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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타

총성 없는 전쟁, 자원 전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2. 25.

총성 없는 전쟁, 자원 전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5기 배수현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6%,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해외 의존형 자원수급 구조로 인해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정세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자원이 국민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 예로 최근 우리 산업 내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생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희유금속을 들 수 있다. 희유금속이란 산출량이 적은 유용한 금속 원소이다. 희유금속은 대체재가 없는 자원인 만큼 그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선 두 차례에 걸쳐 가스분쟁이 일어났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중요 수송로인 우크라이나가 중간에 가스를 사용하고 그 대금을 체불한 것이 분쟁의 원인이었다. 결국,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을 중단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연료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해당 국가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으며 겨울철 난방 대란까지 일어났다. EU는 매년 가스 수요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28EU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은 자국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10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을 만큼 EU 국가들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 사건은 자원의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진 1. 희토금속을 채굴하고 있는 광부들]

출처 : EPA 연합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더 최근의 사건은 우리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2010년 9월 중국어선 한 척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조업하다 일본 측에 나포되는 사태가 벌어져 긴장감을 조성했다. 한 치 양보 없는 센카쿠 분쟁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을 비롯한 경제보복과 정치, 민간 교류 중단이라는 극약을 처방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반도체와 IT 분야에서 전 세계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했던 일본은 전자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입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센카쿠 분쟁에서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감행한 이 사건 역시 자원을 전략적, 정치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사용하고 있는 최대 소비국으로서 수입이 중단되면 첨단제품의 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입는 산업구조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에 대해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전략적 목적으로 자원을 활용한 것은 국가 간 관계에서 자원이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이 섬 하나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단번에 종결시킨 희토류는 무엇일까?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39번인 이트륨(Y)까지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희토류는 지구화학적 특성상 광물 형태로는 희귀하다. 때문에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의 희토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희토류 원소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희토류 중 하나인 세륨(Ce)은 구리, 아연, 코발트와 비교해도 매장량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분포도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 대륙에 넓게 퍼져있다. 심지어 희토류는 한국의 홍천, 충주 등에도 매장돼있으며 국내에서 1950년에도 희토류가 수출된 바 있다. 다만 희토류가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고순도의 제품으로 정련하는 방법이 어렵기 때문에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희토류 원석에는 다양한 원소가 흩뿌려지듯 분포돼있어, 이를 정련하려면 원석을 깬 다음 액체로 녹이고 다시 원소끼리 모아야 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며 희토류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이다. 하지만 지난 1948년까지는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미국이 희토류의 주요 생산지였는데 인도를 비롯한 미국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이제 주요 생산국은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현재 내몽골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수출이 가능할 막대한 희토류를 생산하고 있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열을 잘 전도하는 특징이 있어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과 태양열 발전, 그리고 반도체 기술 등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재이다.

[표 1. 2018년 세계 희토류 추정매장량]

출처 : USGS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자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적극적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세계의 자원시장 질서를 단시간에 변화시켰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원 빈국인 일본은 자원개발 전문기업과 함께 해외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석유와 가스의 자주 개발률은 2004년 이후 22%에서 정체됐다가 2010년 에너지 기본계획을 개정한 후 적극적 자원 확보 정책을 펼쳐 2015년에는 53%까지 끌어 올렸다. 최근엔 구리, 아연, 희유금속 등 광물자원 확보에도 적극적이고 민간 투자 또한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3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핵심기업,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대응책은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 확보다. 이를 위해 우선 전략적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외교는 우리 기업들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떠오르는 방법이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게 되면 국지적 요인에 따라 자원공급이 제한될 경우 직․간접적 자원 도입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은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1] 김태호, "희토류 대체 뭐길래, 무기화 가능성 반복되나?",이코노믹리뷰,2019.05.31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395

 

[2]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자원 두고 벌이는 지구촌의 총성 없는 전쟁",시사저널,2018.01.10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3197

 

[3] 황선영,"미·중 무역 전쟁 속 등장한 ‘희토류'",데일리포스트,2019.06.03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0207

 

[4] 윤상호,"‘中-日 센카쿠 충돌’ 작은 섬 둘러싼 갈등? 사활 걸린 자원전쟁",동아일보,2019.09.18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20918/49484677/1

 

[5] 김유동, 고진석, "희토류 자원과 이용 현황", 자원환경지질, 제 43권, 제 5호, 505-516,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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