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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뜨거워지는 지구, 썰렁해지는 식탁

by R.E.F. 22기 최정우 2023. 8. 1.

뜨거워지는 지구,  썰렁해지는 식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최정우

 

스리라차 소스 품귀현상

매운맛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스리라차 소스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제이다. 스리라차는 할라페뇨 고추에 소금, 설탕, 마늘, 식초를 첨가한 양념이다. 태국에서 유래되어 미국에서 제품화되었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매콤함과 낮은 열량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스리라차 소스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자료 1. 후이퐁 푸드 스리라차 소스]

출처 : huyfong foods

그러나 스리라차 소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아마존, 이베이 등 국외 온라인몰에서는 스리라차 소스 1병을 120달러, 한화로 약 15만 6,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격이 무려 10배나 뛰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례적인 스리라차 소스 품귀 현상, 그 중심에는 기후 위기가 있었다.

 

[자료 2. 기록적 가뭄을 겪은 멕시코]

출처: 한겨레

기후변화 여파로 스리라차 소스의 핵심 원재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의 생산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멕시코 일대에 수년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붉은 할라페뇨 고추 생산이 축소됐다. 무더워진 날씨와 가뭄으로 고추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스리라차 소스 재료를 구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수탉 그림이 그려진 상표로도 유명한 대표적인 스리라차 소스 업체 ‘후이퐁 푸드’는 이미 3년 전부터 생산 과정에서 차질을 빚었다. 후이퐁 푸드는 연간 약 5만 톤에 이르는 할라페뇨를 써왔지만, 흉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일시적으로 소스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HOT한 지구, 사라지는 HOT 소스

예년보다 덥고 건조한 날씨가 예보된 가운데 고추 작황이 개선될 전망도 밝지 않아 스리라차 품귀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뭄 직격탄을 맞은 것은 스리라차 소스뿐만 아니었다. 토마토 재배 및 생산 가공에 세계적 주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으로 토마토 작물 재배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케첩과 살사 소스, 스파게티 소스 등 토마토를 이용한 소스도 생산과 가격 측면에서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네이처 푸드가 발표한 학술연구에 따르면, 기온상승이 지속되면 2050년까지 미국, 이탈리아, 중국 지역 생산량이 6% 감소할 것이며, 향후 수십 년간 주요 지역의 가공 토마토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고온과 물 부족은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의 현재 토마토 생산 수준 유지를 특히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 3. 토마토케첩]

출처: 매일경제

인도에서는 토마토 값이 5배 폭등했다. 여름 더위가 늦어졌고 지난 6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토마토 재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일 최고기온이 40도에서 45도를 웃돌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3일 새 50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무더위가 이어졌다. 우기 역시 평소보다 일주일가량 늦게 시작했다. 날씨 영향으로 토마토 재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맥도널드 등 일부 햄버거 매장은 버거에 토마토를 빼고 판매했으며, 한 농가에서는 토마토가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머스터드소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겨자씨 주요 수출국 캐나다에 가뭄이 닥치면서 겨자씨를 주원료로 하는 머스터드소스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2021년 캐나다 앨버타, 서스캐처원, 매니토바 등 겨자 생산 지역 대부분이 심각한 가뭄을 겪었으며, 프랑스에서도 이상기후로 겨자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머스터드 품귀 현상을 빚었다.

 

식탁을 덮친 기후위기

가뭄으로 사라지는 소스들과 우리의 식탁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탁에 주는 영향은 소스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토네이도와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주요 곡물 생산국 아르헨티나 역시 기후변화로 밀, 콩, 옥수수 등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옥수수 원산지 태국이 홍수로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지난해 일부 식품업체는 옥수수 통조림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단순 수확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기후 위기로 미국 옥수수가 독성 곰팡이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6가지 기후 위기 모델을 적용해 2031부터 2040년 미국에 닥칠 아플라톡신 위험을 분석한 결과 2030년대까지 미국 내 옥수수 재배 지역 중 89.5%에서 아플라톡신 오염이 증가할 것으로 밝혀졌다. 아플라톡신을 만들어 내는 곰팡이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는 따뜻한 온도에서 더 잘 증식하는데, 이 곰팡이는 미국 남부 옥수수 생산지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머지않아 중남부에서도 흔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특히 아플라톡신은 미국보다는 오염된 제품이 쉽게 도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플라톡신은 발암물질로, 전 세계 간암 사례 중 약 15만 5,000건에 기여했으며,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자료 4. 곡물에서 주로 자라는 아스퍼질러스플라버스 곰팡이]

출처:The Science Times

 

기후위기에서 식량위기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최저에 속한다. 특히 옥수수, 밀 등은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계속되는 식량 생산 부진은 우리에게 큰 위기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 5. 연도별 식량 및 곡물 자급률]

출처: 국민일보

우리의 식탁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식탁 변화는 식량 위기로 변질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닐까? 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마주할 위기들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갈지 고민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식량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벚꽃이 일찍 피면 식량위기가 온다고?", 22기 홍세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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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량 위기, 그 등잔 밑에 기후 위기 있다",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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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스리라차 소스 품귀현상

1) 김형, “스리라차 소스 품귀·카카오 가격 급등… 식탁 덮친 이상 기후”, 부산일보, 2023.07.04.,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70417175355122

2) 문지연, “10배 뛰어 금값 됐다… 품귀 현상 빚어진 스리라차 소스, 왜?”, 조선일보, 2023.06.30.,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6/30/DRIX2K2URFA5HHCRDZGCFJUCF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OT한 지구, 사라지는 HOT 소스

1) 김나영,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토마토 수확량 감소해 감튀 '케첩' 못 찍어 먹을 수 있다”, 인사이트, 2022.08.16. https://www.insight.co.kr/news/408124

2) 문지연, “6개월 만에 5배 폭등… 토마토가 휘발유보다 비싼 이 나라, 왜?”, 조선일보, 2023.07.08.,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7/08/O4325G5NORDZXHCPOUK4MEFYI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3) 안혜민, “[스프] 스리라차 없는 쌀국수 vs 머스터드 없는 핫도그”, SBSNEWS, 2023.01.05.,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033122

4) 이진충 명예기자, “가뭄으로 토마토 작황 비상…케첩‧스파게티 소스 가격 급등”, 글로벌이코노믹, 2022.08.16., https://news.g-enews.com/article/Distribution/2022/08/2022081516413891089def07940f_1

식탁을 덮친 기후위기

1) 전혼잎, “"겨자, 와사비, 콘치즈 못 먹는다"…기후변화가 위협하는 세계인의 식탁”, 한국일보, 2023.01.2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2610020002740

2) 조은비, “미국 옥수수가 위태롭다... "기후위기로 곰팡이 독소 범위 확대"”, 뉴스펭귄, 2022.06.01.,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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