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가 마이너스라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박선혜
[제주도 전력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제주도는 2012년에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발전설비와 발전량을 늘려오고 있다. 최근 들어 설비용량은 2배에서 5배나 증가했고 제주지역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8.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5%인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숫자이다. 전력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제주도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제주 시범사업(실시간 시장, 예비력 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을 실시했다. 그동안 유지되고 있던 하루전시장은 화력발전기의 기동 및 발전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기 때문에 예측 불확실성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함께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루전시장은 거래일 하루 전에 전력 시장의 낙찰과 가격결정이 완료되는 시장이다. 반면 새롭게 도입된 시범사업은 실시간에 인접하여 가격과 거래량을 결정하는 실시간 시장과 갑작스러운 발전기와 송·변전 사고를 대비하고 갑작스러운 계통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력 시장을 개설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과공급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했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운영규칙에 따르면 제주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2025년 말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육지 계통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후에 우리나라 전력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사안이므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자료1. 현물 전력 시장 개편 일정(2022년 기준)]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도, 마이너스 SMP를 기록하다]
3개월의 모의운영 끝에 6월 1일부터 실거래되기 시작했는데 당일부터 마이너스 SMP를 기록했다. 12시부터 14시에 걸쳐 2시간 동안 -75.58원/KWh가 집계된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입찰가격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요일적 특성과 날씨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주말의 경우 평일보다는 활동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주말 기준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이 출력된다. 활동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미계량 BTM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이유는 제주 시범사업 이전에도 나타났기 때문에 마이너스 SMP 출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앞서 말했듯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과공급 발생 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때 낙찰되지 않으면 출력제어를 감행해야 한다. 출력제어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출력제어로 인한 전력 설비의 과부하가 발생해 설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더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은 SMP와 REC 가중치로 창출된다. 전력 판매 이외에도 보조금이나 REC로 이익을 얻는데 만약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REC를 발급할 수 없어진다. SMP가 마이너스라도 만약 REC의 절댓값이 SMP보다 더 크다면 발전사업자는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또한 급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전력 시장에서 중앙급전발전기와 동등한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경쟁적인 입찰구조가 발생한 것도 마이너스 SMP가 발생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2. 6월 1일 24시간 제주SMP]
출처:전력거래소
이렇듯 재생에너지 발전기는 마이너스 입찰을 시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력 시장에서 입찰 될 가능성은 높다. 또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량을 하루 전에 예측해 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입찰서에 제시한 전력량만큼 전력을 판매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부여 받기 때문에 이 때문에라도 마이너스 SMP를 감수하려는 것이다.
[마이너스 SMP, 이미 해외에서는 빈번하고 발생하고 있다?]
마이너스 전기료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마이너스 전기료(negative price) 현상은 2008년 독일에서 처음 발생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강화한 독일은 이후에도 빈번하게 마이너스 전기료를 기록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2019년 2월 한 달 동안 마이너스 전기료를 기록한 바 있다. 폭풍으로 풍력 발전이 많아졌고, 2019년 전체로 보면 211시간 동안 마이너스 전기료가 기록됐다. 이로 인해 전력을 수용하기 위해 오히려 고객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513시간 동안 마이너스 전기료가 기록됐다. 호주도 지난해 기준 마이너스 전기료 비율이 14%에 달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비를 많이 증설한 결과 공급 과잉 상황이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마이너스 전기료 현상은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과 공급 과잉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전력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특히, 날씨나 환경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할 수 있어 전력 시장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마이너스 SMP, 우리가 시사해야 할 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는 전력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 시장의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거나 유연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보상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의 발전량을 통제하고 출력제어에 집중하다 보니 전력계통의 안정화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관련 단체들은 전력도매 시장에 있는 마이너스 도매가격을 발전사업자가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LNG에 비해 운영 비용이 적고 연료비가 적게 들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구조나 정책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이너스 SMP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높아짐을 의미함과 동시에 앞으로 머스트런의 범위를 결정하는 지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BESS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MP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SMP 0원, 그게 왜 중요한데 ?", 23기 차승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20
2. "출력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순 없을까?", 23기 김용대, 24기 배장민, 이우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36
참고문헌
[제주도 전력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강재병, "제주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5년새 2배 급증…해결 과제도 산적", 제주일보, 2024.02.15,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8857
2)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사점 및 향후 개선방향, https://forourclimate.org/ko/research/278
3) 신소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전 세계 30% 넘을 때 한국 9%", 한겨레, 2024.05.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9688.html
4) 전력거래소, 전력 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운영규칙(안), file:///C:/Users/fring/Downloads/%EC%A0%84%EB%A0%A5%EC%8B%9C%EC%9E%A5%20%EC%A0%9C%EB%8F%84%EA%B0%9C%EC%84%A0%20%EC%A0%9C%EC%A3%BC%20%EC%8B%9C%EB%B2%94%EC%82%AC%EC%97%85%20%EC%9A%B4%EC%98%81%EA%B7%9C%EC%B9%99(%EC%95%88).pdf
5) 전력거래소, 제주 시범사업 시행안내, file:///C:/Users/fring/Downloads/(%EA%B3%B5%EC%A7%80)%20%EC%A0%9C%EC%A3%BC%20%EC%8B%9C%EB%B2%94%EC%82%AC%EC%97%85%20%EC%8B%9C%ED%96%89%EC%95%88%EB%82%B4_f%20(1).pdf
[제주도, 마이너스 SMP를 기록하다]
1) 윤대원, "전력시장 개편 본게임 첫날…주말·계절적 영향 겹쳐 제주선 마이너스 가격", 전기신문, 2024.06.01,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7975
2) 이원희, "‘마이너스 전기가격’ 시대 개막…제주도 재생에너지 新시장 첫날 등장", 에너지경제, 2024.06.24, https://m.ekn.kr/view.php?key=20240604028090150
3) 이원희, "재생에너지 ‘마이너스 전기가격’ 시대 열린다…가격부담은 ‘모든 사업자가’", 에너지경제, 2023.12.17, https://m.ekn.kr/view.php?key=20231217010004713
[마이너스 SMP, 이미 해외에서는 빈번하고 발생하고 있다?]
1) 김리안, "글로벌 '공짜 전기' 급증…BESS 시장 달아오른다", 글로벌마켓, 2024.06.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356931
2) 벤자민 베르만, "바람이 많은 2월, 독일에서 기록적인 마이너스 전력 가격 기록",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20.03.10,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windy-february-drove-record-negative-power-prices-germany?pk_campaign=daily_newsletter_2020-03-10&pk_keyword=windy-february-drove-record-negative-power-prices-germany&pk_source=newsletter&pk_medium=email&pk_content=title
[마이너스 SMP, 우리가 시사해야 할 점]
1) 김리안, "글로벌 '공짜 전기' 급증…BESS 시장 달아오른다", 글로벌마켓, 2024.06.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356931
2) 이원희, "재생에너지 ‘마이너스 전기가격’ 시대 열린다…가격부담은 ‘모든 사업자가’", 에너지경제, 2023.12.17, https://m.ekn.kr/view.php?key=2023121701000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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