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종말, 내연기관의 마지막 희망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서정
서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 초, 유럽의회가 2035년부터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와 디젤차 등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5년까지는 판매되는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100% 줄여야 한다. 사실상 2035년부터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만 신규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규제법의 통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연기관차는 점점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에서 제외된 유일한 내연기관 차가 있다. 바로 이퓨얼(E-fuel)을 사용하는 차량이다.
[자료 1. 주요 유럽 국가의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시점]
출처 : 포스코퓨처엠
본론1
그렇다면 이퓨얼(E-fuel)이 무엇이길래 EU에서 예외로 인정한 것일까. 이퓨얼(E-fuel)은 '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전기를 이용해 만드는 연료'를 뜻한다.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혼합하여 만들어지는 신개념 합성 연료이다. 제조 방법과 반응 조건에 따라 메탄, 메탄올, 가솔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할 수 있어 친환경 탄소중립 연료로서 수송용 대체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이퓨얼(E-fuel)은 완전 연소 비율이 높아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 수준이다. 특히 생산 과정 특성상 황 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아 대기 산성화도를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연료, 수소, 암모니아 등과 함께 탄소중립 연료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퓨얼(E-fuel)을 탄소 중립 연료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료 2. 이퓨얼(E-fuel)의 성분]
출처: GS칼텍스
이퓨얼(E-fuel)의 생산과정을 보면, 먼저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는 기본적으로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생산되는데, 이때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유해 물질도 발생시키지 않고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그린수소(Green Hydrogen)라 부른다. 또한 석유화학이나 제철 공정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수적인 수소인 '부생수소'를 사용하여 추가적인 환경오염을 발생시키지 않게 된다.
[자료 3. 이퓨얼(E-fuel)이 탄소중립 연료인 이유]
출처: LX인터내셔널
그다음엔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방법으로 포집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DAC(Direct Air Capture) 법이다.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분리해 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됨에도 사실상 탄소 순 배출이 '0'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 주기의 탄소 배출량을 보았을 때 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연료로 불리는 것이다. 이퓨얼(E-fuel)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생산한 그린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 가공하여 만들어진다.
[자료 4.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비중 변화]
출처: 한겨례
이퓨얼(E-fuel)은 화석연료와 촉감·질감이 비슷해 내연기관차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생산이 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에는 전기차의 비율이 절반인 50%를 넘어간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화석연료 운송 및 보관시설 등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이퓨얼(E-fuel)은 다가오는 미래에 차세대 연료로서 가치가 높기에 여러 자동차 생산 기업에서 큰 기대를 걸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비행기와 선박 업계에서도 이퓨얼(E-fuel)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 비행기의 경우 엔진 대신 모터를 넣고, 연료탱크 대신 배터리를 넣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이 진행되었지만, 배터리가 지나치게 무거워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기 배터리가 화석연료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훨씬 더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소 전지 또한 전기 배터리보다는 가볍지만, 여전히 무겁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전동화가 어려운 영역에서는 이퓨얼(E-fuel)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본론2
[자료 5. 주요 연료의 생산 시 소모 전력량(kWh)]
출처: HL Mobility Lab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퓨얼에도 몇 가지의 한계가 존재한다. 이퓨얼이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국에 의해 석유 수입이 막힌 독일이 석탄에서 탄소를 뽑아내서 합성한 인조석유가 이퓨얼(E-fuel)의 기반 기술이다. 지금까지 이퓨얼이 상용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퓨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고압의 공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100km 주행에 필요한 이퓨얼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103kWh인 반면, 동일한 조건에서 전기차는 15kWh, 수소차는 31kWh의 전력을 사용한다. 투입되는 전력량이 커지면 그만큼 제조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들어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내연기관이 기반이기 때문에 주행 중 소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도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는 이퓨얼(E-fuel)의 한계를 보여준다.
결론
[자료 6.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출처: GS칼텍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가 이퓨얼(E-fuel)의 개발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친환경으로의 전환에서 내연기관의 퇴출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 평가라고 한다. LCA 관점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산업을 무리하게 개편하는 것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퓨얼(E-fuel)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서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독일, 일본 등의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중립 엔진 개발을 위해 이퓨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전력선을 통한 플러그 충전 위주로 형성되는 미래, 혹은 여전히 엔진 구동음과 함께 달리는 차량과 호스를 통해 이퓨얼을 주입하는 미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어떤 미래가 더욱 현실적일까?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전기차 유토피아, 대한민국은 제2의 노르웨이가 될 수 있을까", 22기 정이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m/4243
2. "세수 대상, 전기차 너로 정했다", 23기 송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m/4233
참고문헌
[서론]
1) GS칼텍스 미디어허브, "글로벌이 주목하는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E-FUEL)!", 2023.04.17, https://gscaltexmediahub.com/future/green-transformation/carbon-neutrality-efuel-energy/
2)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포트] 전기차 산업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3.02.27, https://www.poscochemical.com/pr/view.do?num=664
3) 윤수은 기자, "EU,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현대기아차에 미칠 영향은?", 이코리아, 2023.02.16,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383
[본론1]
1) 박상우 기자, "EU,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합성연료 사용은 인정", 월간수소경제, 2023.03.28, https://www.h2news.kr/news/article.html?no=10847
2) 박성규 기자, "'전기차의 빅픽처'...20년 내 글로벌 車시장 절반 삼킨다", 서울경제. 2021.01.15, https://m.sedaily.com/NewsView/22H9LVLWCH#cb
[본론2]
1) HL, "탄소 먹는 하마? 꿈의 연료 '이퓨얼(E-fuel)' 들어 보셨나요?", 2021.11.11, https://www.hlworld.com/209
2) 황충호 기자, "'e퓨얼'은 친환경 연료일까? 퇴행적 기술일까? ", 2023.07.27,이로운넷,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5455
[결론]
1) 김도형 기자, "합성연료를 앞세운 내연기관의 반격", 2023.04.07,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406/118723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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