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그리드 패리티 언제 달성할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고가현
그리드 패리티 정의
국내 전력 시장은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으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도매시장에서는 발전 사업자들이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고, 소매시장에서는 한국전력공사만이 도매시장에서 구매한 전력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지금까지 도매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력은 발전단가에 상관없이 우선 구매됐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자력, 화력 발전 등 다른 연료의 발전단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태양광의 발전단가는 1kWh 당 93.4원, 풍력의 발전단가는 1kWh 당 99.3원이다. 반면,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1kWh 당 56.1원이다.
전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발전 단가가 다른 연료로부터 생산한 전력의 발전단가와 같아져야 한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화석연료와 같은 다른 에너지로부터 생산한 전력을 사는 가격보다 작거나 동등한 수준의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경우를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한다.
[자료1. 그리드 패리티 시점 그래프]
출처 : 엔라이튼
그리드 패리티와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균등화 발전원가(LCOE)’이다. 이는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1kWh) 당 소모되는 비용으로, 건설부터 폐기에 걸친 전 수명 주기의 비용을 집계한 것이다. 세계 태양광 발전 LCOE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12~2017년 5년간 태양광 발전의 LCOE는 약 65% 하락했다. 그리드 패리티는 화석연료 에너지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LCOE가 동일해지는 시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해외와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비교
지금껏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그 산업 규모나 기술 수준 등으로 인해 화석연료 보다 비싼 에너지였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그리고 환경 비용 증가로 인해 점차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 호주, 일본, 미국의 14개 주이다. 호주와 미국의 경우 높은 일사량을 통한 태양광 발전, 독일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리드 패리티 달성의 비결이다. 기존 화석연료의 발전단가 상승 역시 그리드 패리티 달성의 주요 요건이다.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5,194MW) 대비 2021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증가량(4,799MW)은 7.6% 감소했다. 또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현황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과 속도가 낮고, 구성도 태양광과 풍력보다 폐기물 위주이다.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보다 2배가량 높다. 한국전력거래소 통계를 확인해 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전기 요금은 1kWh 당 10.2센트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독일 33.4센트, 이탈리아 28.9센트, 영국 23.4센트, 일본 25.4센트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전기 요금도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구체적으로 2011년 기준 국내 가정용 전력 소매가격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 비용이 제대로 반영된 소매가격이 결정되도록 전력 시장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 예측
글로벌 에너지 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 자료를 분석한 한전 경영연구원 ‘전력경제 리뷰’에 따르면 태양광 및 육상풍력의 국내 LCOE는 2027년경 석탄발전보다 낮아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 발전원별 LCOE는 태양광 61달러/MWh, 육상풍력 62달러/MWh, 석탄화력 63달러/MWh 수준으로 예측됐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LCOE 수준과 세계 평균과의 차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태양광의 경우 2021년 39달러/MWh에서 2030년 20달러/MWh로 줄어들고, 육상풍력은 2021년 35달러/MWh에서 2030년 19달러/MWh로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은 2021년 55달러/MWh에서 2030년 35달러/MWh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모듈 가격 하락 및 효율성 증대로 설비 소형화가 이뤄져 건설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21년 태양광 투자비는 지역별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겠으나 2030년에는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육상풍력은 2021년 54달러/MWh에서 2030년 37달러/MWh로 3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터빈 가격 하락과 대형화로 투자비가 떨어지는 추세고 설비 이용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2021년 74달러/MWh에서 2030년 58달러/MWh로 22% 내려갈 것으로 봤다.
반면 석탄화력은 2021년 67달러/MWh에서 2030년 71달러/MWh로 6%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스 발전 역시 2021년 70달러/MWh에서 2030년 74달러/M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 이용률 하락이 LCOE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론
결국 그리드패리티가 시사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라는 문턱을 넘어 현실성 있는 에너지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환경적 당위성에 더해 경제성까지 잃은 화석연료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욱 좁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 남은 과제는 국내 화석연료의 LCOE와 신재생에너지의 LCOE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일 것이다. 이에 에너지 정책 연구원은 초기 투자여건 마련, 자재 국산화, 이용률 증가를 위한 규제 개혁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민간 금융기관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위한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고, 발전사는 지역 주민들과의 이익공유 모델을 통해 입지여건을 확대하는 등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다. 국내 그리드 패리티를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드 패리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그리드 패리티", 20기 이주선 ,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70
2. "대한민국의 그리드 패리티를 위해", 11기 강병근, 12기 이성혁, 13기 이경하, 13기 윤지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430
참고문헌
[그리드 패리티 정의]
1) SK ecoplant NEWSROOM,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싸지려면? 그리드 패리티”, SK ecoplant NEWSROOM, 2022.11.30., https://news.skecoplant.com/%EB%AF%B8-%EB%B6%84%EB%A5%98/7606/
2) 신동현, “그리드 패리티의 결정요인에 관한 국가별 비교 연구”, 에너지경제연구원, 2018.07.06.
3) 엔라이튼, “[알쓸태잡] 7. LCOE(균등화발전원가)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2019.06.27., https://www.enlighten.kr/insight/glossary/1062?utm_source=solarconnect&utm_medium=insight&utm_campaign=contents_210706
[해외와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비교]
1) SK ecoplant NEWSROOM, 앞의 기
2) 신동현, 앞의 연구
3) 이유범, 우리나라는 그리드패리티 언제 가능해질까?, 파이낸셜 뉴스, 2023.06.05., https://www.fnnews.com/news/202306041712129035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 예측]
1) 조성훈,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2027년 그리드패리티 도달한다”, 디지털 비즈온, 2021.02.21., http://www.digitalbizon.com/news/articleView.html?idxno=1512546
[결론]
1) 김윤화, “[카드뉴스] 그리드패리티, 발전 에너지 질서를 바꾸다…"한국 2027년 도달 가능"”, 녹색경제신문, 2022.01.09., https://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293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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