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타

폐플라스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R.E.F. 22기 박재욱 2022. 11. 28.

폐플라스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재욱

 

 [서론]

플라스틱은 유연함, 견고함, 가변성, 가벼움, 저렴함 등 우수한 재료가 가져야 할 장점을 모두 지님으로써 1950년대 이후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불과 70년이 지난 지금, 플라스틱은 그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내며 지구와 환경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플라스틱은 어쩌다 환경의 적이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생분해(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현상)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인공적으로 제거하지 않는 한 오랫동안 지구를 떠돌며 생태계를 파괴한다. 플라스틱을 인공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은 소각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쓰레기를 에너지로 변환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퓨란,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허점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되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자연적 분해가 가능한 동시에 생산 비용도 저렴한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냈다. 당시에 이를 ‘착한 플라스틱’이라고 소개하며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는데, 속임수였다. 여전히 100%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특정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생분해가 진행되지 않는다.

 

[자료 1. OECD가 예측한 글로벌 플라스틱 사용량의 추이]

출처 : 비건뉴스

 

이렇게 우리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 2022년 6월 4일,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글로벌 플라스틱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 대한 시나리오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3억 5300만 톤으로, 2000년 1억 5600만 톤이었던 것에 비해 20년간 2배 증가한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OECD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60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약 10억 1400만 톤으로 예측됨을 밝혔다.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플라스틱 배출량은 추후 40년 동안 3배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201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의하면 플라스틱이 대중화된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총량은 약 83억 톤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2만 5000배에 달한다고 한다.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63억 톤의 플라스틱이 폐기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80% 정도는 산에 매립되거나 바다에 방치되었다. 이 추세라면 환경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2050년 12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껏 인류 앞에 닥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해준 과학은, 왜 플라스틱 문제 앞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까?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롭고 창의적인 연구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애벌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이라고 불리는 유기 화합물이다. 폴리에틸렌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뛰어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엄청난 견고함까지 지닌 물질이다. 또한 산소 차단에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쓰임새가 식품 포장에서부터 우유팩 내부 코팅, 가방, 파이프 내부 코팅까지 매우 넓은 물질이다. 이렇게 우리 생활 곳곳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은 폐기의 어려움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산소 저항성, 견고함 등의 특성 때문에 거의 생분해되지 않으며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생산된 폴리에틸렌 중 15% 정도만이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소각이나 매립의 방법으로 처리된다. 이때 소각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때문에, 범용성이 좋아 대체 물질을 찾기 어려운 폴리에틸렌의 친환경적인 처리 방법은 환경공학자들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자료 2. 밀랍 나방의 애벌레, 왁스 벌레]

출처 : Pets Corner

 

최근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하나가 발표되었다. 바로, 폴리에틸렌이 왁스 벌레(Waxworm)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밀랍 나방의 애벌레가 가지고 있는 침에 의해 분해된다는 것이다. Sanluis-Verdes 연구원과 Colomer Vidal 박사의 주도 하에 수행된 실험에 의하면, 밀랍나방 애벌레의 침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할 수 있는 두 가지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자료 3. 밀랍나방 애벌레에 의해 분해되는 폴리에틸렌의 양을 측정한 실험]

출처 : 사이언스타임즈

 B 그래프는 밀랍 나방 애벌레의 침에 의해 분해되는 폴리에틸렌의 양을 측정한 것이다. 폴리에틸렌이 밀랍나방 애벌레의 침에 1시간 정도 노출되었을 때 분해되는 양을, 풍화작용으로 분해시키려면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사실 이 결과는 2017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진들에 의해 이미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연구진들은 100마리의 밀랍나방 애벌레가 반나절 동안 92mg의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것을 관찰했다. 하지만 어떤 물질이 플라스틱의 산화 작용을 촉진시켜 분해를 진행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실온에서 플라스틱을 생분해하는 친환경적인 효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발견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위 연구에 참여한 클레멘테 아리아스 박사는 ‘밀랍 나방 벌레의 침이 플라스틱의 생분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일지도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이 효소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척되고 발전을 거듭한다면 대형 플라스틱 처리 시설에 적용되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가정용 키트 제작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비쳤다. 해충으로 평가받던 이 작은 애벌레의 침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주목할만한 점은, 불가능처럼 보였던 플라스틱의 완전한 생분해가 드디어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 아닐까?

 

 [생분해 플라스틱의 변신]

위에서 ‘착한 플라스틱’으로 소개되었던 생분해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자연적 ·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분해하기 위해 고안된 물질이다. 특히 옥수수의 전분으로 만든 PLA(Poly Lactic Acid)라는 물질은, 대체로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으며, 매립 시 100% 생분해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한때 환경부에서 PLA의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1년도 채 유지되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그 이유는 PLA의 친환경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PLA의 자연적 분해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온도 : 약 60℃

- 습도 : 약 40%의 높은 습도

- 미생물 : 영양가가 많고 미생물이 많은 흙, 또는 퇴비

- 기간 : 6개월 ~ 1년

얼핏 보아도 일반 환경에서는 조성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땅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충분한 지열, 지하수에 의한 습도, 풍부한 미생물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므로 이 방법으로 모든 생분해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상용화된 생분해 플라스틱은 PLA 이외에 PBS, PBAT 등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 상용화가 어려우며 까다로운 조건 하에 생분해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퇴비화 시설이 필연적이다. 즉, 일반적인 플라스틱의 장점을 모두 지니는 동시에 100%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 중에는 친환경이라는 거짓의 가면을 쓴 채 무책임하게 버려진 생분해 플라스틱의 양도 상당하다. 하지만 최근에, 이 생분해 플라스틱을 생산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자료 4. 3D 프린트 펜의 잉크로 사용되는 PLA 필라멘트]

출처 : 신도리코

 

2022년 7월, 환경 공학 저널 Green Chemistry에는 ‘A chemical approaching for the future of PLA upcycling : from plastic waste to new 3D printing materials’ (PLA 업사이클링의 미래를 위한 화학적 접근 :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3D 프린팅 재료로)라는 제목의 논문이 기재되었다. 논문을 작성한 워싱턴 주립 대학교의 기계재료공학 연구팀은 PLA의 분자를 분해하여 고품질 액체 수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매년 약 30만 톤 정도가 생산되는 PLA는 최근 보편화되기 시작한 3D 프린터의 잉크로도 사용되는데, 폐 PLA를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액체 수지는 새로운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폐 PLA가 유용한 프린팅 재료로 탈바꿈하는 이 변환 과정은 약 2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품질 액체 수지는 심지어 기존 PLA 수지보다 더 좋은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들은 PLA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또 다른 플라스틱인 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를 고품질 수지로 변환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폐플라스틱이 단순히 재활용되는 것에서 나아가, 이렇게 기존의 재료보다 더 좋은 재료로 탈바꿈하는 것은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료 5. 폐기된 PLA가 3D 프린팅 재료로 탈바꿈하는 과정]

출처 : Green Chemistry

 

 [결론]

"LG화학에 있어 플라스틱 100% 재활용 달성은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친환경 소재는 향후 화학업계의 먹거리는 물론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 이슈에 발맞춰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숙제인 만큼 이를 달성해 고객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 지위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최근 김종필 LG 화학 지속가능전략 팀장이 주제 발표회에서 꺼낸 말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이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과학·공학계에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술들이 고안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진들이 쓰레기 폐기 문제의 기술적인 해결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과학 기술이 발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환경과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가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으로 하나 되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후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멋진 과학 기술이 등장하지 않을까?


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친환경 플라스틱, 어디까지가 친환경일까?", 20기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70

2. "환경을 위하여, 느리지만 거대한 꿈틀; 갈색 거저리", 13기 문한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2438


참고문헌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애벌레]

1) 사이언스타임즈, “큰 밀랍나방 애벌레의 침, 플라스틱을 분해하다”, 2022.10.1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604569&memberNo=30120665

[생분해 플라스틱의 변신]

1) 사이언즈타임즈, “생분해 폐플라스틱, 3D 프린팅 재료로 변신하다”, 2022.09.07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438002&memberNo=30120665

2) 이신혜, ““PLA 생분해성 봉투 생산 독려해 놓고”...돌연 금지한 환경부”, 조선일보, 2022.01.29,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channel/2022/01/29/6HLUW77RNVF5TB35NZTHV4WTZ4/

3) 착한지구인, “PLA는 생분해 플라스틱? 글쎄..”, 2020.11.27, https://good-earthling.tistory.com/13

4) Lin Shao,Yu-Chung Chang,Cheng Hao,Ming-en Fei,Baoming Zhao,Brian J. BlissandJinwen Zhang, “A chemical approach for the future of PLA upcycling: from plastic wastes to new 3D printing materials”, Green Chem., Jul 2022, https://pubs.rsc.org/en/journals/articlecollectionlanding?sercode=gc&themeid=6291ce90-0271-40aa-9b1d-e09ebf2b5370

[결론] 

1) 브랜드브리프, “[SDGs 포럼] 김종필 LG화학 팀장 "플라스틱 재활용 100% 도전"”, 2022.09.21,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506128&memberNo=44916823&vType=VERTICAL

 

댓글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