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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재활용 강국 대한민국? 숫자 뒤에 가려진 현실

by R.E.F 21기 이태환 2022. 8. 29.

재활용 강국 대한민국? 숫자 뒤에 가려진 현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이태환

 

[서론]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떠올려보면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법을 얘기하자면 단연 분리 배출일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분리배출에 익숙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환경 단체 및 기관에서 홍보하는 자료들로 배출 방법에 대한 인지도 잘 이루어져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의하면 199654.9%에 그쳤던 폐기물 재활용률은 202088.1%라는 높은 수치에 이르렀다.

[자료 1.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률]

출처 : 국가지표체계

이는 유럽(38%), 일본(50%), 미국(25.1%) 등 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괄목할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분리수거이지만, 정작 폐기물들이 어떤 공정을 통해 이런 수치를 보이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높은 수치에 가려져 모르고 있던 한국의 재활용 현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보이는 숫자가 다가 아니다]

[자료2. 연도별 폐기물 발생 현황 및 처리 현황]

출처 : 한국폐기물협회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듯 한국의 재활용률은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치에 해당하며 2013년 기준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본 기사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높은 재활용의 비율이다. 국내 재활용 체계는 수거-선별-처리의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환경부가 제시하는 자료는 ‘선별’ 과정에 수치가 국한되어 있어 보이는 숫자가 다가 아닌 것이다. 즉, 80%가 넘는 수치는 수거해 선별된 비율만을 의미하며 실질적으로 처리 공정을 마치는 비율과는 괴리가 있다. 폐기물 처리 업체는 선별된 폐기물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일부만 재생 원료로 만들고,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폐기물은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다시 보내기 때문에 두 수치는 절대 같을 수 없다. 현장에서 그린피스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이 CBS 노컷뉴스와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전문가들이나 재활용 업체에서는 선별되어 들어간 폐기물 중 30% 정도가 실제로 물질 재활용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선별된 수치에 대입을 했을 때 전체 폐기물 중 약 25%에 해당하는 수치만 물질 재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데이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 문제가 제기된 202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재활용에 대한 정확한 통계의 요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환경부나 한국 환경공단에서 공시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높은 재활용률의 수치는 그저 홍보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분리수거 정책 및 현황]

 현재 매립과 소각이 주가 되며 재활용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정과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매립장, 소각장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경우 실제 도시 고형 폐기물이 한국에 비해 2배 이상 배출되며 분리배출의 부족으로 대부분이 매립된다. 이에 미국은 매립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생물 성장을 위한 조건을 조성해 생분해성 폐기물을 안정화하는 일명 '바이오리액터 매립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방향성이 많이 다르다.  매립지를 최소화하며 자원화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2019년 한국의 매립률은 12.7%였던 데 반해 독일의 매립률은 0.2%, 2018년 일본의 매립률은 1.0%였다. 독일은 도시형 폐기물 중 66.7%를 자원화했고, 31.9%는 소각했는데 이는 전체 쓰레기의 98.6%에 달한다. 일본의 자원화율은 20.0%에 그쳤지만 소각률이 79.0%에 달해 99.0%를 자원화 또는 소각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3. 독일의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재활용품 보증금을 환불받고 있는 모습]

출처 : 디지털 비즈온

[정말 환경을 위한 분리수거가 되기 위해서]

 이른바 '환경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국의 재활용 현주소는 갈 길이 멀다. 보여주기식의 통계를 위해서가 아닌 진정 환경을 위하고 실질적인 분리수거가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방식은 반드시 재고되어야만 한다. 그 길을 위한 방안들을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1) 정확한 통계 산출

 앞서 언급했던 문제 중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지속적으로 환경단체 및 시민들이 실제 물질 재활용 수치에 대한 요구를 해왔으나 국내 재활용 처리 업체 수가 많아 통계를 얻기까지의 시간이나 비용이 필요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 개선의 시작은 정확한 데이터로부터 시작함을 알고 객관적으로 산출해 전문가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2) 제품 생산시부터 재활용을 고려

 제품 생산시부터 재활용이 고려된다면 더욱 효율적인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물질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제한이 되는 요소는 대표적으로 색깔 플라스틱과 한 물건 내 다른 조합의 합성수지 사용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분명 제품 생산시의 조정을 통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으로 자발적인 참여 독려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와 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시에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끝으로 이 기사는 '분리배출해봤자 소용없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재활용률은 필연적으로 높은 분리배출률에 근거한다. 대중들은 본인의 작은 노력이 환경을 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분리배출의 일상화에 함께하는 동시에 숫자 뒤에 숨은 현실에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리수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세계 환경의 날, 그리고 우리의 자원순환", 작성자(21기 박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673

2. "소비자의 쉬운 분리배출을 위해! 새로 개정될 '분리배출 표시제도'", 작성자(20기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62


참고문헌

[서론]

1) 이상훈, 유경근, "유럽, 일본, 미국의 폐기물 및 재활용 현황", 2020 리사이클 백서, p92, 2021.01.

[보이는 숫자가 다가 아니다]

1) 차창희, 매일경제, "[단독]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1년 57만 톤... 34만 톤은 그냥 버려져", 2020.11.01,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11/1119956/

2) 박기묵, CBS노컷뉴스, "[팩트체크]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 2위, 숨겨진 비밀", 2020.03.19, https://www.nocutnews.co.kr/news/5159798

[해외의 분리수거 정책 및 현황]

1) 양연호, 매일경제, "독일·일본은 쓰레기 매립 '제로', 미국은 '생물분해 매립장' 활발", 2022.07.13,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7/6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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