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 ESG, 글로벌 불확실성에 고개를 들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김승진
ESG, ‘팬데믹’ 날개를 달고 비상하다
[자료 1. ESG의 개략도]
출처 : 전기신문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각 영어의 첫 알파벳을 딴 어로 지난 2004년 국제연합(UN)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자료 2.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2020 연례 서한 내용]
출처 : 대웅제약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온 이 단어는 미국 3대 자산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20년 언급한 투자 원칙에서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투자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기업들이 최우선으로 하던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대체되게 되었다. 산업의 트렌드 또한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풍력·수소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게 되었다.
ESG 허니문이 끝나다
[자료 3. 우-러 전쟁(노랑) 이후 에너지 가격 차트]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도래했다.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와중, 에너지 전쟁 양상을 띠는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세계 천연가스 수출 1위를 도맡아온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이 중단되자,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게 되었고, 이는 국제적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료 4. 중국의 21~24년 경제성장률]
출처 : The JoongAng
더욱 무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 2020년 6월 “거시경제의 악화는 기업 ESG 성과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경기침체는 기업의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는다. 최근 기업들의 주요 키워드는 비용 절감과 생존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 ESG 경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일부 업종의 경우 ESG 정책을 중단할 좋은 명분을 얻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ESG 이행을 위해선 공정 전환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투자했지만, 더는 무리라는 것이다.
[자료 5. AI의 전기 소비량 비교 그래프]
출처 : S&P global
또한 AI의 등장도 에너지 대란에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24년 프랑스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에 따르면 AI가 소비하는 전력은 이미 대규모다. 세계 AI가 쓰는 전력량은 일부 소규모 국가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하다. AI 반도체를 포함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0~250TWh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 소비량(208TWh)과 맞먹는다. 한국의 경우 2021년 전국 데이터센터 142개의 전력 사용량은 4006GWh로 서울 강남구(4625GWh)에 육박한다.
앞으로는 더 심하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글로벌 전기 사용량이 AI 시장 확대 등에 따라 2050년까지 2.5배로 불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이처럼 ‘전기 먹는 하마’인 이유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이용해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AI 관계자들은 ESG와 AI 기술력을 동시에 갖추는 건 사실상 난제를 푸는 것과 다름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국가와 기업들
[자료 6. 변화하는 유럽의 친환경 정책들]
출처 : 국민일보
생활물가의 급격한 상승이 일반 시민들의 고통으로 전가되자, 유럽 곳곳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넷제로 국민투표에 82%가 반대를 외쳤으며, 영국에서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 연기가 결정되었다.
[자료 7. 전기차와 거리를 두는 미 대선주자들]
출처 : The JoongAng
미국 내에서도 전기차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게 되었는데, 정치적으로 내연기관 종사자들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로 관련 세제 혜택 및 정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다시 늘리고 전기차 공장을 하이브리드차 생산시설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료 8. 미국 내 증가하는 ESG 법안 발의 건수]
출처 : 대신증권
또한 기존 ESG 정책에 반하는, 이른바 ‘안티-ESG’ 법안도 발의됐는데, 그 비율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이다. 기업들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때 수많은 기업이 ESG 전담팀을 꾸렸지만, 최근에는 관련 인력을 줄이거나 업무를 통합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ESG 프로젝트 방향성이 바뀐 곳도 적잖다. 삼성전자는 2021년 자체 친환경 평가 지표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SEPI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지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이를 중단하고 비공개 전환했다. 앞으로는 SEPI를 내부 평가 지표 등으로만 활용하겠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유명 자산 운영사인 뱅가드도 넷제로 자산운용 종료를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10억 달러 수준의 ‘반 ESG 펀드’까지 등장했다.
[자료 9. ESG 단어 중지를 선언한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
출처 : ESG NEWS
최근에는 ESG 열풍을 이끌었던 장본인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의 24년 연례 편지의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ESG에 관한 그린워싱, 마케팅 및 정치 논란이 불거지자, ESG 단어 사용을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범세계적으로 ESG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증빙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공기관 ESG 현황과 경영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ESG를 ESG 경영과 ESG 투자로 나눠 볼 때 ESG 투자가 ESG 경영을 선도한다. 이는 ESG가 확산하는 데 금융권의 ESG 투자 방침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ESG에 관한 투자가 줄자 관련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발전 가능성만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친환경 사업으로 인한 실질적 이윤 없이는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풍력에너지 기업 지멘스 에너지는 풍력터빈 고장률 증가 문제로 45억 유로 수준의 손실을 예상하며, 2026년까지 적자가 예상된다. 오스테드는 해상풍력 사업에서 낮은 전력 거래 가격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ESG 필요성 지속 반론도 존재
다만, 용어는 사라져도 ‘지속 가능성’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경영 트렌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7월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16.95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940년 관측과 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월별 기록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는 끝났다. 우리는 ‘지구가 들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채텀하우스가 발표한 ‘Climate change risk assessment’ 보고서도 자연재해가 직접적 피해 외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텀하우스는 “기후 위험이 수많은 경제 주체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국제 피해가 유발될 경우 언제든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ESG는 더는 완전무결한 가치가 아니다.
사실상 ESG가 글로벌 트렌드가 된 이유는 팬데믹의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셧다운으로 인한 경기침체 속, 유동성을 유발할 목표가 없으니, 지속가능성을 대의 삼아 이용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기업의 이미지가 곧 소비로 이어지는 요즘 시대,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자료 10. 불법 채굴 현장에서 브라질 환경부의 단속에 적발된 현대 중장비의 불타는 사진]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몇 년간 'ESG'의 가치는 절대적이었다. 현대건설기계는 아마존에서 친환경 규제를 지키지 못해 시장 철수를 결정하였다. 비슷하게 포스코인터네셔널 또한 팜유 사업이 ‘오랑우탄’ 개체수를 줄이고, 주민들을 착취한다는 비판론적 인식에 사업 중단까지 고려했었다.
그러나 이른바 ‘먹고 살 걱정’이 앞서는 요즘 시대에, ESG의 당위성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그린워싱을 유발하는 현재의 ESG 경영", 24기 김하은, 25기 남궁성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443
2) "에너지 전환의 핵심, ESG!", 22기 한예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104
참고문헌
[ESG, ‘팬데믹’ 날개를 달고 비상하다]
1) 대웅제약,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기준 'ESG'", 2023.06.30,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6173289&memberNo=52767060
2) 이민규, "[특별기고] ESG, 지속가능경영의 이해", 정보통신신문, 2024.04.19,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989
[ESG 허니문이 끝나다]
1) 강한들, "HD현대건설기계가 아마존에 중장비를 팔지 않는 이유", 경향신문, 2023.04.28,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4281533001
2) 김기환, "미국 이어 중국발 'R의 공포'…덤핑 공세에 한국 제조업 휘청", 중앙일보, 2024.09.0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5981
3) 차병섭, "유례없는 에너지난·고물가…경기침체 우려까지 '산 넘어 산'", 연합뉴스, 2023.02.20, https://m.yna.co.kr/view/AKR20230217110500009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국가와 기업들]
1) 김경민, "곳곳서 ‘안티 ESG’…기후 위험 어쩌려고", 매경ECONOMY, 2024.02.23,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4&no=136846
2) 김수민, ""전기차 천천히"…바이든·트럼프, 누가 이기든 전기차 산업 '울상'", 중앙일보, 2024.02.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9671
3) 송태화, "기후위기까지 진영논리… 위태로운 유럽 녹색정책", 국민일보, 2023.11.08,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30287
4) 오유진, "고개 드는 ‘反ESG’ 움직임…왜?", 전기신문, 2023.11.25,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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