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해결?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뭐길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고가현
[상온 상압 초전도체의 등장]
지난 7월, 국내 연구진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는 이슈를 발표해 과학계가 들썩였다. 전 세계 연구진들의 이목이 쏠렸으며, 현재까지 검증을 위한 연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가 하나씩 전해질 때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시시각각 흥분과 실망 양극단을 오가고 있다. 도대체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무엇이길래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초전도체가 뭐길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는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전기 저항이 존재한다. 전기 저항이 낮을수록 전기가 잘 통한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이다. 우리가 흔히 전선으로 사용하는 구리의 저항은 상온에서 1.68 x 10^-8Ω·m으로 매우 작은 크기지만 저항이 존재한다. 초전도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를 뛰어넘는 물질이다.
[자료 1.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초전도체 위로 뜬 자석]
출처 : University of Rochester photo / J. Adam Fenster
초전도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마이스너 효과’이다. 이는 다른 말로 완전 반자성이라고 한다. 즉 자성의 방향이 외부 자기장의 방향과 반대로 생기는 것이다. 초전도체를 자장(磁場) 안에 놓으면 초전도체 내부에서는 외부 자기장이 상쇄되는 방향으로 자기장을 형성한다. 내부에서 발생한 자체적인 자기장이 외부의 자기장과 반발하게 된다. 초전도체와 자석을 가까이에 하면 자석이 뜨는 것이 이 원리이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나]
지금까지의 초전도 현상은 상압(1기압)의 극저온(영하 196도)이나 고압(약 260만 기압)의 상온에서만 관측이 가능했다. 영하 196 도는 극저온 냉동기가 있지 않은 이상 우주에서만 관측 가능한 수치이다. 또한 약 260만 기압의 환경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깨져 연기처럼 흩어져 버린다. 따라서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라는 엄청난 성질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건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었다. 과학계에서도 난제 중 하나도 남아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이러한 외부 조건을 두지 않은 채 상온 상압 즉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평균 25도, 1기압인 환경에서 초전도체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는 초전도 물질 ‘LK-99’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LK-99 검증]
이번 이슈의 발단은 지난 7월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상온 상압 초전도체 관련 논문 2편이다. 해당 논문에는 약 30도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 효과를 지닌 물질 ‘LK-99’를 발견해 냈다는 연구 결과와 이를 만드는 레시피를 담았다.
[자료 2.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주장한 영상 캡쳐]
출처 : Science Cast / 김현탁
과학계에서는 ‘LK-99’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시각 8월 16일, 과학 저널 네이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 연구소 연구팀이 ‘LK-99’는 초전도가 아니라는 확정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팀은 ‘LK-99’의 순수한 단결정 합성에 성공했고, 연구를 토대로 초전도체가 아니라, 오히려 절연체임을 밝혔다. 국내에서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도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LK-99’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LK-99’ 연구 개발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 앤 매리 대학 연구교수는 여전히 ‘LK-99’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19일 SBS와 김 교수의 메일 질의·답변에 따르면 김 교수는 아직 레시피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안 된 만큼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네이처 기사는 (LK-99에서) 초전도성을 보지 못한 연구자들의 경험을 적어서 모은 것입니다. 귀담아듣지 마십시오. 우리 논문은 초전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 입장을 표했다. 실제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연구 협약을 맺어 ‘LK-99’ 샘플을 제공받아 이를 고성능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은 물질 분석에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연구 그룹이 ‘LK-99’에 대한 부정적인 검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해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 국가 측정 표준 대표 연구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메릴랜드대 등을 포함한 세계 연구그룹들이 저마다 ‘LK-99’에 대한 이론 실험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합성 조건에 따른 노하우가 저마다 달라 검증 결과도 동일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며 "여러 변수가 있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8월 4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LK-99 관련 내용을) 조만간 모아서 정리해 공식 발표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초전도체 개발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검증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세계를 바꿀 상온 상압 초전도체에 이를 수 있을지, 그저 흔한 신물질 발견으로 지나갈지는 신중히 기다려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만약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① 전기 전달하는 동안 에너지 손실 ‘제로’
전선의 경우 대부분 도체 구리를 이용해 전기를 전달한다. 구리는 저항값이 작아 전기가 잘 흐르고,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구리 전선을 사용하면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의 4%가 저항 때문에 사라진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국내 기준으로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를 보내는 데 구리 대신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를 활용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송전 설비 소형화, 송전 효율 극대화 등 다양한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초전도 케이블을 활용하면 일반 케이블 대비 전력 손실을 1/10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송전 용량은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일반 케이블을 5줄 깔아야 보낼 수 있는 전기를 초전도 케이블 1줄로, 전력 손실이 거의 없이 송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퀸텀에너지연구소가 ‘LK-99’ 상표를 출원할 때 지정한 상품 내용을 보면 송전선용 재료 및 판매업, 반도체 제조용 원료물질 및 판매업 등이다. 상표권은 지정상품에 대해서만 보호되기 때문에 퀸텀에너지연구소의 초전도체 상용화 방향성은 송전 산업임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전선으로 사용된다면 저항으로 인한 손실이 없어져 사용할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전기료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소의 운전을 중단하고, 지구 한쪽에서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손실 없이 지구 반대편으로 보낸다면 지구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② 날아다니는 자동차? 상상 속의 미래 구현
[자료 3. 떠다니는 건물과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있는 상상의 미래도시]
출처 : freepik
초전도체의 특성 중 하나인 물질 내부의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며 공중 부양하는 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한다면 공중 부양 도시를 구현할 수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초전도체를 함유해 둥둥 떠다니는 바위섬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이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미치오 가쿠의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에는 초전도체의 유망함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미래의 어느 날, 고체 물리학의 성배라 할 수 있는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이런 날이 온다면 전 세계는 두 번째 산업혁명을 겪게 될 것이다. (...)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초전도 자석으로 만든 허리띠를 착용하면 (원리적으로) 공중에 뜬 채 이동할 수 있다. (...)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발견되기만 하면, 그 여파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도 남는다. (...)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
더 나아가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핵융합로, 양자컴퓨터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마지막 key, 과학기술]
지난달, 전 세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 기준점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각국과 기업의 노력이 뚜렷하게 눈에 띄는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지구 환경 파괴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안은 전 인류의 역사를 뒤엎을만한 단 하나의 과학기술 일 수도 있다. 이번 상온 상압 초전도체 연구를 비롯해 인류를 구원할 과학기술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17세기, 망원경을 만들어 천체를 관찰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먼 훗날 인류가 달을 밟는다는 상상이나 했을까. 과학기술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불가능을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초전도체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꿈의 송전망의 실현, 초전도 케이블", 17기 김민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138
2. "[Remake] 인공태양의 실현에 성큼 다가가다", 18기 정동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64
참고문헌
[상온 상압 초전도체의 등장]
1) 박진욱, “[디지털라이프]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뭐길래”, 경남신문, 2023.08.15,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411401
[초전도체가 뭐길래]
1) 백유진, “전 세계 초관심 '초전도체', 도대체 뭐길래”, Biz watch, 2023.08.03.,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23/08/11/0028
2) “Resistivity and Temperature Coefficient at 20 C”, HyperPhysics, http://hyperphysics.phy-astr.gsu.edu/hbase/Tables/rstiv.html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나]
1) 강석기, “[강석기의 과학카페]상온 초전도체 시대 열릴까”, 동아사이언스, 2021.09.0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9069
2) 최소라, “영하 200도까지 내려가는 극저온 냉동기 개발”, YTN 사이언스, 2020.12.17.,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012171646083672
3) 황효원, “상온·상압 초전도체 검증 나선다…지스트, 내부회의 개최”, 이투데이, 2023.08.16., https://www.etoday.co.kr/news/view/2275488
[현재 진행형인 LK-99 검증]
1) 김명희, “상온 초전도체 연구 단초 제공한 고(故) 최동식 교수는 누구?”, WOMAN DONGA, 2023.08.02., https://woman.donga.com/issue/3/40/12/4330252/1
2) 김용태, “[취재파일] LK-99 초전도 아니라는데…김현탁 교수 생각은?”, SBS, 2023.08.20.,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082867?sid=104
3) 박혜진, ““LK-99 초전도체 아니라니까?”…거듭 부인한 네이처 [오늘 이슈]”, KBS, 2023.08.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0670
4) 여용준, “퀀텀에너지·에너지공대, LK-99 검증 나선다···"6개월 소요 예상"”, 서울파이낸스, 2023.08.04.,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492286
5) 윤정민, “[단독]이석배 "상온 초전도체 관련해 발표할 자리 있을 것"”, 뉴시스, 2023.08.04.,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804_0002402302#_PA
6) 윤정민, 윤현성, “20년 결실? 2주 해프닝?…K-초전도체 'LK99' 진위 결말은”, 뉴시스, 2023.08.05.,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804_0002402508
7) 윤현성, “노벨상 따 논 당상? 신기루?…K-초전도체, 넌 대체 뭐냐”, 뉴시스, 2023.08.03.,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802_0002400184
8) 이기범, “에너지공대, 초전도체 논란 'LK-99' 분석중”, CBS노컷뉴스, 2023.08.04., https://www.nocutnews.co.kr/news/5989274
9) 이준기, “표준연, TF 꾸려 초전도체 `LK-99` 검증”, 디지털타임스, 2023.08.03., https://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081402101731731001
10) 전남혁, 최지원, “LK-99 회의론 커져…검증위 “투트랙으로 교차 검증 진행할 것””, 비즈N, 2023.08.06., https://bizn.donga.com/news/article/all/20230806/120585565/2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1) 강진우, 빛으로 여는 세상, “‘초전도 송전’ 세계 첫 상용화 성공!”, https://home.kepco.co.kr/kepco/front/html/WZ/2021_3_4/sub02_03.html
2) 남경식, “[단독] ‘초전도체’ 특허 분쟁 대비? ‘퀀텀에너지연구소’ 설립 15년 만에 상표 출원”, 2023.08.09.,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56965
3) 박혜린, “상온 초전도체로 바뀌는 도시 미래, 네옴시티보다 더 스마트한 친환경 도시로”, Business Post, 2023.08.16.,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4536
4) 윤현성, “노벨상 따 논 당상? 신기루?…K-초전도체, 넌 대체 뭐냐”, 뉴시스, 2023.08.03.,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802_0002400184
5) 이병철, “[똑똑 과학용어] 전기·전자 산업의 패러다임 바꿀 초전도체”, 사이언스 조선, 2023.08.02.,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3/08/02/IPDJCY2VBRGKHF5MYTHP6ZEXRI/
6) 이승준, ““세빛섬이 진짜 둥둥 자기부상?”…상온 초전도체에 밈 확산”, 한겨레, 2023.08.0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2813.html
7) 조승한, "112년간 도전해온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개발입증시 상전벽해", 연합뉴스, 2023.08.03., https://www.yna.co.kr/view/AKR20230803103200017
8) 페퍼노트, “초전도체가 뭐길래 난리가 났나요?”, 2023.07.29., https://maily.so/pepper.note/posts/78ae09ba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마지막 key, 과학기술]
1) 맷 맥그라스, “사상 최초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 돌파 가능성 크다’ 경고 나와”, BBC NEWS 코리아, 2023.08.18.,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lk4p0yv723o
2) 문세영, “7월 3일은 '기록의 날'...지구 평균 기온 17도 처음 넘었다”, 동아사이언스, 2023.07.05.,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60559
3) 백봉삼, “"인간이 무슨 짓 해도 지구는 50억년 끄덕 없지만 문제는..."”, ZDNET Korea, 2021.10.28., https://zdnet.co.kr/view/?no=20211027131923
4) 조승한, “환경보호 기술 쏟아지지만 기후변화는 계속된다…기술이 정말 지구 구할까”, 동아사이언스, 2020.04.24.,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3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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