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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친환경 여행, 당신의 휴가는 지구에게도

by R.E.F 21기 김채윤 2023. 3. 6.

친환경 여행, 당신의 휴가는 지구에게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채윤

 

[ 답답한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올겨울 여행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항공권 판매 업계인 ‘인터파크’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여 전년 대비 232%의 항공권 판매액을 기록했을 정도이다. 지난 2년간의 침체된 분위기에 대한 보상심리와 힐링을 위해 떠나는 우리들의 여행. 필자는 인천국제공항의 날아오르는 비행기들을 보면서, 설레는 마음과 함께 의문을 가졌다. 우리의 여행길은 지구에게도 힐링일까.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각종 노력 및 한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 ]

여행 첫날, 캐리어를 이끌고 향하는 곳은 바로 공항이다. 2014년 유럽환경청(EEA)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수단별로 인당 1km 주행 시의 탄소 배출량을 비교했을 때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이 버스의 약 4배, 기차의 약 20배에 달한다. 비행기 엔진에서의 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원인이 되어 더 많은 항공기가 운행될수록, 항공기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탄소 배출은 증가한다.

[자료1. 교통수단별 탄소 배출량 비교]

출처: 삼성반도체 뉴스룸

 이러한 이유로 항공사에서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항공편 및 숙소 예약 어플 ‘스카이스캐너’에서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여 저탄소 항공편을 표기한다. 항공편 검색 필터에는 친환경 옵션이 있어 탄소 배출량이 낮은 항공편을 우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항공사에서는 항공기 원료를 SAF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SAF란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로 불리는데, 식물,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활용해 만드는 항공연료로 이론상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약 80%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는 수소연료나 전기 배터리 등을 항공기에 적용하기에는 충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SAF의 사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료2. ‘스카이스캐너’ 어플의 친환경 옵션]

출처: ©21기 김채윤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기 위해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칫솔, 비누, 음료 등으로 인해 상당량의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평소보다 일회용품 사용에 무뎌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숙소 예약 업체 ‘부킹닷컴’에서는 Travel Sustainable 배지를 부여하여 지속 가능 여행 실천 숙소를 3단계로 나누어 표기한다. 지속 가능한 숙소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하며, LED 조명을 사용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선별된다. 필자가 실제로 지속 가능 실천 선정 숙소를 이용해본 결과, 숙소 내 칫솔을 배치하지 않거나 종이로 포장된 대나무 칫솔을 배치하고, 조식 메뉴가 채식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국가들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다른 식수 체계를 가져 페트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료3. 부킹닷컴의 지속가능 숙소(왼)와 실제 숙소에서 제공하는 대나무 칫솔(오)]

출처: ©21기 김채윤

 

 [ 어린 산호를 지켜라 ]

숙소를 나와 이번에는 휴양지를 대표하는 맑은 바다로 향해보자.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형형색색의 산호는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온에 민감한 생물인 산호는 그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산호는 사실 광합성을 위해 ‘공생조류’와 함께 공생하는데, 수온이 올라가면 공생조류를 배출하면서 겉면의 단백질이 탈색되어 하얗게 변한다. 이 현상을 ‘백화’라 한다. 백화가 된 산호는 스트레스 요인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백화 상태인 산호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발견되었다. 2022년 5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선크림이 백화가 된 산호에게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밝혀진 것이다. 정확히는 선크림 속 ‘옥시 벤젠’이라는 성분이 산호와 같은 자포동물에 독성으로 작용한다. 이에 하와이, 태국 등의 국가에서는 옥시 벤젠이 함유된 선크림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선크림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알려지면서 옥시 벤젠이 들어가지 않은 산호초 보호 선크림을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관광객이 많고, 법적인 규제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선크림 사용을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자료4. 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산호초 보호 선크림]

출처: ©21기 김채윤

 

[ 당신의 휴가는 지구에게도 ]

산호초 보호 선크림의 사례처럼 친환경 여행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싱가포르이다. 아시아 최고의 정원 도시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는 관광지 곳곳에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마켓이 존재한다. 싱가포르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마켓인 "Bulk Whole Foods"은 약 400개의 지점이 분포해 있으며 음식 구매를 위해 방문 시 용기를 가져올 것을 권장하고 있고, 리필 스테이션이 활성화된 가게도 흔히 볼 수 있다. 또, 싱가포르의 건설청인 BCA에서는 에너지 효율성, 실내 환경 등의 항목을 평가해 4개의 등급을 매기는 그린마크 제도를 도입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다. 그 예시로 싱가포르의 대표 식물공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빗물을 수집하고 태양열을 발생시키며, 수직 정원을 통해 식물원 내부의 환기구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 이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건축물이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은 싱가포르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5.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전경]

 출처: 여행 블로그

국가적 차원뿐 아니라 많은 여행업체에서도 ‘친환경 여행’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여행’을 키워드로 여러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여행 기사, 각종 관광 업계에서 국내외 친환경 여행지를 홍보하는 글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을 역이용하는 그린워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에 관련 정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연휴를 맞아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식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선사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는 동안 우리는 자연에게 안식의 존재였을까. 당신의 휴가가 지구에도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환경 도시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열섬효과와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는 바람길숲을 소개합니다!", 21기 안연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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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옴시티, 허황된 미래일까? 다가올 미래일까?", 21기 정재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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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답답한 이 곳을 벗어 나기만 하면?]

1) 김혜경, "인터파크, 작년 항공권 판매액 1조원 육박…"해외여행 수요 회복"", 뉴시스, 2023.01.26,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126_0002169742&cID=13001&pID=13000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

1)  김현우, "비행기도 친환경 연료로 난다... 항공업계에 부는 '탄소중립' 바람", 한국일보, 2022.08.24,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315020002890 

2)  삼성반도체 뉴스룸, "[ESG.zip] 사회 변화와 시대상을 반영한 환경 관련 신조어", 2022. 9. 29, https://blog.naver.com/secsemicon/222887138533 

3) 지속 가능한 여행, 부킹닷컴, https://www.sustainability.booking.com/booking-travel-sustainable

[어린 산호를 지켜라]

1) 강석기, "[강석기의 과학풍경] 산호는 선크림이 두렵다", 한겨레 칼럼, 2022-05-10,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2303.html

2) Zichen Miao, "Damage of Oxybenzone in Sunscreen to Coral Reefs", 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y and Life Sciences, 17~19쪽, 2022.01, https://drpress.org/ojs/index.php/ijbls/article/view/2273

3) 서동준, "[표지로 읽는 과학] 자외선 차단제는 어떻게 산호를 죽였나", 동아사이언스, 2022.05.08,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105

[ 당신의 휴가는 지구에게도 ] 

1) 이정민, "싱가포르 '공원 속의 도시'", 충북일보, 2023.02.14, https://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75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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