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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21세기 만능열쇠 반도체, 환경문제는?

by R.E.F 22기 이지원 2023. 1. 30.

21세기 만능열쇠 반도체, 환경문제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재욱, 22기 이지원

 

[반도체 문명과 환경]

[자료 1. 무어의 법칙]

출처 : 나무위키

“반도체 소자의 성능은 2년마다 2배 증가한다.” 인텔(Intel)의 설립자 고든 무어가 1975년에 발표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현대 인류 문명의 핵심 소재로 자리잡은 반도체의 가파른 성장세를 잘 보여주는 한 마디이다. 반도체의 집적도와 성능이 향상될 때마다 컴퓨터, 노트북, 와이파이, 스마트폰, 전자시계 등의 전자제품이 등장했고, 그 결과 인간은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반도체가 우리의 삶을 뒤바꿔놓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때, 눈에 띄게 성장한 또 다른 세력이 있다. 바로 환경오염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정부와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 ‘ESG’, ‘탄소중립’ 등의 단어가 빠짐없이 등장하며 2021년에 사상 최초로 기상학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지구촌에 드리운 환경오염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여주는 듯하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으로 인류 문명을 이끌어가고 있는 반도체마저도 이 그림자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자료 2. 인텔의 반도체 FinFET]

출처 : The Motley Fool

반도체 산업 역시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특히 온실가스가 문제가 된다.  2018년을 기준으로 반도체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직접적으로 배출되는 양은 적지만 24시간 365일 내내 전기를 사용하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양이 상당하다. 또한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데에는 여러 물질들을 차곡차곡 쌓고 적절하게 깎는 과정이 수반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불화탄소(PFCs)와 육불화황(SF6) 등의 배기가스는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이 되며 다양한 액상 폐약품이 폐수로서 배출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반도체 산업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석유, 제철 등의 다른 공업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21세기 핵심 산업인 만큼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양은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대한민국과 그 기업들은 환경오염에 맞서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태와 동향]

[자료 3.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NEWSCAPE

[자료 4. SK 하이닉스의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네이버 포스트

위 그래프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1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2020년까지 상승하던 그래프를 2021년에는 아래로 꺾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규모가 국내 정유업 / 시멘트업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과 시멘트업은 보통 철강업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으로 손꼽히며 전자산업이 이를 넘어서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삼성전자는 탄소 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로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한 단계 하락한 ‘B 등급’을 받게 되었다.

[자료 5. 삼성전자 탄소 로드맵]

출처:

이에 삼성전자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약속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RE100’에도 가입했다. 이 내용은 삼성전자가 2022년 9월 15일에 발표한 ‘환경경영전략’에 자세히 드러나있다. 보고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TV, 가전제품 담당)은 2030탄소중립을, DS부문(반도체 담당)은 2050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으며 공정가스 및 오염물질 저감과 재활용에 2030년까지 7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세계 전력 소모 1위 ICT 기업인 삼성전자가 모든 전력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7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며 2050년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암시했다.

2021년 온실가스 배출 절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ECO Vision 2022 (친환경 반도체 생산 공정 실현 방안)’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해왔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가 2022년에 가입한 ‘RE 100’의 경우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 대기업 최초로 가입하였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 에너지 조달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총 13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공정 과정에는 온실가스를 3단계에 걸쳐 분해하는 장비와 전력량 절감을 위한 인공지능 분석 기술도 도입했을 뿐 아니라, 공정 내에서 사용하는 소재와 가스를 바꿔 오염물질을 51톤가량 줄이는 등 환경보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환경오염에 맞서는 국내의 반도체 기술]

[자료 6. 페수슬러지 발생 과정과 형석 대체제 개발 과정]

출처 : 한국4차산업뉴스

이렇게 국내 반도체 산업이 환경오염을 의식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21년 9월 27일, 삼성전자는 현대제철과의 협력 아래에 자원순환형 ESG의 모범 사례라고 칭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는 다양한 폐기물이 나오는데 60%는 ‘슬러지 (sludge)’라고 하는 침전물이 차지한다. 이전까지  슬러지는 대부분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져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와중 슬러지의 유용한 쓰임새가 발견되었다. 제철 공업 과정에서 쇳물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형석 (Fluorite)’이라고 하는 물질이 필요한데, 형석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은 반도체 폐기물인 슬러지와 형석이 모두 칼슘(Ca)과 플루오린(F)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21년 4월에는 슬러지를 30t 규모의 형석 대체 물질로 탈바꿈하는 것에 성공하였으며, 같은 해 8월에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정부로부터 환경 및 인체에 해가 없음을 인정받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간 2만 톤의 형석을 해외로부터 수입하여 사용하던 현대제철은 그중 1만 톤을 슬러지 재활용 물질로 대체하였으며 점차 사용량을 늘려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6개의 원자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반도체를 개발하였다. 이를 촉매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화장품 및 플라스틱의 원료물질인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덩어리)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의 단일 자리 리간드를 이중 자리 리간드로 대체하였다. (단일 자리 리간드란 중심 금속 원자 하나와 결합할 수 있는 리간드를, 이중 자리 리간드는 금속 원자 두 개와 결합할 수 있는 리간드를 말한다.) 그 후 각각 13개의 카드뮴 셀레나이드 클러스터와 아연 셀레나이드 클러스터를 합성해 거대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에 비해 훨씬 뛰어난 지속성과 안정성, 발광 효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즉, 이 거대 구조 반도체 클러스터는 고성능의 미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유기물질로 전환하고 기기의 수명 및 효율을 향상시키는 등 환경오염의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2018년, 친환경 기술 개발업체인 ‘지엔비에스 엔지니어링’이 출시한 무폐수 스크러버(WFS) 역시 반도체 공정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데에 기여한 우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크러버란 공정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폐수로 액화한 후 이를 다시 정화하여 배출하는 설비인데, 3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오염물질을 쉽게 분해하는 플라스마까지 활용하는 WFS는 기존 스크러버를 능가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이미 SK하이닉스, 인텔 등의 반도체 대기업들이 WFS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지엔비에스 엔지니어링이 매출을 30% 이상 올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환경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가 되었다.

[자료 7. 반도체 공정별 무폐수 스크러버 적용 현황]

출처: 지엔비에스엔지니어링 

 

[대한민국 반도체가 걸어가야 할 길]

환경오염이 심화되어 지구 공동체의 핵심 문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렇게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완전한 청정 기술이나 100% 친환경 소재 등의 확실한 대안이 등장할 때까지는 폐수와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배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부품을 단일화하여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제품의 성능 향상으로 인한 수명 장기화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결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도체 공정 폐기물 처리 원칙 역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2022년 6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크기의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며 대한민국 반도체의 위대함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소자의 성능만큼이나 환경문제가 중요하다. 과거 전 세계가 수익성을 이유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포기한 것에 반해, 대한민국은 보란 듯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환경문제까지도 멋지게 해결할 수 있다면 3나노, 2나노 못지 않은 위상을 뽐내며 반도체 산업의 진정한 선두주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반도체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반도체 산업과  ESG 지표, 앞으로의 과제는?", 20기 최예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83

2. "반도체의 환경 파괴와 장비 기업에 대한 관심", 18기 최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43


참고문헌

[반도체 문명과 환경]

1) 메가스터디IT아카데미, “반도체를 만들 때 생기는 환경오염, 스마트하게 해결해야 할 때!”, 2022.12.15, https://blog.naver.com/megaitacademy/222956516281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태와 동향]

1) 고명훈, ““반도체 생산할수록 기후위기 심각?”...삼성-SK ‘친환경 반도체’ 전략에 주목”, 녹생경제신문, 2021.11.04, http://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292530

2) 윤경환, “삼성 "초전력 반도체로 2050년 탄소중립"…'新환경경영전략' 선언”, 서울경제, 2022.09.15, https://www.sedaily.com/NewsView/26B30RLFW4

3) daniie, “반도체 업계의 탄소중립 고민 / 환경오염”, 네이버블로그, 2022.02.28, https://blog.naver.com/edyi1019/222660192763

[환경오염에 맞서는 국내의 반도체 기술]

1) 송경은, "반도체공정 온실가스ᐧ미세먼지 동시에 잡는다.", 동아사이언스, 2018.10.2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4656

2) 황정환, "물 없이 반도체 오염 물질 정화...지앤비에스 ENG, 업계 최초 개발, 환경 경제", 2020.08.23,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82366511

3) 이남석, "신규소재로 온실가스 감축"---SK하이닉스, 사회적 가치 창출 포상, 산업 경제, 2022.12.30, https://www.ebn.co.kr/news/view/1561354

4) 이승훈, "초격차 환경기술에 7조 투자…탄소중립 속도 내는 삼성", 2022.09.15, https://www.mk.co.kr/news/business/10456394

5) 권예슬, 기초과학연구원,"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로 이산화탄소를 유용 원료로 바꾼다." , 2021.01.19,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511/selectBoardArticle.do?nttId=19579

[대한민국 반도체가 걸어가야 할 길]

1) 박문수, 윤재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본재설비기술센터 냉동공조 연구팀, "국제환경규제동향과 반도체 설비산업의 대응방안 연구", CLEAN TECHNOLOGY,  pp 48-65, 대한민국, 19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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