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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건한 탈원전’ 노선 택했으나, 끝없을 탈원전 딜레마

by R.E.F. 19기 이희정 2021. 11. 29.

한국 '온건한 탈원전' 노선 택했으나, 끝없을 탈원전 딜레마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9기 이희정

 

탈원전 딜레마 속 한국은 온건한 탈원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국내에는 2050년까지 9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남게 되었다. 한국의 탈원전은 즉각적인 전면 폐쇄가 아니라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기존 원전을 가동한 후 폐쇄하는, 점진적인 폐쇄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이다. ‘탈원전’ 방침이 ‘탈탄소’ 과제와 맞물리며 더욱 심화되었던 탈원전 딜레마에서, 한국은 ‘온건한 탈원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본 기사는 탈탄소와 탈원전, 그 사이 절충안을 찾은 한국의 원자력 플랜과 함께 탈원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담고자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딜레마에 정해진 해답은 없으며, 자국의 상황에 맞춰 최선의 방책을 모색하는 각국의 사례를 통해 원자력 발전의 바람직한 미래를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온건한 탈원전’ 플랜 설명

한국의 온건한 탈원전플랜은 잔여 원전 설계수명 연장 없음 신규 원전 건설 없음 비중 최소화를 방침으로 한다. 원자력 발전은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에 한해 지속 발전할 수 있는데, 2050년 기준 설계수명이 만료하지 않은 원전 9(11.4GW)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대안(A, B)에 따라 달리 이용한다.

[자료 1.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최종)의 세부 산출근거 中 원자력 발전 발췌]

출처 : 탄소중립위원회

한수원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있는 ‘원전 9기 가동’ 목표를 ‘9기+⍺’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탄중위는 최종안에 ‘잔여 원전’만을 가동할 것을 단호히 못 박았으며 동시에 현재 25%인 원전의 비중을 2050년까지 6~7%로 낮추는 시나리오를 확정하였다. 따라서 2050년 국내 원전은 신고리 2~6기, 신월성 1·2호기, 신한울 1·2호기 총 9기만 남는다.

잔여 원전의 수명이 만료하더라도 그 이상의 설계수명 연장은 없다. 2030년까지 폐쇄 예정인 11기의 원전 중 설계수명이 연장된 것은 월성1호기(30년→40년으로 연장)뿐, 정부는 나머지 10기에 대하여 모두 30~40년의 설계수명 기간만 가동한 후 수명 연장 없이 폐쇄하기로 하였다. 더하여 ‘온건한 탈원전’ 역시 그 지향점은 ‘탈핵’을 향하므로 정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국내 원전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물론 정부는 SMR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며, 원전 수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2050년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6~7%로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이상 정부는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원자력 분야를 서포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원자력 발전의 영향력을 줄여 온건한 탈핵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뒤집고 ‘위드원전’ 택한 국가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그동안 국제사회에 쌓였던 반핵 정서를 탈원전 이행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특히 강대국들이 탈원전 대열에 서면서 탈원전은 최근까지도 국제사회의 강한 지지를 받는 신조일 수 있었다. 그러나 탈원전에서 기후위기로 초국가적 이슈가 대체된 지금, 탈원전 대열은 동요하였고 결국 함께하던 몇몇 국가들은 탈원전을 뒤집고 ‘위드원전’을 택하였다.

[자료2. 국제사회 탈원전 대열, 또 다시 빠진 탈원전 딜레마]

출처 : 한겨레

①프랑스

프랑스는 가장 높은 원전 의존도(70.6%)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탈원전 대열에 서 있던 국가였다. 70% 수준의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대로 낮추겠다는 점진적인 탈원전 기조를 뒤집은 것은, 원전에 있어 실용적인 접근을 견지해 온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규모 투자 계획 ‘France 2030’을 공개하면서 ‘원전’을 미래 에너지 분야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공식화했다. 300억 유로 규모의 계획 중 80억 유로를 투자하는 '탈탄소 프랑스 건설'에는 혁신적 원자로 개발 등 차세대 원전 육성 계획이 포함되며 탈탄소를 위한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가 위드원전을 택했다고 하여 자국의 넷제로 전략을 원자력만으로 채운 것은 아니다. 탈탄소 사회 건설을 위해 원자력에너지와 그린에너지 모두 중요하다고 본 마크롱 정부의 비전은 원자력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비전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탈탄소 이행에 있어 원전에 과도한 의존은 지양하고 차세대 원전과 그린에너지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자료3. 프랑스 2030 투자 계획 발표하는 마크롱 대통령]

출처 : 조선일보

②미국

미국의 민주당은 ‘탈원전’, ‘친환경’의 이념을 고수해온 오랜 전통이 있는 까닭에 이번 '원전 회귀'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1년 1월 ‘원자력전략비전’을 발표해 △원전발전량 유지 △원전산업 공급망 확대 △차세대 원자로 개발로써 미국 원전 산업 생태계의 재건을 공식화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은 지난 5월 원전 2기의 수명을 80년(추가 20년)까지 연장했고, 이로써 미국에서 80년 간 계속 운전을 승인받은 원전은 총 6기로 늘어났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 추가 건설(2기), 차세대 원자력발전에 투자 중인 미국은 원자력발전을 확대해 청정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빠르게 달성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핵폐기물 문제로 “원자력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 국제사회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원자력발전 = 청정에너지’라는 새로운 정의를 주도하려는 듯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통으로 알려진 스티븐 글릭먼은 “미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라고 발언하였다.

 

탈원전뚝심 지킨 국가

①독일

탈원전 대열 가장 선두에 섰던 독일은 다른 국가들이 원전으로 고개를 돌리는 분위기에도 ‘탈원전’ 뚝심을 지켰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슈테판 바일 총리는 지난 17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 벨트>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후 중립적이고 안전한 에너지에 의존한다는 올바른 결론을 내렸고, 그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다. 에너지 정책에서 후진은 필요치 않고 더 빠른 전진이 필요하다”며 탈원전 일정 수정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다. 또 독일의 원전 운영업체 RWE의 재무책임자인 마이클 뮐러는 독일 경제지 <뵈르센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 논쟁은 독일에서 끝났다”며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재정적 관점에서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인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중 어느 쪽에서도 내년 말로 예정된 탈원전 완료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독일이 탈원전을 굳힐 수 있는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 정서에 강력히 자리 잡은 탈원전 이념 때문이다.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여론이 국민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독일에서의 탈원전은, 정치권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원칙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독일의 기본 방침이 된 것이다.

 

국제여론 동요에 '탈원전 딜레마' 다시 불 지핀 한국

정부가 온건한 탈핵 노선을 결정했음에도, 동요하는 국제사회 분위기에 한국사회는 다시 탈원전 딜레마를 고뇌하는 중이다.

원전복귀 입장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2030년 전원구성에 따른 탄소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수명만 연장해도 오는 2030년까지 탄소감축률 40.3%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 연장 없이 폐쇄하기로 한 원전 11기의 수명을 연장가동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량을 석탄발전 전력량에서 차감했을 때 40.3%의 탄소배출 감축이 가능했다. 또, 2030년까지 폐쇄예정인 가동원전 11기를 연장가동하고, 건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2024년부터 가동해 생산되는 전력량만큼을 석탄발전에서 줄이면 45.1%의 탄소배출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을 통해서라면 정부가 설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원전복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탈원전 유지 입장은 원전의 리스크를 우려한다. 위드원전으로 우후죽순 생겨날 원전도 걱정이지만, 설계수명 연장으로 노후한 원전을 계속운전 하는 것도 불안스러운 지점이다. 게다가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취약한 원전의 약점은 치명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0년 8월 미국 원전의 기후위기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대부분의 원전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원전은 냉각수 취수가 용이한 해안가 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폭우, 태풍, 해수면 상승 등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미국 원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원전의 근본적인 취약함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기상이변의 강도와 빈도는 높아질 것이고, 그때도 원전과 함께라면 노후화된 원전이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기만을 바라야할 뿐이다.

 

원자력의 미래, 탈원전 딜레마에 지속적인 고민 필요

한국 정부는 탈탄소와 탈원전을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현실론을 인정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나 신규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는 온건한 탈원전의 방침은 분명히 하고 있다. 애초에 딜레마란 것이 정해진 답이 없기에 탈원전 딜레마 역시 명쾌하게 종결될 수 없다. 그저 한국이 온건한 탈원전을 택했으니 온건한 탈원전의 최선의 결과로 나아가면 된다.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한 차세대 원전 연구와 적정 에너지 믹스의 접점을 찾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최선의 목표와 속도를 꾸준히 논의하며 합의하는 사회적인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계속적인 고민만이 탈원전 딜레마에서 한국을 진정 구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의 ‘온건한 탈원전’ 플랜 설명]

1) 205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최종) 세부 산출근거, 2021.10.19., http://www.2050cnc.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4&boardNo=106&searchCategory=&page=1&searchType=&searchWord=&menuLevel=2&menuNo=12

2) 길윤형, 김소연, "미래냐 현재냐 ... 지금 세계는 탈원전 딜레마’", 한겨레, 2021.10.19.,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15804.html

3) 송기영,"한수원,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반대... “원전 9기로 목표 달성 불확실", 조선일보, 2021.9.14.,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1/09/14/GDQQY7OR7RF37JYEVXOJX5RPOA/?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4) 고은결, "'탄소중립 R&D 전략'SMR 빠질 듯…원전 재조명 추세와 상반", 뉴시스, 2021.10.27.,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026_0001628150&cID=10401&pID=10400 

[탈원전 뒤집고 ‘위드원전’ 택한 국가들]

1) 곽미성, KOTRA 해외시장뉴스,"원자력과 그린에너지의 절충 모색하는 프랑스의 에너지 정책", 2021.11.4.,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3/globalBbsDataView.do?setIdx=242&dataIdx=191650

2) 손진석, "마크롱의 프랑스 2030’ 플랜...원전⋅수소 두 날개로 난다", 조선일보, 2021.10.13.,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europe/2021/10/13/VQB7CPNIVFCD7DPOMCBTRU7HC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3) 박세준, "잃어버린 4년, 원자력 강국에서 속국으로", 신동아, 2021.7.5., https://shindonga.donga.com/3/all/13/2754364/1 

4) 박진우, , 원전 의존도 안 줄여...청정에너지로 인정, 한경ESG, 2021.10.4., https://shindonga.donga.com/3/all/13/2754364/1

[탈원전 뚝심 지킨 국가]

1) 김정수, "탈원전 머뭇·프와 다른 길 걷는 독일 에너지 정책엔 후진 없다”", 한겨레, 2021.10.20.,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64549

2) 이광빈, "[이광빈의 플랫폼S] 탈원전 훼방꾼이었던 메르켈, 자의로 변했을까", 연합뉴스, 2021.9.18., https://www.yna.co.kr/view/AKR20210917133100009?input=1195m

[동요하는 국제 여론에 한국에 다시 제기된 탈원전 딜레마]

1) 김진호, "박형수 의원 "원전 설계수명만 연장해도 탄소감축률 40.3% 가능"", 뉴시스, 2021.10.20.,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020_0001620008&cID=10810&pID=10800 

2) 이춘재, "탄소중립에 원전은 필요악인가", 한겨레, 2021.11.1.,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7411.html#csidx053b25449c8375e9c3df56c413bad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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