승호 선배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꿀벌 실종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다
지난 4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78억 건의 꿀벌 연쇄 실종 사건, 무엇을 알리는 시그널인가’라는 제목으로 올해 봄 전국적으로 일어난 꿀벌 실종 사건을 다루었다.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꿀벌과 기후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올해에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국내 꿀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뚜렷하게 감소해왔다. 기후 변화에 의한 꿀벌의 감소는 양봉 업계 뿐만 아니라 농업 전반, 그리고 우리의 삶까지 영향을 준다. 이 기사를 통해 꿀벌의 감소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경제적 재난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자료 1. 꿀벌]
출처 : brown and black bee on blue flower photo – Free Augsburg Image on Unsplash
기후 변화와 꿀벌 개체 수의 관계
꿀벌은 전 세계 식량 재배에 핵심적인 역할을 가진다. 수많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은 과일과 채소의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이를 사료로 삼는 유제품과 육류의 생산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식물을 원료로 하는 약품과 섬유 등 공산품의 생산에도 영향을 준다. 꿀벌이 사라져 꽃가루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량 고갈과 사막화 현상이 발생해 인간의 생존이 위협당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문제는 꿀벌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꿀벌의 개체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온도, 먹이, 천적, 전염병, 화학물질 등으로 다양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요인이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의한 불규칙한 온도는 그 자체로 꿀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꿀벌은 봄부터 가을까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고, 겨울에는 벌집 안에서 월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벌들이 월동에 들어가는 11, 12월에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꽃이 피자, 계절을 착각한 꿀벌은 벌집에서 나왔다가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 의해 폐사하게 된다. 문제는 이듬해 봄에도 이어진다. 꿀벌 집단에는 여름 일벌과 겨울 일벌이 있다. 여름 일벌은 따뜻한 날씨에 꿀과 꽃가루를 모은다. 겨울 일벌은 월동 동안 온도를 유지하고, 이듬해 봄 새로운 일벌을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3, 4월 기온이 높아지며 꽃들의 개화 시기가 당겨지면 새로운 일벌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봄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저온 현상은 온도에 예민한 꿀벌의 발육 저하와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 변화, 밀원수 부족으로 이어지다
기후 변화는 꿀벌의 먹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를 밀원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밀원수종은 아까시나무로, 5~6월에 만개하며, 국내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온난화 현상으로, 아까시나무의 개화 시기가 불안정해졌으며, 지역 간의 개화 시기 간격이 감소했다. 남쪽과 북쪽 지방의 개화기가 겹치며, 꿀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었다. 또한, 기후 변화로 냉해, 가뭄, 폭우 등의 이상 기상이 더 자주,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밀원수들도 피해를 보아 꿀벌들도 먹이를 안정적으로 얻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촉발된 산불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올겨울 강수량은 평년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양을 기록했다. 이는 건조한 날씨로 이어져 봄철 대형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경상북도와 강원도, 전라남도는 산불 피해가 집중된 지역이자 동시에 양봉업 종사자가 집중된 지역이기도 하다. 양봉업 특성상 산림 인근 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산불에 의해 숲이 불타면 숲이 복원될 때까지 다년간 양봉이 불가능하다. 또한 소실된 밀원수가 복원될 동안, 일부 지역으로 양봉업이 밀집되면서 벌들의 활동 구역이 겹쳐 양봉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기후 변화는 벌을 위협하는 간접적 요인까지 촉진한다
꿀벌들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천적과 전염병, 그리고 농약 등의 화학물질까지 벌들을 위협한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은 기후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꿀벌에게 가장 치명적인 해충은 꿀벌응애이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유충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다. 꿀벌응애는 기온이나 강수량에 따라 발생하는 시기가 달라지는데, 불규칙한 기후 변화로 농가에서 방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한다. 또한, 꿀벌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기생충과 전염병은 기온이 상승할수록 활동이 촉진되어 꿀벌을 병들게 만든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꿀벌 서식지의 남방한계선이 상승하여 꿀벌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아열대 기후에서 활동하는 등검은말벌이 국내로 진출하며 꿀벌의 포식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꿀벌은 기온에 의해 밀려나고, 말벌들에게 잡아먹히며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중이다.
기후 변화는 농업 화학물질의 사용량까지 증가시킨다. 기온 상승은 병충해가 적도 지역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확산하도록 한다. 또한, 이러한 병충해의 발생 시기를 앞당기며, 해충의 개체 수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기후 변화는 식물 병원체 감염 위험 또한 증가시킨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농약과 살충제 등 화학물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화학물질 사용의 증가는 꿀벌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이제 사치일 뿐이다. ‘기후 재난’은 시작되었다
꿀벌이 사라지며 일차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양봉업자이다. 벌들이 사라지니 생계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귀농, 귀촌 인구가 저자본으로 시작하기 쉬운 양봉업을 선택하며 양봉농가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라 벌꿀 흉작은 매년 논의되었으며, 올해 봄 ‘꿀벌 실종’ 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 경상남도, 경상북도 등 지자체들이 꿀벌 피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꿀벌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꿀벌이 사라지며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이차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설작물 중 약 70%는 벌의 도움을 받아 수분이 이루어진다. 정상적인 수분이 이루어져야 열매가 맺히고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봄 꿀벌들이 사라지며 3월 중순 수박과 딸기 등 수분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다. 올해의 꿀벌 실종 사건이 수박 작황에 미친 피해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작물이 재배되고 판매되는 시기에 우리가 그 영향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이 사라진 농가에서는 인공적으로 수분을 해야 한다. 인공 수분의 문제는 생산 비용의 증가이다. 농촌진흥청의 실험 결과, 꿀벌을 이용할 때 인공 수분 작업에 비해 착과율(꽃에서 과일이 만들어지는 비율)이 3배 이상 높았고 비용은 인공 수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봄에는 꿀벌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사람 손으로 일일이 인공 수분을 진행했고, 이 부분의 인건비가 생산 비용에 더해졌다. 또한, 인공 수분 작업을 위해 꽃가루은행을 이용하거나 인공 물기, 드론 등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농가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비용은 생산 원가의 상승, 결과적으로 소비자가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꿀벌의 실종으로, 올해 식품 가격이 잠재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비용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원료 가격 상승은 사료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사료업체와 축산농가에도 타격을 준다. 축산업은 빠른 업종 전환이 어려우며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이 소요되어 농가는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첫째, 원료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 지원으로 농가를 부양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가격 안정을 위해 원료를 외부로부터 수입해오는 방법이다. 정부 지원으로 농가를 부양하는 것은 원료 가격의 상승이 일시적이며, 곧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료 가격 상승의 원인이 기후 변화라면 자연적으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작으며, 우리가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문제이다. 또한, 정부 지원금은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정부 예산이 투입될 다른 정책이 존재하거나, 국민의 반대에 부딪힌다면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럼, 외국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여기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일차적으로 국내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농가가 피해를 볼 것이며, 더 넓은 관점에서는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발생한다. 만약 외교적 문제로 수입이 불안정해지거나, 수입국에서 해당 원료의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기후 변화가 단순히 우리의 식탁을 넘어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꿀벌의 실종이 미치는 파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원재료비의 상승은 식품 뿐만 아니라 의약품, 공산품등 사회 전반의 물가를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물가 상승은 사회의 저소득층부터 타격을 입힌다. 엥겔 지수란 가계 소비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낮을수록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소득층일수록 엥겔 지수가 높아 식료품의 가격 인상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소득이 작기 때문에 작은 물가 상승률에도 큰 타격을 입고, 식료품비의 비율이 증가한 만큼 주거, 여가, 교육에 사용할 지출을 줄여야 한다. 기후 변화는 꿀벌의 실종으로, 식료품의 가격 인상으로, 그리고 사회의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단순히 꿀벌농가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알았던 일이 국가적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식량 문제가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진지하게 경고하고 싶다. 당장 올해부터, 우리는 식료품의 가격이 상승한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식량 문제의 첫 단계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추는 방법은 단 하나, 당신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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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 봄 꽃, 아직 일할 준비가 안됐습니다.", 19기 김승호, 이른 봄 꽃, 아직 일할 준비가 안됐습니다.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울진 산불, 정말 인재였을까?", 20기 서범석, 20기 조현욱, 21기 김하진, 21기 심찬우, 21기 이현서, 울진 산불, 정말 인재였을까? (tistory.com)
참고문헌
[기후변화가 죽인 벌들, 경제적 재난이 시작되었다]
1) 안혜민, SBS NEWS, "[마부작침] 꿀벌 실종 사건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2022.03.27, [마부작침] 꿀벌 실종 사건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 SBS 뉴스
[기후변화와 꿀벌 개체수의 관계]
1) 박설민, "[멸종저항보고서③]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시사위크, 2020.03.10, https://www.sisaweek.com/news/curationView.html?idxno=131817
2) 이용식, "꿀벌이 사라졌다…실종 원인 분석해 보니", SBS NEWS, 2022.03.13,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73944&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기후변화, 밀원수 부족으로 이어지다]
1) 이현우, "위기의 양봉산업, 해법은 없나 <상>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꿀 생산량", 한국농어민신문, 2020.08.11,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804
2) 김수경, 김태경, 윤석희, 장근창, 임혜민, 이위영, 원명수, 임종환, 김현석, “최근 12년간 아까시나무 만개일의 변화와 과정기반모형을 활용한 지역별 만개일 예측.” 한국산림과학회지, 110, 3, 322-340, 2021.
3) 유병탁, "꿀벌 실종에 산불피해까지…양봉업자들 "생계 막막"", 경북일보, 2022.03.23,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7446
[기후변화는 벌들을 위협하는 간접적 요인까지 촉진한다]
1) 박영경, KISTI 과학향기, "[KISTI과학향기]꿀벌 집단 실종, 인류를 위협한다", 2022.04.04, https://m.etnews.com/20220401000130
2) 김다정, "기온 1℃ 상승…해충 발생 20일 빨라져", 농민신문, 2021.04.19,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FRM/336852/view
3) 황원희, "농작물, 기후변화로 새로운 병원균에 대응해야", ecomedia, 2021.08.11, http://www.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83805876689#:~:text=%5B%EC%9D%B4%EB%AF%B8%EB%94%94%EC%96%B4%3D%20%ED%99%A9%EC%9B%90%ED%9D%AC%20%EA%B8%B0%EC%9E%90%5D,%EC%98%81%ED%96%A5%EC%9D%B4%20%EB%AF%B8%EC%B9%A0%20%EA%B2%83%EC%9C%BC%EB%A1%9C%20%EB%B3%B4%EC%9D%B8%EB%8B%A4.
[기후 위기라는 말은 이제 사치일 뿐이다. ‘기후 재난’은 시작되었다]
1) 이연경, "꿀벌 실종 후폭풍…수박·딸기 수분적기 놓쳐 작황 ‘빨간불'", 농민신문, 2022.04.04,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FRM/353505/view
2) 윤희일, "꿀벌 사라지니, 드론 떴다···이제 드론으로 과수 인공수분", 경향신문, 2022.04.20,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04201122001
3) 김경욱, "올 들어 두번째 사료가격 인상 예고...농가도 업체도 괴롭다", 한국농어민신문, 2022.02.25,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449
4) 김희원, "장대비 내리던 2021년 봄 ‘78억 꿀벌 실종사건’은 시작됐다 [뉴스 인사이드]", 2022.03.26, https://m.segye.com/view/2022032151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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