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화재, 방음터널은 화재에 관한 규제가 없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정이진
[방음터널 화재, 그 피해와 규모]
지난 12월 29일,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하여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사망자는 총 5명으로 여성 3명, 남성 2명, 연령에 따라 60대 3명, 30대 1명, 20대 1명으로 확인되었다. 화재는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시작되었고, 불이 아크릴로 된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면서 화재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차량의 45대가 소실되었고, 소방관 및 투입된 인원은 200명이 넘어간다. 불은 2시간가량 지속되었고 이 방음터널의 총 길이 830m 중 600m가량을 태웠다.
[자료1.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현장]
출처: 경기소방재난본부
이번 방음터널 화재에서 그 규모를 키운 주요 원인은 아크릴로 된 방음터널, 즉 방음터널의 소재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폴리메타크릴산메틸(이하 PMMA)이라는 명칭의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터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PMMA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연 이 소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큰 피해를 일으킨 것인지, 방음터널 소방 시설에 관한 규제는 어떠한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PMMA, 무엇이길래]
[자료2. PMMA]
출처: 피에이지건축사무소블로그
PMMA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아크릴과 가장 유사한 소재라고 여겨진다. 이를 아크릴판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데, 아크릴 소재의 경우는 연소 확대가 매우 급격한 속도로 일어난다. 플라스틱이라는 특성상 화재 시 유독가스 방출량이 매우 많다. 일반적으로 목재의 발열량이 단위면적당 150메가줄 정도인데, 이에 비교하여 PMMA의 발열량은 300메가줄 이상이다.
종이의 경우, 발열량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무게가 가벼워 연소 시 소실과정이 동반된다. 그러나 방음터널에 쓰인 PMMA와 같은 플라스틱은 연소 시 소실 과정이 동반되지 않고, 발열량 또한 매우 높아 연소 시간이 길다. 그 과정에서 방출되는 유독가스의 양 또한 결코 적지 않다. 방음터널 화재 현장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PMMA가 녹으면서 종이와 같이 소실되는 형태가 아닌 도로 위로 녹아내려 불 비가 내리는 형태의 화재가 이어졌고, 이는 화재의 규모 확대에 기여하였다. 5명의 사망자는 모두 차량 내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들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화재 시 발생한 유독가스를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MMA을 사용하는 이유]
앞서 제시한 내용들을 토대로 하면 PMMA는 터널 공사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방음터널 건축에 PMMA를 사용한 것일까? PMMA는 충격에 강하고 소리 흡수 성능이 뛰어나다. 더불어 보안경이나 선글라스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 투광성이 좋아 투명하게 제작이 가능하여 미관에 매우 우수하다.
환경부에서 소음을 일종의 환경 요소로 간주하면서 주택가에 전달되는 소음을 줄이고자 방음터널의 확대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그 과정에서 미관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하여 투광성이 좋은 PMMA를 주로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PMMA를 제외하고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소재는 없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PMMA 대신 방음터널 공사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강화유리가 있다. 그러나 강화유리를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다. 우선적으로 비용 문제가 있다. 강화유리로 방음터널을 건설할 시 건설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또한 대부분의 방음터널은 고속도로 위에 설치되는데, 이때 유리를 이용하면 진동과 같은 문제를 고려하여 구조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이 부분에서 또한 기술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철제로 하우징을 하고 PMMA를 이용하여 흡음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주로 건축되는 것이다.
[방음터널 건설 규제]
일반적으로 산 밑을 뚫어 짓는 터널의 경우에는 내∙외장재를 규제하고 있고, 방음터널에 사용되는 열가소성의 플라스틱은 사용이 금지되어있다. 이외에도 PMMA는 사람의 거주 공간을 목적으로 짓는 건축물에는 외장재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화재에 취약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음터널의 경우 주목적이 소음 방지이므로 흡음 소재에 집중하여 건축 자재를 선택하였고, 그 결과 대다수의 방음터널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었다.
방음터널 화재 사고를 보며 화재에 대한 소방시설 혹은 소재에 관한 규제는 없냐 하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2012년에 국토부가 발표한 방음터널 규제에는 화재 예방과 관련된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016년 개편되면서 화재 예방에 관한 내용이 삭제되어 현재는 구체적인 내화 규정, 화재 예방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료3. 방음터널 화재 상공 사진]
출처:동아DB
산을 뚫는 터널의 경우는 등급을 나눠서 방재 시설을 설비하도록 규정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터널은 내부에 방재 시설이 완비되어있고, 조명등, 유동등, 대피로 등이 건축되어있다. 또한 터널 내에 화재가 발생하면 후행 차량의 통행이 통제되도록 설계된 터널과 달리 방음터널의 경우는 후행 차량의 통제는 물론 이와 관련된 어떠한 규제 및 안전 설비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번 방음터널 사고에서 역시 후행 차량의 통제를 전혀 막지 못하여 사고의 규모를 더욱 키웠다.
2020년 8월 2일에도 방음터널 화재가 발생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규제에는 변동이 없었다.
규제의 부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예규인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방음터널의 재질과 성능에 대한 규정이 제시되어있다. 이는 환경부 고시(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를 그대로 준용한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제정한 고시는 방음 시설에 목적을 두고 설치되었으며, 화재 예방 목적이 아니다. 더불어 환경부 고시의 방음 시설은 방음 터널과 같은 대규모가 아닌 방음벽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화재 발생 시에도 피해 규모가 적을 것을 예상하여 설계되었다. 방음터널에 쓰인 PMMA는 85℃까지만 버틸 수 있으면 방음시설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여름철 햇빛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온도이고, 화재 시에는 1000℃까지 온도가 상승한다. 따라서 화재 예방과 관련된 규제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PMMA 계속 사용해도 되는 걸까, 앞으로 규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지난 29일 발생한 방음터널 화재로 인하여 연소된 부분을 불연성 소재로 바꾸어 설치하겠다는 것이 발표되었다. 국토교통부는 유리, 금속재 등으로 자재 교체를 검토 중이며, 방음터널 내 피난 대피 시설, 열∙연기 배출을 위한 개구부 설치 등을 검토 중이라 전하였다. 이외에도 후에 계획된 방음터널 건축을 잠시 중단하고 소재 교체에 대하여 논의 중이다. 현재 방음 터널에 관한 안전 규정은 매우 미흡하다. '시설물 유지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교량에 만들어진 방음터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화재처럼 지상에 설치된 방음터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천재지변에 대비한 안전 진단에 모든 방음터널을 포함하기 위해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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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 정책제언, 20기 윤진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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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방음터널 화재, 그 피해와 규모]
1. 한겨례, 불타는 천장이 비처럼…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 사망, 2022.12.29, 불타는 천장이 비처럼…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 사망 (naver.com), 2023.01.08
[방음터널 건설 규제]
1. YTN, [이슈인사이드] 불똥 쏟아진 방음터널...막을 방법 없었나?, 2022.12.30, [이슈인사이드] 불똥 쏟아진 방음터널...막을 방법 없었나? (daum.net), 2023.01.08
[PMMA, 계속 사용해도 되는 걸까, 앞으로 규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1. 한겨례, 국토부 예규→환경부 고시→KS→?, 난맥상 드러난 방음터널 재질 규정, 2022.12.31,국토부 예규→환경부 고시→KS→?, 난맥상 드러난 방음터널 재질 규정 : 수도권 : 전국 : 뉴스 : 한겨레 (hani.co.kr),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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