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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태양광-태양열

달을 휘감은 태양광 발전소. 루나링 프로젝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3. 2.

달을 휘감은 태양광발전소, 루나링 프로젝트

 

 

[그림 1. 미국 캘리포니아 주차장에 설치된 솔라트리. 그늘도 만들고, 전력도 생산할 수 있다.]

출처: envisionsolar 홈페이지 (http://www.envisionsolar.com/)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이슈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태양전지’라고 하면 엑스포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진귀한 물건이었는데, 이젠 우리 주변 곳곳에 설치되어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더 이상 전기가 거대한 플랜트에서만 생산되는 게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공간에서부터 에너지 자립을 시작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새삼 화석연료로부터 작별을 고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데, 태양광 발전에 대한 실질적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있다. 바로 태양광 발전의 최대단점인, ‘공급이 수요에 따라 가변하기 힘들며 높은 출력의 발전이 힘들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기상환경에 따라서 발전효율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고출력에너지를 얻으려면 거대플랜트를 지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대비 국토면적이 좁은 탓에 넓은 부지를 마련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으로 ESS와 같은 축전지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책일뿐 태양광 발전이 가진 선천적 단점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태양전지가 지구 위에 설치된 이상, 우리는 아직 이러한 한계를 수용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계를 인정하며 패배자로 남아야 하는가? 우리 인류의 문명은 화석연료에서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는가?

 

 

■ 지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의 한계

 

  보통 우리가 태양광 발전이라 하면 지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꽤 많은 단점이 존재하는데, 우선 태양광 자외선은 내려오는 도중에 오존층을 만나 상당량이 손실되고, 오존층을 통과한 뒤에는 대기 내의 산란으로 인해 또 한 번 손실된다. 이건 어떤 수를 써도 지상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필연적 한계다. 다음으로는 여타 발전소들보다 넓은 설치공간을 필요로 한다. 현재 태양전지 하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전압은 보통 0.5~0.6[V] 정도이며, 전류는 4~8[A] 정도이다. 이 작은 태양전지를 가로세로로 여러 개 묶어서 태양전지 모듈 하나를 만들고, 이러한 모듈을 여러 개 모아서 어레이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런 어레이들이 여러 개 모여 플랜트를 구성하게 되는데, 간단하게만 상상해도 대용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아주 넓은 설치면적이 필요하다는 게 그려진다. 그렇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에너지 생산량도 들쑥날쑥한 태양광인데, 넓은 설치면적까지 필요하다니 여러모로 수지 안 맞는 장사처럼 보인다. 그뿐인가? 태양광발전은 전적으로 기상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날씨가 잘 따라주지 않으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나 여름철과 같이 전력소비가 심해지는 때에는 더하다. 태양전지는 봄과 가을에 에너지 생산율이 높고, 여름과 겨울에는 낮기 때문이다. 즉 태양광 발전에 모든 걸 의존하기엔, 아직 문제점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장소를 한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 지구를 떠나 우주에 발전소를 설치해보는 거다. 날씨의 영향도 없고, 땅값 때문에 벌벌 떨일 없는 우주에 발전소를 설치한다면? 가벼운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해서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달의 표면에 태양광 플랜트를 설치하는 루나링 프로젝트이다.

 

■ 달을 휘감은 태양전지의 고리. 루나링

[그림 2. 루나링 프로젝트의 개념]

출처: 조선닷컴 더스토리 (http://thestory.chosun.com)

 

  휴스턴 대학교 우주시스템작동연구소의 데이비드 크리스웰 소장이 구상하고 있는 루나링 프로젝트는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다. 달의 적도를 휘감는 태양전지 발전소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는 마이크로파 혹은 레이저를 통해 전송한다. 우리는 그저 달로부터 에너지를 받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은 덕분에 달은 항상 같은 면을 지구를 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는 송수신 설비를 설치해주고, 약 3일 정도 달이 지구로부터 사라지는 기간을 대비해서 거울을 이용하여 파장을 반사해 지구로 전송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상당히 많다. 우선 달에는 대기가 없어서 날씨 변화가 없으므로 사시사철 태양광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다. 공급량이 안정궤도에 오른다는 건 계획적 생산의 필수단계인데, 이는 달에 태양광 플랜트를 설치하는 순간 해결된다. 또한, 대기의 방해가 없으므로 달 표면은 매일 약 13,000TW의 태양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지구와 비교했을 때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기상변화가 없으니 풍랑의 걱정 없이 패널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도 되고, 어레이 측의 하부 지지대가 얇아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발전소를 설치할 공간은? 어디에서 허가를 받으면 될까? 다행히도 달에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 미리 땅을 매입할 필요는 없다. 이는 1979년 유엔 회원국 사이에 만들어진 ‘달과 그 밖의 천체에서의 활동에 대한 협정’ 덕분인데, 이 협정에 따르면 군사 목적 등 인류 파괴와 관련되지만 않는다면 어느 나라든지 달의 표면에 시설이나 연구소를 설치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가 이를 방해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만 달에 만들어진 시설에서 생산되는 모든 결과물을 국제사회가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지구에서처럼 땅값에 벌벌 떨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림 3. 달에 설치될 시설들]

출처: 조선닷컴 더스토리 (http://thestory.chosun.com)

 

  달에서 전기 생산이 훨씬 쉽고, 발전단가가 저렴하다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그건 달에서 생산된 에너지일 뿐인데, 어떻게 지구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단 말일까? 달에서 지구까지 거대한 송전탑이라도 세워야 할까? 아니면 인공위성을 전봇대처럼 사용해서 지구까지 전선을 연결해야 하나? 아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력 무선송신 기술을 이용하면 되는데, 에너지 무선송신에 관한 기술은 이미 백 년 전에 시도되었고, 1964년에는 윌리엄 브라운 박사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무연료 헬리콥터를 날게 하는데 성공했다. 1992년에는 지상에서 쏴주는 마이크로파 무선 송전을 이용해 고도 10~15m의 고도를 약 30초간 비행했다. 물론 지금 당장 루나링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에 사용되기에는 무선 송수신 시스템이 다소 불안한 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연구 중이며 개선 중인 기술이기 때문에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보인다. 결과적으로, 달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충분히 지구로 쏘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달까지 가서 발전소를 설치한단 말인가? 우주선에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을 태워 달로 보내야 할까? 그리고 그 재료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 방법이 있다. 달의 토양에는 규소 등 태양전지 생산에 필요한 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 제작을 위해 굳이 지구에서 채굴해낸 재료를 달까지 올려보낼 필요가 없다. 어차피 달에 다 있으니깐. 즉 발전소 건설 재료의 약 90%를 달에서 구할 수 있다. 또한, 원격 조종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달로 쏘아 보낸다면, 건설 제작의 대부분을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어떤 기계는 달 토양에 있는 물질을 분류해서 발전소에 사용될 태양전지와 전면유리 등을 만들어내고, 어떤 기계는 이걸 조립해서 달의 적도에 설치한다. 발전소 건설에 따르는 대부분을 기계에게 전담시키고 가끔 기계가 고장 난다거나 혹은 정밀한 손기술을 요구하는 때에만 기술자가 투입되면 된다. 달에서 조달할 수 없는 정밀한 몇몇 부품들과 소수의 기술자, 그리고 기계들만 달로 보낸다면 충분히 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 한계점

 

  현재 루나링 프로젝트에 가장 열심인 곳은 일본의 시미즈 건설이다. 시미즈 건설은 빠르면 2030년 후반부터 달에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미즈 CSP 연구소 요시다 데쓰지 팀장은 에너지 전송방식으로 마이크로파와 레이저 두 가지를 고려 중인데 마이크로파는 안전하지만, 레이저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레이저는 빠른 에너지 전송이 가능하지만 닿으면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기초 기지를 건설한 후에 실험을 진행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지상 곳곳에 에너지를 분배하려면 마이크로파든 레이저든 각도를 조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에 쉽지만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루나링 프로젝트는 아직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계획이야 그럴듯하고 구체적이지만 막상 달에 기지를 지어보지 않는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 당장 달의 표 면온도를 극복하는 것조차도 벅차다. 달의 표면은 107도에서 -153도를 반복하는데 고온에서 실리콘계 태양전지의 효율이 급감한다는 걸 고려해보면 이 또한 심각한 장애물임이 틀림없다. 온도변화에 따른 재료의 부피 변화 및 성질변화는 어떠한가? 극한의 환경에서 설치되기에 재료들의 열화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발도 내딛지 못한 달의 뒤편에 발전소를 짓는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이 발전소가 군사적 목적 및 인류살상의 무기로 사용될 여지도 있음을 주의해야 하고, 우주 쓰레기에 대한 문제도 고려되어야만 한다. 생각을 거듭하면 할수록 루나링 프로젝트가 막연한 공상 같은 얘기로만 들린다. 정말 달에 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그림 4. 시미즈가 구상 중인 상상도]

출처: 시미즈 홈페이지 (http://www.shimz.co.jp)

 

  루나링 프로젝트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소한 한계점만 나열하더라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아직 고려되지 못한 수많은 한계가 저뿐일까? 기껏 해봐야 SF 공상 소설에나 차용될 법한 아이디어로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술력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해왔는가?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10년 전에는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20년 전에는 컬러폰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100년 전에는 인간이 정말 달에 가리라고 생각조차 못 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항상 상상을 현실로 바꿔왔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다. 그게 바로 우리 인류가 이날까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써 군림하고 있는 이유이고, 그런 불굴의 도전정신이 우리 문명을 여기까지 이끌었다. 물론 알고 있다. 루나링 프로젝트가 지금 당장은 힘든 점이 많다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시미즈 건설은 루나링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고, 끊임없이 기술력 향상에 애를 쓴다. 대부분이 고개를 저을 때 단호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역사책의 한 켠에 자신의 발자취를 당당히 남긴 사람들에게는 하나같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꿈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안된다고 믿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류의 기술개발 속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야말로 하룻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찾아왔다. 나는 공상과 상상을 신봉하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인류의 기술력과 과학을 믿고, 여태껏 인류가 써내려간 개척의 역사를 믿는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사실’을 믿는 리얼리스트로서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손주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추석의 보름달을 휘감은 루나링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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