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인터뷰] 더 나은 연고전과 고연전을 위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대학 최대 라이벌 행사인 정기전]
2023년 9월 8일과 9월 9일은 가장 유명한 대학가 라이벌 축제인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맞붙는 연고전 및 고연전이 열린 날이었다. 양교의 축제는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 1926년부터 100년 가까이 지속된 행사로 과거에는 전 국민적 인기를 누리던 행사였다. 옛날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않았지만, 현재도 양교 학생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행사인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료 1. 2008(왼쪽)과 2022(오른쪽)의 연고전 및 고연전]
이러한 인기와 유명세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명칭 논란이다. 연세대는 연고전, 고려대는 고연전이라는 자기 학교가 앞에 있는 명칭을 채택한다. 초기에는 연고전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돼 공식 명칭이 ‘연고전’이었지만, 고려대학교 측에서 불만을 제기하며 논의가 이루어진 끝에 결국 원정팀 배려 차원에서 연세대학교가 주최하는 해(홀수 해)에는 ‘고연전’, 고려대학교가 주최하는 해(짝수 해)는 ‘연고전’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는 현재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명칭 합의 과정에서 과열이 일어나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양교 학생들은 무작정 자기 학교를 앞에 붙이는 명칭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과열로 인해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기전’이라는 단어를 채택하기도 한다.
연고전 및 고연전의 모든 스포츠 경기가 끝난 이후 양교 학생들은 연세대학교가 위치한 신촌이나 고려대학교가 위치한 안암으로 이동하여 폐막제와 뒤풀이를 즐기기도 한다. 평소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양교 학생들은 스포츠 경기 도중의 서로에게 야유하고 놀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서로 친목을 다지며 밤새워 놀기도 한다. 이렇듯 연고전과 고연전은 양교에서 1년 중 최대 행사로 여겨지며, 재학생, 졸업생, 외부인 할 것 없이 즐기는 큰 규모의 축제이다.
[행사 이면에 숨겨진 쓰레기 문제,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
그러나, 이 연고전 및 고연전에는 숨겨진 이면이 존재한다. 바로 행사 종료 이후 뒤풀이가 진행된 신촌 및 안암에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뿌려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행사 직후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연세대, 고려대 할 것 없이 쓰레기를 다루는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팸플렛, 포스터, 술병, 과자 봉지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모습은 정기전이 끝난 직후 신촌이나 안암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태풍으로 인해 2019 정기 연고전 및 고연전은 뒤풀이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코로나19로 인해 2020 및 2021 정기전은 취소됐다. 2022년은 오랜만에 연고전, 고연전이 열린 해였다. 2022년은 고려대학교가 행사를 주최한 해이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끝난 직후 양교 학생들은 안암으로 이동하여 뒤풀이를 즐겼다. 그런데,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저녁, 에브리타임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고, 몇 분 뒤 한 학우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자료 2. 행사 다음 날 저녁 쓰레기 문제를 상기하는 게시물과 이에 대한 댓글]
출처: 고려대학교 에브리타임
해당 학우의 댓글 이후 청소하겠다는 사람들이 답글로 의사를 표현했고, 10명이 넘는 인원이 안암 일대를 청소했다. 한 시간 이후 청소한 사람 중 한 명은 에브리타임에 다음과 같은 청소를 마친 인증 게시물을 게시했다.
[자료 3. 청소 인증 게시물]
출처 : 고려대학교 에브리타임
두 게시물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청소 이후 사진은 쓰레기 하나 없이 쓰레기를 담은 봉투만 놓여 있을 뿐 안암 아이스크림 광장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진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자발적 청소는 쓰레기로 인해 엉망이 된 거리의 모습만 보도된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쓰레기 줍기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된 2023년]
지난해 보였던 학생들의 노력에 힘입어 9월 8일 및 9일에 열린 2023 정기 연고전 및 고연전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 공식적인 행사가 되었다. 8월 29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모든 학과 단체방 및 에브리타임에 행사 종료 이후 자발적으로 안암 일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울 사람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정기전 이틀 전에 쓰레기 줍기 행사 담당자는 9월 10일 새벽 2시에 민주 광장 앞 학생회관에서 집결해 쓰레기 줍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열흘 동안 25명의 학생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거의 모든 학생이 뒤풀이 때 음주를 자제하고 지정된 시간에 학생회관 앞으로 집결했다.
총학생회는 집게, 빗자루 및 쓰레기봉투를 준비하였으며, 정해진 인원이 모두 모이자 안암동 참살이길을 청소하는 조와 옆살이길을 청소하는 조로 나누어 청소를 진행했다. 길거리에는 뒤풀이 도중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 술병, 여러 팸플릿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쓰레기 줍기 참여자들은 작은 쓰레기 하나 놓치지 않고 다 주웠다. 모든 쓰레기를 다 주우면 오래 걸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참여자들은 깨끗한 안암을 위해 잘 집지 않는 작은 쓰레기도 거르지 않고 모두 주웠다.
[자료 4. 청소하기 위 이동하는 참여자들]
출처 : ⓒ23기 김태현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등 패기가 넘치는 참여자들이었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다들 힘든지 말을 꺼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다들 청소와 관련된 이야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지나가던 한 사람이 청소 참여자들에게 “안암을 깨끗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힘들게 일한다고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했다. 이 작은 한마디에 다들 힘내서 남은 쓰레기를 주웠다.
청소 시작 약 2시간이 지난 후 참살이길과 옆살이길을 두 바퀴 돈 후 남은 쓰레기가 없자 쓰레기 줍기 행사 TF 팀장이 아이스크림 광장 앞으로 모이라는 공지를 내렸다. 모두 아이스크림 광장으로 모인 후 다 채워지지 않은 봉투 속 쓰레기를 하나로 합친 후 쓰레기봉투를 묶어 광장 내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버린 후 행사는 마무리됐다.
[자료 5. 아이스크림 광장에서 청소를 마무리하는 학생들]
출처 : ⓒ23기 김태현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보다]
앞서 언급했듯, 이 행사는 총학생회에 의해 기획된 행사인데, 이 행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도록 쓰레기 줍기 행사의 TF 팀장인 유근찬(23) 씨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유 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20학번 유근찬입니다. 2023 정기 고연전 준비 TF에서 지원팀장을 맡았습니다.
Q: 지금까지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인원을 공식적으로 모집한 것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 이를 모집하기로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번 자원봉사는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 2023 정기 고연전 준비 TF에서 진행했습니다. TF 회의 도중, 폐막제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좋으나, 이로 인해 참살이길이 더러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이에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축제 후 환경미화를 진행한다면 뜻깊을 것이라 생각해 이번 자원봉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Q: 쓰레기 줍는 위치를 참살이길 및 옆살이길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참살이길과 옆살이길은 폐막제가 진행된 장소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더러워지고, 작년에도 쓰레기 문제가 있었던 장소였습니다. 따라서 이곳을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Q: 고려대학교 내 다른 행사는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인원을 모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고연전 행사에 인원을 모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안암동은 고려대학교가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려대와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동네입니다. 우리 동네는 우리 손으로 직접 치운다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떡잎 마을 방범대처럼 우리의 마을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었다고 할까요? 물론 환경미화 노동자 분들이 계시지만, 그분들의 짐을 한결 덜어드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Q: 팀장님께서는 앞으로 고연전이라는 행사가 끝난 후 학교의 모습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나요?
A: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고연전이 끊기는 것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고려대학교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특별한 행사이니까요. 지금까지도 이 행사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다 같이 안암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쓰레기를 치우려는 작은 노력이 안암을 수호하고 고연전이 계속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연전이 끝나도 평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대 정신을 가지고 모두가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행사에 참여했던 고려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신입생 김경록(20) 씨의 인터뷰이다.
Q: 쓰레기 줍기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가 축제를 보낼 때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만 있어야 하지 부끄러운 모습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대 학우분들께서 참살이길 일대가 더러워지는 것에 신경을 써주시고 조심하면서 축제를 즐겨주셨지만 축제의 마지막 모습까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에 일조하고자 망설임 없이 참여하였습니다.
Q: 새벽 2시부터 주웠는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A: 고려대의 승리를 위해 학우들과 다 같이 응원하는 데 에너지를 쏟다 보니 육체적으로 다소 지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즐긴 축제의 마지막 모습까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정신적 원동력 덕분에 열심히 줍고 갈 수 있었습니다.
Q: 참여자의 입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까요?
A: 고려대학교에 대한 자긍심이나 민족적 결속력이 더욱 끈끈해진다면 많은 사람이 참여해 주시지 않을까요? 제가 고려대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을 가꾸기 위해 쉽게 나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 줍기 행사의 아쉬운 점]
이번 행사는 공식적으로 자발적인 쓰레기 행사가 기획된 첫 해지만, 처음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행사 이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기대와 달리 고려대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지난해처럼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올해 안암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차도까지 쓰레기가 흩어져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고려대학교가 정기전을 주최했기 때문에 뒤풀이 진행 시 신촌보다 안암에 사람이 많았다. 반대로, 올해는 연세대학교가 정기전을 주최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신촌으로 쏠려 있어 안암에서 진행한 쓰레기 줍기 행사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암에서 뒤풀이를 즐긴 사람이 지난해보다 적어 더 적은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화제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치워야 할 쓰레기는 많았다. 그러나, 자원한 사람의 수는 그에 비해 부족했다. 기존 계획은 참살이길, 옆살이길과 더불어 노벨 광장까지 청소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길 하나와 노벨 광장을 추가로 청소해야 했다. 실제로 노벨 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 길을 청소하기엔 이미 쓰레기 줍기가 시작 이후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상태였고, 새벽에 청소하느라 참여자들은 지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을 청소할 수 없었다. 모든 학과의 공식 단체방에 홍보했지만 25명밖에 모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대학교 축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
사실, 대학교 축제에서의 쓰레기 문제는 연고전 및 고연전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두 학교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국 각지의 많은 학교에서 축제에서 발생한 쓰레기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축제 현장뿐 아니라 인근 잔디에서 취식 후 쓰레기를 버리거나 귀가하는 길에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많다.
축제 이후 불편함을 이유로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버리고 가는 학생도 많다. 이로 인해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지게 되면 환경미화원 입장에서도 청소하기 힘들어지고 캠퍼스의 미관적, 환경적 가치도 낮아진다. 축제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이에 대해 책임질 줄 알고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는 대학생들의 실천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료 6. 축제 이후 아무 곳이나 버려진 쓰레기]
출처 : ⓒ23기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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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행사 이면에 숨겨진 쓰레기 문제,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
1) 김송이, "축제 끝난 고대 '쓰레기 몸살'…"스카이뽕 뚝" 일침에 학생들 정리 '싹'", 뉴스1, 2022.11.02, https://www.news1.kr/articles/4852118
2) 배다현, "'연고전' 끝난 후 학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뒤덮인 신촌거리", 인사이트, 2017.09.24, https://www.insight.co.kr/news/12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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