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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닌 : 나를 골칫거리로 보지 마세요.

by R.E.F. 22기 정의희 2022. 11. 28.

리그닌 : 나를 골칫거리로 보지 마세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서범석, 22기 정의희, 22기 홍세은

 

[리그닌, 넌 누구니?]

인류와 가장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재료는 무엇일까? 나무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멋스럽고 가공이 용이하다는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구는 물론이고 종이, 휴지, 심지어는 바닥까지 목재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만큼 버려지는 목재폐기물도 매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폐기물도 고부가가치 소재로 변신하는 순환경제의 시대가 열린 만큼 목재폐기물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자료 1. 연간 목재폐기물 발생량]

출처: 한국목재재활용협회

 

일상에서 오래된 책이나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나무속 리그닌이라는 성분 때문에 발생한다. 리그닌은 목재의 20~30%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이는 고분자 화합물로 단단해 식물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리그닌은 펄프나 종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대량 방출되는데, 그 양은 연간 5천만 톤에 달한다. 그러나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95% 이상 소각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하지만 리그닌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바이오폴리머, 친환경적, 재생 가능한 물질이라는 점에서 이용가치가 있다. 최근 이들의 분자구조를 제어하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산업계의 골칫거리였던 리그닌이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그닌의 재발견]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리그닌의 구조를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리그닌은 여러 유형의 C–C 및 C–O 결합으로 구성된 복잡한 중합체이다. 이는 광촉매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일정 부분 겹쳐 이들이 광촉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리그닌 고분자가 가시광선을 받을 때 광산화환원 반응(photoredox reaction)을 일으키는 것을 분광학적 및 (광)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자료 2. 리그닌의 분자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리그닌, 왜 필요한가?]

이번 연구는 그동안 버려진 리그닌을 통해 우리 생활에 유용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바로 리그닌이 탄화수소에 산소를 첨가하는 반응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자료 3. 탄화수소의 모습]

출처: GS칼텍스

탄화수소는 탄소와 수소 사이의 C-H 결합으로 이뤄진 화합물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로 연료로 사용되는 화합물이 탄화수소이다. 연료로 사용되지 않는 다른 화합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플라스틱, 고무, 약물 등 다양한 제품의 화학 원료로 이용되는 포름산, 아세톤, 에탄올 등이 있다.

[자료 4. 화학원료로 쓰이는 아세톤의 구조]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이 물질들의 특징은 탄소와 수소 말고도 산소가 첨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생활에 유용한 화학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화수소에 산소를 첨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옥시 기능화’ (Oxifuntionalization)라고 한다.

 

 

[옥시 기능화 속 리그닌과 UPO의 역할]

탄화수소에 산소를 첨가하기 위해선 C-H 결합을 끊어야 한다. 문제는, C-H 결합이 너무 단단해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C-H 결합을 쉽게 끊어 유용한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서 특별한 촉매(비특이적 과산소효소, UPO)를 이용한다. UPO는 과산화수소(H₂O₂)를 이용해 C-H 결합을 끊고 산소를 첨가한다.

R-H+ H₂O₂→R-OH+ H₂O

이 반응에 필요한 과산화수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리그닌이다. 리그닌은 태양빛을 받아서 물과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바꾼다. UPO는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우리에게 유용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버려졌던 리그닌을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자료 5. 리그닌과 UPO의 화학 공장]

출처: 네이처

 

 

[전자의 이동 이해하기]

리그닌의 과산화수소 생산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전자의 이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리그닌은 산소에게 전자를 전달해 과산화수소로 만든다. 전자를 얻는 이 반응을 환원 반응이라 한다. 반면, 물은 리그닌에게 전자를 전달하고 과산화수소와 산소로 산화된다. 전자를 잃는 이 반응을 산화 반응이라 한다.

[자료 6. 산화와 환원 이해하기]

출처: 한화


O₂+2H⁺+2e⁻→H₂O₂

2H₂O→H₂O₂+2H⁺+2e⁻

2H₂O→O₂+4H⁺+4e⁻


전자는 왜 다른 물질로 이동하는 걸까? 전자가 어디를 편안하게 느끼는지와 관련되어있다. 전자는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에너지가 낮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료 7. 전자는 낮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하려고 한다 ⓒ서범석]

출처: 자체 제작

한편, 전자가 빛 형태 등의 에너지를 받으면 이를 흡수해 더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할 수 있다. 리그닌 역시 이러한 특성을 보인다. 이는 리그닌의 과산화수소 생산 과정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성질이다.

[자료 8. 전자는 빛을 흡수해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한다 ⓒ서범석]

출처: 자체 제작

 

[리그닌, 산화환원의 중심지]

[자료 9. 리그닌과 산소, 물 사이의 전자 전달 경로]

출처: 본 논문

리그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LS와 KL이 가장 대표적이다. 구하기 쉽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LS는 아황산염을 이용한 펄프 생산 공정에서, KL은 ‘크래프트’라고 불리는 공정의 부산물로 나온다.

리그닌이 빛을 받으면 리그닌 속 전자가 에너지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LS의 경우 ①에서  ②, KL의 경우 ③에서 ④로 전이한다. ②, ④와 같이 높은 곳에 올라간 전자는 빈 공간이 있는 낮은 곳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전자가 산소가 가진 ⑤공간으로 떨어지면, 산소가 전자를 얻으면서 과산화수소가 된다.

한편, ①, ③에는 전자가 ②, ④로 이동해 빈 공간이 생긴 상태이다. 따라서, 다른 곳에 있는 전자가 이곳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전자가 ⑥에서 떨어질 경우 물이 전자를 방출하여 과산화수소로 산화한다. ⑦에서 떨어질 경우 물은 산소로 산화한다. 물의 산화는 과산화수소도 생산하지만 반응물은 산소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리그닌과 UPO의 상호작용, 완벽한 시너지]

리그닌은 과산화수소를 만들고, UPO는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C-H 결합에 산소를 첨가한다. 리그닌과 UPO의 복합체는 단순히 태양광으로 유용한 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시너지를 갖는다. 리그닌의 특별한 성질은 UPO가 안정적으로 촉매 반응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UPO가 촉매 작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적절한 과산화수소 농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과산화수소 농도가 낮아지면 UPO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리그닌은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함으로써 적절한 과산화수소 농도를 유지한다. 또한, 리그닌, 산소, 물 등 우리 주변에 풍부한 자원을 촉매 반응에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일반적인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하여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알코올, 포름산, 글루코스 등 산소에게 전자를 줄 물질(희생 전자 공여체)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낮고, 불필요한 부산물이 생성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리그닌은 오직 산소와 물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어 높은 경제성을 보여주며, 부산물 축적 문제에서 벗어난다. 또한 리그닌의 높은 광안정성은 리그닌이 광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일반적인 물 산화 촉매는 반응 과정에서 -OH라고 하는 물질을 만든다. –OH가 UPO와 반응하면 UPO가 비활성화되면서 효소 작용을 멈춘다. 리그닌은 다른 촉매와 달리 –OH를 생성하지 않는다. UPO를 보호하면서 촉매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리그닌-UPO 선물순수한 이성질체 공장]

리그닌-UPO 복합체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그닌은 순수한 이성질체를 생산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성질체가 무엇인지 이해가 필요하다.

[자료 10. 거울상 이성질체 예시]

출처: 네이버 블로그

분자를 거울에 비추었을 때 생기는 거울상이 원본과 포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포개지지 않는 한 쌍의 분자를 거울상 이성질체라 한다. 위 그림의 2개의 분자는 마치 거울에 비친 듯이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두 분자를 포개려고 아무리 움직여봐도 포개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자가 거울상 이성질체이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똑같이 생겼더라도 성질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 ‘탈리도마이드’라는 의약물질에는 두 가지 이성질체 형태가 있다. 하나는 진정 및 수면 작용이 있지만, 다른 하나는 혈관의 생성을 억제한다. 잘못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에게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설탕보다 단 맛을 내는 ‘아스파탐’ 역시 이성질체를 갖는다. 이 이성질체는 쓴 맛을 낸다. 거울상 이성질체끼리 성질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때문에 한 종류의 이성질체만을 생산하거나 분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리그닌-UPO 복합체가 생산한 알코올, 에폭사이드 등의 화합물들은 99% 정도의 이성질체 순도를 보였다. 순수한 이성질체를 효과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은 리그닌의 광촉매로서의 가치를 한 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광촉매 특성이 발견된 리그린 실험의 의의]

지구온난화 등 여러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원인 중 하나인 폐기물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부터 폐그물, 폐타이어 등을 다른 물질의 원료로 이용하는 등 폐기물을 줄여 탄소저감에 힘을 쓰고 있다. 리그닌에서 발견한 광촉매의 특성 또한 소각되던 폐기물이 중요 화학물질로 변신한 예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그닌을 고부가가치 화합물 생성에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리그닌의 광촉매적 메커니즘을 더 자세하게 밝혀 리그닌의 촉매 성능을 높이고, 다양한 효소와 접목,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해 산업적 파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붙이거나 폐기물의 특성 중 놓친 부분을 한 번 더 찾아내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그닌은 광촉매뿐만 아니라 바이오 플라스틱 합성, 탄소섬유, 레진과 접착제 등으로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리그닌을 광촉매로 산업에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상용화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리그닌의 새로운 응용 동향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 친환경 산업 발전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리그닌에 빛을 비춰 그 가치를 발견한 것처럼 폐자재의 친환경적 탈바꿈을 위한 연구에도 지속적으로 빛을 비춰 주어야 한다.

 

[자료 11. 리그닌의 산업적 응용 사례]

출처 : BRIC


광촉매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사람들의 광합성 따라하기, 인공 광합성이란?", 20기 서범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81

2. "수소 발생 100% 광전극, 멀지 않은 미래!", 11기 최혜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256


참고문헌

[리그린 현황]

1)     박진석, “식물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발견… 인공광합성 성공”, 특허뉴스, 2022.03.28, https://www.e-patentnews.com/8296

2)     산업통상자원부, 목재 폐기물 ‘리그닌’, 바이오 연료로 재탄생하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1.11.22, https://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95850

3)     한국목재재활용협회, “방치 이유 없고 재활용률 높은 폐목재, 방치폐기물 보증조치 면제대상 반드시 포함돼야”, 뉴스와이어, 2020.10.12,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911942

4)     황예원, 한국에너지공단, “폐기물이 에너지로?! 리그닌을 활용한 바이오 연료 시스템”, 2021.10.06, https://blog.naver.com/kea_sese/222528772427

 

[본론]

1) 박수빈, NRF한국연구재단, “리그닌의 무한한 변신”, 2022.08.29,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2850552300

2) BIO통신원, “식물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 발견”, BRIC 동향, 2022.03.28,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9923

3) Guozhi Zhu, Song Shi, Li Zhao, Meng Liu, Jin Gao, and Jie Xu, “Formation of Strong Basicity on Covalent Triazine Frameworks as Catalysts for the Oxidation of Methylene Compounds”, ACS Publications, 7526-7534, 2020.10.14

4) 한서영, “거울상 이성질체를 아시나요? 카이랄 의약품의 두 얼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로그, 2020.05.11, https://m.blog.naver.com/with_msip/221956507669

5) 김진현, Trang Vu Thien Nguyen, 김용환, Frank Hollmann, 박찬범, “Lignin as a multifunctional photocatalyst for solar-powered biocatalytic oxyfunctionalization of C–H bonds”, Nature Synthesis , 217–226 (2022)

 

[광촉매 특성이 발견된 리그린 실험의 의의]

1) 이성현, “KAIST, 식물 주요 구성 성분 ‘리그닌’ 광촉매 특성 발견”, 충청뉴스, 2022.03.28, https://www.cc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1823

2) 박진석, “식물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발견… 인공광합성 성공”, 특허뉴스, 2022.03.28, https://www.e-patentnews.com/8296

3) 이정은, “식물 속 95% 폐기 대상 리그닌, ‘광촉매’특성 발견”, 헬로디디, 2022.03.28,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6415

4) BIO통신원, “식물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 발견”, BRIC 동향, 2022.03.28,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9923

5) 김진현, Trang Vu Thien Nguyen, 김용환, Frank Hollmann, 박찬범, “Lignin as a multifunctional photocatalyst for solar-powered biocatalytic oxyfunctionalization of C–H bonds”, Nature Synthesis , 217–226 (2022)

6) 이배훈(2016), 리그닌 응용 분야 동향, BRIC View 동향 리포트,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report&id=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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