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후변화-환경

카타르 월드컵의 모순, 탄소중립과 그린워싱

by R.E.F. 22기 박도원 2022. 12. 26.

카타르 월드컵의 모순, 탄소중립과 그린워싱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상징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은 대부분 ‘최초’라는 단어를 포함한다. 카타르 월드컵은 최초의 중동 월드컵이자 최초로 겨울에 열린 월드컵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월드컵 개막식에서 방탄소년단 정국이 최초의 한국 가수로 공연을 했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월 28일 2골을 득점한 가나와의 경기에 이어 12월 3일 포르투갈전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머쥐며 ‘최초 한 대회 2경기 연속 멀티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개막 전부터 여러 '최초'를 이룬 카타르 월드컵은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 타이틀도 차지했다. 국제축구연맹 FIFA와 카타르 정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역사상 최초로 탄소중립을 이룬 대회’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7개의 경기장을 새로 지었고 도로, 쇼핑몰, 지하철 등 많은 도시 인프라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소 6,500여 명의 이주 노동자가 사망하며 카타르 월드컵은 ‘피로 물든 월드컵’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에서 탄소중립을 표방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그린워싱’ 월드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 개최됐다.

[자료 1.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칼리파 국제경기장 전경]

출처 : Qatar 2022

 

[주최 측이 말하는 탄소중립 월드컵]

2020년 1월, 카타르 월드컵 주최 측은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을 약속했다. FIFA가 2021년 6월에 발표한 온실가스 산정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360만 톤이다. 항공과 도시 내 차량 이동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80만 톤으로 전체의 51.7%을 차지한다. 이어서 숙박에 의한 발생량이 약 70만 톤으로 20.1%을 차지하며, 경기장과 같은 영구 시설 건축은 약 6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자료 2. 카타르 월드컵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자료 3. 카타르 월드컵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FIFA World Cup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용되는 경기장 8개 중 7개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어졌다. 그 중 ‘스타디움 974(Stadium 974)’로 알려진 ‘라스 아부 아부드(Ras Abu Aboud)’ 경기장은 컨테이너 박스로 조립되어 쉽게 해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친환경 경기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조별 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Education City Stadium)’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55% 이상, 그리고 재활용 소재를 28% 사용한 경기장으로 ‘글로벌 지속가능 평가시스템(Global Sustainability Assessment System, GSAS)’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GSAS 평가에서 별 4개를 받은 ‘알자누브 스타디움(Al Janoub Stadium)’은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는 개폐식 지붕, 찬 공기의 유입을 용이하게 하는 관중석 밑 통풍구와 큰 노즐 등을 통한 차별화된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16강 경기가 열리는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Ahmad bin Ali Stadium)’은 재활용 자재를 90% 사용해서 지어졌다.

[자료 4.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조립식 임시경기장 '스타디움 974']

출처: Qatar 2022

이번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근처를 비롯해 카타르 전역에는 총 67만 9,000그루의 관목과 1만 6,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새롭게 심어진 식물의 75%는 고유종으로 가뭄 저항성이 강하다. 잔디 조경에 사용된 면적은 약 120만m2다. 관개에 사용되는 물은 100% 재활용된 물이며 경기장에 사용되는 물은 국제 권장 기준(International Plumbing Code)보다 40% 적은 양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콤팩트 월드컵(Compact World Cup)’이라고도 불린다. 8개의 경기장이 모두 반경 55km 안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경기장 이동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카타르는 전철망 ‘도하 메트로(Doha Metro)’를 건설했으며 750대의 전기 버스를 공급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그린워싱]


여러 환경 단체, 언론, 축구 선수, 그리고 기후 전문가들은 카타르 월드컵이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한다. UC 삼프도리아(U.C. Sampdoria)에서 뛰고 있는 노르웨이 축구 선수 모르텐 토스비(Morten Thorsby)는 이번 월드컵이 환경 발자국 측면에서 ‘끔찍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영국 기후학자이자 맨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 교수 케빈 앤더슨(Kevin Anderson) 또한 이번 월드컵을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이라고 칭한 FIFA의 주장이 ‘심각하게 잘못됐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360만 톤으로 이전 월드컵보다 많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272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이보다 적은 217만 톤을 배출했다. 360만 톤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의 연간 배출량과 동일하다. 또한 자동차 8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고 이를 모두 상쇄하려면 소나무 5억 그루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FIFA 발표한 보고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되었으며, 심지어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탄소 발자국 연구원이자 랭커스터 대학교(Lancaster University) 교수 마이크 버너스 (Mike Berners Lee) 카타르 월드컵이 1,000 톤이 훨씬 넘는 이신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FIFA의 주장보다 적어도 3 많은 수치다. 또한 그는 FIFA 제시한 보고서에서 이동에 해당하는 비행기 여행이 전부 편도로 계산된 점이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자료 5. 탄소배출 항목 중 이동에 해당하는 비행기가 편도로만 계산됐다]

출처: Greenhouse gas accounting report - Qatar 2022™

벨기에 비영리 단체 ‘Carbon Market Watch(CMW)’은 올해 5월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중립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CMW도 FIFA가 발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추정치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6개의 영구 경기장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0.6만 톤인 반면, 임시 경기장 '스타디움 974' 하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43.8만 톤이다. FIFA가 경기장 수명이 영구적이라는 전제하에 탄소배출량을 나눠서 계산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임시 조립식 경기장 ‘스타디움 974’의 수명은 월드컵 경기 일수 70일에 불과하지만, 다른 경기장의 예상 수명은 60년이다. 결국 신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온전히 반영된 것은 ‘스타디움 974’가 유일하다. 따라서 나머지 6개의 영구 경기장에 대해 FIFA가 계산한 탄소배출량은 8배 많아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자료 6. Carbon Market Watch 환경 단체가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부문 탄소배출량을 예측한 그래프]

출처: Carbon Market Watch

새롭게 심어진 나무와 잔디가 카타르로 이송되는 과정과 유지되는 방법도 탄소중립을 거스르는 양상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잔디를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환경 비용이 소모된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식물의 상태 유지를 위해 온도 조절이 되는 항공기로 매년 140톤의 목초종자(grass seed)를 미국에서 들여온다. 이렇게 잔디가 심어진 경기장은 겨울에 10,000L, 여름에 50,000L의 물을 필요로 한다. 카타르는 100% 재활용된 물을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중동 전문 역사학자 조나단 피론(Jonathan Piron)은 물이 부족한 사막 국가 카타르가 담수화된 바닷물을 사용하는 과정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환경 파괴적임을 지적했다. 해수담수화 후 바다로 방출되는 염수는 염도가 더해져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월드컵을 위해 새롭게 지어진 경기장과 각종 도시 인프라가 어떻게 쓰일지도 남겨진 숙제다. CMW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 앞으로 이 작은 카타르 땅에서 얼마나 쓰일지 모르겠다며 그 효용성을 의심했다. 스포츠 환경 연구원이자 에든버러 대학교(The University of Edinburgh) 교수 워커 로스(Walker Ross)도 월드컵 개최 이전에 카타르에 경기장이 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구가 290만 명인 작은 나라에서 경기장이 어떻게 활용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프로젝트 총 비용 약 300조원 중 47조 7천억원이 쓰인 지하철도 월드컵을 보러 온 관광객을 위해 지어진 만큼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 7.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도하 메트로]

출처: Qatar 2022

 

[탄소중립에 연연하지 않는 친환경 월드컵]


월드컵은 지구촌 각국의 선수들과 응원단이 한 나라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세계인의 축제이다.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월드컵에서 탄소중립을 외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다.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장대한 목표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그린워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월드컵이 풀어야 하는 숙제를 똑똑히 보여줬다. 4년에 한 번 있는 월드컵을 위해 선수들이 노력하는 만큼, 환경을 위한 FIFA와 개최국의 노력도 함께하길 바란다.


스포츠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Go, Green Game ! 2022 카타르 월드컵, 부수기 위해 짓는 지속 가능한 경기장" 20기 권혜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67
2. "축구, 야구도 이제는 친환경으로!", 21기 정형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10


참고문헌


[주최 측이 말하는 탄소중립 월드컵]
1. 산소통, 산업통상자원부 블로그, "[2022 카타르 월드컵과 함께 떠나는 에너지여행] 친환경 월드컵이 치러지는 카타르로!(카타르 월드컵 친환경)", 2022.11.09., https://blog.naver.com/mocienews/222924171206, (2022.12.04.).
2. 양훼영, "[사이언스 취재파일] 친환경부터 신기술까지...카타르 월드컵 속 과학", YTN, 2022.11.28.,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hcd=0032&key=202211281635033051
3. 에너지정보문화재단,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친환경 월드컵을 향한 카타르의 도전(카타르 월드컵 친환경)", 2022.11.28.,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940496320, (2022.12.04.).
4. Senna Setterwall, "Greenhouse gas accounting report", FIFA World Cup 2022™, 2021.06.
5. Qatar 2022, FIFA World Cup Qatar 2022, https://www.qatar2022.qa/en

[카타르 월드컵이 '그린워싱'인 이유]
1. 김상수, "에어컨 빵빵한 경기장 짓고 항공여행 쏟아지는데, ‘탄소중립 월드컵’", 헤럴드경제, 2022.11.21.,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1121000035
2. 김표향, "카타르월드컵이 친환경적이라고... 사실은 '그린 워싱'이다", 한국일보, 2022.11.2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2210150003233?did=NA
3. 남예진,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중립? "전형적인 그린워싱"", 뉴스펭귄, 2022.11.10.,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71
4. Andrew Mills, "Qatar’s World Cup turf needs chilled stadiums, desalinated water to thrive", Reuters, 2022.02.22., https://www.reuters.com/lifestyle/sports/qatars-world-cup-turf-needs-chilled-stadiums-desalinated-water-thrive-2022-02-21/
5. Cyrielle Cabot, "‘Greenwashing’ mars Qutar’s carbon-neutral World Cup promise", France24, 2022.10.03., https://www.france24.com/en/sport/20221030-greenwashing-mars-qatar-s-carbon-neutral-world-cup-promise
6. David Lockwood&Matt Warwick, "Qatar World Cup: Fifa’s carbon neutrality claim ‘misleading and incredibly dangerous’", BBC, 2022.11.02., https://www.bbc.com/sport/football/63466168
7. Gilles Dufrasne, "Poor tackling: Yellow card for 2022 FIFA World Cup’s carbon neutrality claim", Carbon Market Watch, 2022.05.
8. Paul MacInnes, "Qatar World Cup criticized for ‘probelmatic’ carbon footprint promises", The Guardian, 2022.05.31.,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22/may/31/qatar-world-cup-criticised-for-problematic-carbon-footprint-promise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