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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참여 후기] 예술과 환경의 경계에 선 사람들

by R.E.F 21기 김채윤 2022. 11. 28.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참여 후기] 예술과 환경의 경계에 선 사람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하진, 김채윤



ESG, 예술을 만나다

최근 경영계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단연 ESG이다. 유럽연합에서 ESG를 구속력 있는 표준 규칙으로 제정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ESG는 전 세계 기업에서 만족해야 할 기준이자 경영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예술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19일부터 10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늘날 현대미술관이 ESG경영과 전시의 환경적 영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무엇을 담론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마련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우리는 그동안 전시를 미술적 파급효과와 관람객 수 등으로만 평가하고 그것의 환경적 영향에는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히 산술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탄소배출량을 ‘문제를 제기하고 현재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보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방문한 10월 29일 프로젝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의 탄소배출량 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일자에는 탄소배출권 사업 개발, 거래부터 탄소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탄소배출권 전문 기업 ‘에코아이’가 함께했다.

[자료1. <미술관-탄소-프로젝트>가 이루어진 공간. 조명과 난방을 최소화하고, 이전 전시의 재료를 재활용해 의자와 조명을 만들었다.]

출처: ©21기 김채윤



탄소배출량 분석, 그 방법은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탄소배출량 산정에 앞서, 현실적으로 제한적 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명했다. 탄소 배출량 분석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만 이루어졌으며, 미술관의 여러 행위 중 전시를 다뤘고, 전체 전시 중에서는 4개의 전시(국제그룹전 A, 국제그룹전 B, 개인전 회화 중심, 개인전 미디어 중심)를 분석하였다. 또한, 작품 제작 자체에서의 탄소 배출 등 배출계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항목은 제외되었다. 탄소 배출계수란 석유 1톤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에서 제시한 연료별 2차 계수를 말한다.

탄소의 배출 활동은 크게 직접배출(SCOPE 1), 간접배출(SCOPE 2), 기타 간접배출(SCOPE 3)로 분류된다. SCOPE 1은 공장 배출이나 연료 연소처럼 기업이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직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하며, SCOPE 2는 기업이 사용하기 위한 구매 전기, 구매 스팀 등에서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말한다. 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이 바로 SCOPE 1과 SCOPE 2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기업이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지만,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예를 들면 원료와 폐기물의 수송, 아웃소싱 등 다른 조직이 관리하는 폐기물, 그리고 직원들의 출퇴근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또한 배출활동의 하나로 분류해야 하며, 이를 SCOPE 3라고 한다. 따라서 미술관 내에서 일어나는 탄소 배출은 모두 SCOPE 1,2에 해당하고, 그 외 전시품 제작을 위해 배출되는 탄소나 관람객이 미술관에 방문하며 배출하는 탄소 등은 SCOPE 3 에 해당한다. 이번 논의에서 사용된 탄소 배출량 자료에서는 전시 관련 폐기물을 ‘전시 준비를 위한 공사나 전시 중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정의하였으며, 배출량 산정식은 배출된 폐기물의 양(kg) X 폐기물 처리 방법 배출계수(kgCO2e/kg)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CO2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미술관 운영에 의한 배출량(SCOPE 1,2)은 1,975tCO2, 전시품 제작 등에서의 배출량(SCOPE 3, 전시 1개당 배출량 100~200 tCO2 X 2021년 기준 12개 전시 운영)은 1,200~2,400tCO2로 산정되어 SCOPE3의 배출량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GHG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 의거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활동에서의 탄소배출량 분석 결과, 전시회의 탄소 배출 요인 중 관람객 이동에 의한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당 프로젝트 기간 동안 관객 이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미술관이 관람객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자료2.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출처: MMCA다원예술2022


탄소배출량 분석을 통해 발견한 개선 방향

탄소배출량 산정을 통해, '전시장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 항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전시장 에너지 사용은 건물의 냉난방과 조명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양이다. 이 항목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필요량을 줄이거나, 또는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에너지 필요량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조명을 할로겐에서 LED 조명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미술관에 패시브 건축을 적용하여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다른 방법이다. 패시브 건축이란 채광, 환기, 단열 시스템을 통해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건축 방식이다.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며, 냉난방을 위한 탄소 배출 감축에 효과적이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Kunstmuseum Ravensburg라는 박물관이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기도 했다.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미술관, 박물관이 패시브 건축으로 지어진다면 건축물 자체가 교육적인 효과를 가지며, 탄소배출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탄소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미술관 자체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접목할 수도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지만, 규제와 예산 문제로 추가 설치가 어렵다. 미술관에 접목할 수 있는 형태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예술 전시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전시 준비를 위한 공사 과정에서 가벽 등 구조물을 만들고, 전시가 끝난 뒤 폐기된다. 전시마다 발생하는 폐기물을 소각하면 많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과거 비디오아트 전시에서 공간 분리를 위한 가벽을 블라인드로 대체하여,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시도를 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조립형 가벽을 사용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는데,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업체가 없어서 지금까지는 전부 폐기되었다. 하지만 향후 업체와의 논의를 통해 미술관 전시의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전시 홍보물도 탄소를 배출한다. 전시 소개 책자와 같은 인쇄물들을 제작하는 과정과 이후 폐기, 소각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기존의 전시에서 소비되던 인쇄물을 웹페이지로 대체하는 노력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웹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쇄물을 대체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서버를 유지하고 웹페이지에 사용자가 접속하는 통신에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 탄소 저감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런 업스트림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인쇄물을 제작하는 것보다 같은 양의 정보를 웹으로 제공하는 것이 탄소배출량이 적다.

[자료3. 프로젝트에서 제공한 브로슈어의 모습. 최소한의 자원을 소모하기 위해 브로슈어를 재사용했다.]

출처: ©21기 김채윤


이번 MMCA 다원예술 <미술관-탄소-프로젝트>에서도 이와 같은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브로슈어를 가져가는 공간에 '소독된 브로슈어', '새 브로슈어', '깨끗한 브로슈어는 반납해주세요' 세 가지 안내판을 두어 인쇄물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브로슈어에 사용한 글씨체는 "나눔글꼴에코"를 사용하였다. "나눔글꼴에코"는 글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인쇄 시 잉크가 빈 공간에 채워진다. 글꼴은 유지되면서도 약 30%의 잉크를 절감할 수 있다. 전시 안내 웹페이지 또한 독특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주된 디자인이었으며, 지속가능한 전시를 위해 어떤 지침을 따라 만들어졌는지가 설명되어 있었다.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하자면,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흰색 면적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사용하고, 유저가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지 않도록 단순하고 직관적인 홈페이지를 디자인했다. 잘 방문하지 않을 페이지는 삭제했으며 불필요한 시각 효과도 없다. 홈페이지 개발 시 불필요한 코드를 제거하는 툴을 사용했으며, 검색 엔진에 최적화를 진행해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많은 지침이 궁금하다면 직접 웹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술관은 어떤 모습일까

MMCA 다원예술 <미술관-탄소-프로젝트>에서 진행된 여러 프로그램 중, “시민이 상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소중립” 워크숍이 있었다. 240여명의 시민과 미술관 관계자가 릴레이로 참여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1)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된 미술관, 2) 2) 100% 제로 웨이스트 미술관, 3) 오직 시민이 선택한 전시만 여는 미술관 등이 논의되었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는 명확한 한계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된 미술관에서는 작품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과 관람객의 경험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오직 시민이 선택한 전시만 여는 미술관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가 관심을 가지는 전시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미술관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예술가도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 현대미술관은 지속가능성을 주요 가치로 삼고 매년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표한다. 2019년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는 탄소중립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앞으로 예술계에서도 탄소중립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될 것을 시사한다.

문화예술계가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대중에게 다양한 방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활동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예술가는 기후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탄소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동기가 약하다. 따라서 기존의 인식을 깨고, 예술계도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을 키워야 하며, 문화예술계에 투자하는 주체 또한 전시나 작품의 탄소중립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MMCA 다원예술 <미술관-탄소-프로젝트>는 미술관과 기후위기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민, 미술관 관계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프로젝트였다. 기후위기가 미술관에서 논의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지금까지 꼭 필요했던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은 인간의 삶과 시대의 분위기를 담는다. 현재 기후 위기는 모든 인류의 삶을 둘러싼 문제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예술이 기후 위기를 직면해야 할 시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예술과 지구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었다.


환경과 예술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전시의 변화, 기후 위기를 직면한 미술관", 20기 권혜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93

2.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20기 권혜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494


참고문헌


[ESG, 예술을 만나다]

1) 국립현대미술관, “MMCA 다원예술 2022 «미술관-탄소-프로젝트»”, https://www.museum-carbon-project.org/

[탄소배출량 분석, 그 방법은]


1) 국립현대미술관, “MMCA 다원예술 2022 «미술관-탄소-프로젝트»”, https://www.museum-carbon-project.org/project/

2) 환경부, 환경성적표지인증, “제도 소개>도안 및 표시방법”, https://www.greenproduct.go.kr/e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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