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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타

버려진 것들로 밝히는 사회, 적정기술!

by R.E.F. 22기 정이진 2022. 11. 28.

버려진 것들로 밝히는 사회, 적정기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정이진

 

낮이 밤과 다를 바 없이 어두운 삶, 전등을 켜려면 매캐한 연기를 견뎌야 하는 삶을 우리는 떠올릴 수 있는가, 공감할 수 있는가? 빛 부족 문제를 고려해본 적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떠올려본 적 없는 생각일 것이다.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불을 켜면 우리의 하루는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밝다. 하지만 모두의 삶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필리핀 판자촌은 낮이 밤보다 밝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창문이 그들에게는 없다. 간편하게 스위치로 전등을 킬 수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세계 어딘가에서는 작은 호롱불 수준의 빛을 밝히기 위해서 매일 밤 기침으로 콜록거리며 연기를 마셔야 한다. 지구촌 15억 이상의 인구가 빛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집에 작은 창문 하나 낼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전기는 사치이다. 그러면 빛 부족을 겪는 가난한 이들은 항상 어둠 속에서 살아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이들에게도 빛을 선물할 방법은 바로 적정기술이다. 우선 적정기술이 무엇인지, 적용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정기술이란 지역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만든 기술 혹은 기술로 만든 생산물을 의미한다. 이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기술적으로 발전한 선진국과 인프라의 부족으로 선진국의 기술을 적용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등장하였다. 

적정기술은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에 의하여 중간기술이라는 이름에서 출발하였다. 슈마허는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을 이용한 대량생산과 전기의 발명 등으로 인류의 생활 수준이 향상됨과 동시에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배경 속에서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슈마허는 자원을 고갈시키며 대량생산을 이어가는 당시의 산업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적절한 수준의 과학 기술로 지구상의 자원을 적절한 수준에서 이용할 때 인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과거의 기술 수준과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 수준의 중간치의 기술 수준으로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대량생산보다는 토착적인 기술에 첨단 기술을 혼합하여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의 중간기술이 오늘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술, 즉 적정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적정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대표적으로 라이프 스트로우가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원은 수질 오염에서 시작한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오염된 경우가 많다. 라이프 스트로우는 수질오염 문제를 겪는 지역 어디에서든지 사용이 가능하며 주로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구호활동을 하는 봉사자, 선교사들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기 위하여 주로 사용한다. 한 번 개봉 시 최대 5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며 약 4,000리터의 오염된 물을 정수할 수 있다. 

 

[자료 1. 라이프 스트로우의 구조]

출처:이스트프렌즈

라이프 스트로우는 3단계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분리막으로 일반적인 정수기의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분리막은 섬유조직으로 제작되어 일정 크기 이하의 오염물을 걸러내는 1차 정수 역할을 수행한다. 2단게는 요오드 필터로 필터의 요오드 성분이 세균과 박테리아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활성탄 필터로 정수된 물의 맛과 신선도를 높여주면 마실 수 있는 식수가 되고 이를 흡입하여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라이프 스트로우는 단순히 식수 공급의 역할만을 수행하지 않았다. 라이프 스트로우의 공급으로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게 되면서 더 이상 물을 끓여 먹을 필요성이 사라졌고 이는 물을 끓이기 위하여 사용되던 벌목을 감소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아프리카지역의 사막화 방지와 이산화탄소 방출량 감소에 기여하였다.

 

적정기술의 두 번째 사례로는 축구공 소켓볼이 있다. 브라질의 어린이들을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공을 찰 수 있는 땅만 존재한다면 누구보다 즐겁게 뛰어다닌다. 축구선수들 중 아프리카, 남미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자라 유명해진 선수들은 아이들에게 우상처럼 여겨지곤 한다.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은 충분한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가르쳐줄 학교도, 선생님도, 공부할 책까지 무엇 하나 넉넉한 것이 없고 해가 지면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둠뿐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공부하여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만큼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축구는 하루를 즐길 거리인 동시에 희망과 같다. 축구공 소켓볼은 이런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면서 꿈을 키우는 것을 넘어서 당장 사용할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자료 2. 소켓볼]

출처: UNCHARTED

소켓볼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저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기만 하면 전기가 생산된다. 공 내부에는 진동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되어있다. 아이들이 공을 차면서 진동이 발생하고, 이 진동을 센서가 인식하면 내부에 부착된 발전 장치가 공을 찬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에너지 저장 장치에 저장되고 공을 분리하여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품에 연결하면 바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30분가량 공 놀이를 즐기면 3시간가량 전등을 밝힐 수 있는 양의 전기에너지가 생산된다. 

위의 두 가지 사례처럼 적정 기술은 지역 사회를 고려한 "맞춤 기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적정기술이 있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하여 어둠 속에 빛을 밝혀준 적정기술에 대하여 조금 더 다뤄보고자 한다. 

 

 

[폐페트병을 이용한 전구, 1리터의 빛]

오늘도 음료 한 병을 마시고 버린 페트병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단순히 쓰레기라고 여겨지던 것이 전등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여기 1리터의 빛으로 재탄생한 폐페트병들이 있다. 기사의 시작에 등장했던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는 항상 밝다." 이 문장을 되새겨보자. 이는 필리핀의 빈민가인 판자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집은 큰 창과 작더라도 여러 개의 창을 달고 있다. 낮이면 이 창으로 태양 빛이 들어와 전등이 없어도 밝은 낮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빈민가에 세워진 대부분의 판자집에는 창문이 없다. 창문이 있더라도 조밀조밀 모여있는 집들로 인하여 채광이 집 안으로 들어올 여유가 없다. 이런 빈민가의 낮은 밤과 다를 바 없이 어둡기만 하다. 모두에게 공짜인 태양을 즐길 수도 없을 만큼 가난한 이들에게 전기는 사치이다. 그렇다면 필리핀의 빈민가 거주민들은 계속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할까? 여기 그들의 낮을 밝혀준 폐페트병, 모저램프가 있다.

 

[자료 3. 모저램프 실사용 사진]

출처:NocommentCambodia Youtube

 

[자료 4. 모저램프 원리]

출처: 테크플러스

모저램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폐플라스틱병, 물, 표백제, 합석판만 있으면 충분하다. 폐페트병에 표백제를 넣고 2/3가량 물을 채워넣는다. 이후 합석판에 구멍을 뚫어 페트병을 넣어준 후 지붕과 집안 내부를 통과하도록 설치하기만 하면 완성된다. 모저램프는 빛의 굴절, 산란, 반사의 원리를 이용한 간단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의 생산물이다. 단순히 지붕에 구멍을 뚫었다면 집 안으로 빛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페트병 안에 물과 표백제를 넣어 그 구멍을 메운다면 태양 빛이 페트병을 만나면서 굴절이 일어나고, 물을 통과하면서 내부 산란이 일어난다. 또한 표백제는 빛의 산란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하며, 물에서 박테리아나 이끼의 생성을 막아 모저램프의 사용기한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합석판은 페트병 주위로 오는 빛을 반사하여 페트병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늘려준다. 매우 간단한 원리지만 모저램프로 생산할 수 있는 빛은 55와트급의 전구와 맞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자료 5. 태양광 모저램프]

출처:lifeandsoulmagazine

값싼 가격에 빛을 공급할 수 있는 모저램프에도 한계점은 존재하였다. 바로 낮에만 사용가능하다는 점이었는데, 최근 새롭게 바뀐 모저램프는 페트병 뚜껑에 소형 태양광 패널과 회로를 을 장착하여 낮에는 기존의 모저램프와 동일하게 태양빛을 이용하여 전구의 기능을 수행하고, 밤에는 낮에 충전된 전지로 LED 전구를 밝혀 태양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용가능하다. 개선된 모저램프는 집 뿐만이 아니라 빈민가의 가로등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폐식용유로 불을 밝히다,루미르K ]

전 세계의 약 13억 인구는 아직도 등유나 양초를 이용하여 불을 밝힌다. 그러나 등유와 양초는 10%만이 빛 에너지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열에너지로 발산된다. 등유는 특유의 냄새로 인하여 어린아이들은 두통을 앓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등유를 사용하면서 나오는 연기가 무려 담배 40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정도로 환경,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건강과 환경을 모두 위협하는 등유 대신 등장한 것은 폐식용유이다.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는 날씨가 제법 더워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이들은 음식을 튀겨 먹는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식용유 사용량이 많고 쉽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등유 가격보다 식용유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 루미르K는 이들이 사용하고 버려지는 폐식용유에 집중하였다. 

 

[자료 6. 루미르K]

출처: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루미르K의 원리는 제백효과이다. 제백효과란 반도체의 양 끝에 온도 차를 발생시켜 전류의 흐름을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등유와 양초에 불을 붙였을 때 10%만이 빛 에너지로 이용되고 나머지 90%는 열에너지로 발산됨을 언급하였다. 이는 식용유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루미르K는 폐식용유에 불을 붙였을 때, 빛으로 전환되고 남은 90%의 발산되는 열에너지를 제백효과에 적용하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반도체를 사용한 루미르K는 반도체의 한 쪽 면에 발산되는 열 에너지를 가하여 반도체의 반대쪽 면과의 온도차이를 만들었고, 반도체의 양끝 사이에 온도차가 발생하면 반도체의 금속 전자의 에너지 레벨이 변화한다. 이는 전압 차를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전류의 흐름을 방생시켜, 외부 전력 없이 식용유 열만으로도 전등을 밝히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자료 7. 제백효과]

출처: LG 공식 블로그

 

위의 제백효과를 통해 버려지는 폐식용유 5ml는 그저 버려질 쓰레기에서 한 시간동안 불을 밝힐 수 있는 연료가 되었다. 식용유로 밝힌 등은 양초의 밝기보다 약 60배가량, 등유보다 2.5배가량 밝은 밝기를 가진다. 인도네시아에 우선적으로 보급된 루미나K는 인도네시아의 지역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를 공략한 기술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는 7대 필수품목으로 여겨지며 1리터당 약 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폐식용유 1리터는 무려 200시간 동안 루미나K를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기존의 등유는 식용유에 비하여 가격대가 높아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연수입의 30%가량을 연료비로 소모하기도 하였다. 루미나K라는 적정기술의 생산물을 통하여 필수품목인 식용유를 사용한 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함으로써 연료비 사용량도 낮추고, 환경오염 역시 줄일 수 있었다. 

 

 

[적정기술, 그래서 왜 중요할까?]

적정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지구촌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라이프 스트로우는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반드시 충족되어야하는 "식"을 해결해주었고, 소켓볼과은 지역 사회 깊이 박혀있는 사상을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모저램프와 루미나K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환경 등을 이해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시각을 바꾸어 생각해보자면 일종의 맞춤형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맞춤형이라는 것은 주로 더 부유한 이들을 위한 것으로 상징되어왔다. 가진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와 같은 것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바로 맞춤형이다. 그러나 적정기술은 가진 것이 적은 자들을 위하여, 가진 것이 더 많은 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당연하게 누리고 살아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음을 이해하고 현대 문명의 편리함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은 지구촌 모두가 함께 나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한다.


적정기술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적정기술, 새로운 가치 창출", 16기 문정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2829


참고문헌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

1. 한국에너지공단블로그, "세상을 밝히는 '소켓볼'을 아시나요?", 2014.11.26, http://blog.energy.or.kr/?p=7421, 2022.11.06

 

[폐페트병을 이용한 전구, 1리터의 빛]

1. 한국전기안전공사, "적정기술로 어둠을 밝히다! 모저 램프와 노케로 램프", 2020.07.23,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877285&memberNo=1069407, 2022.11.06

2. Hanhwa Solution 케미칼 부문 블로그, "페트병이 만드는 적정기술", 2019.05.30, https://www.chemidream.com/2498, 2022.11.06

 

[폐식용유로 불을 밝히다,루미르K ]

1. 담쟁이, 신나라 마당, "루미르K: 전기없이 식용유로 빛을 밝히다.", 2019.03.04, http://www.sinnara.kr/1821814336/?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51117&t=board, 2022.11.06 

2.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루미르 K : 식용유로 작동하는 LED 램프",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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