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 부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송태현
[simple is the best]
‘집중과 단순함, 그것이 나의 명상 주문 중 하나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이 말처럼 그의 초점은 늘 ‘단순한 스마트폰’에 있었다. 그렇게 나온 게 아이폰(2007년 6월)이다. 전면엔 수많은 버튼을 없앤 뒤 디스플레이를 배치했고, 불룩 튀어나와 있던 배터리를 안으로 집어넣어 일체형으로 바꿨다. 스마트폰 전용펜도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손가락으로 모든 기능을 작동할 수 있게 설계했다.
단순한 디자인에 매료되었을까? 아이폰은 출시 후 6개월 만에 139만 대가 판매됐고, 이듬해엔 1년간 1,163만 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당시 1억 2,232만 대(2007년)였던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지금의 스마트폰 외형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남아있던 전면부의 홈 버튼도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애플은 한술 더 떠 이어폰 단자까지 없앴다. ‘Simple is the best’,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여전히 스마트폰 업계를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EU 배터리법]
6월 14일 유럽의회가 본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배터리 설계와 생산, 폐배터리 관리 등 배터리를 규제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차, 스마트폰 등 배터리를 쓰는 기기들이 늘면서 폐배터리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와 기기의 수명을 연장하고, 전자폐기물을 감소하며, 환경과 소비자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료 1.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
출처 : 조선비즈
배터리의 생산부터 이용, 폐기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관리한다는 취지의 법안인 만큼 배터리 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배터리가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업계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안이 포함됐다. 그중 하나가 일체형 배터리 제품에 대한 규제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EU 내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전자제품은 배터리를 소비자가 쉽게 제거하고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마지막 모델 판매 후 최소 5년 동안 교체용 배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의무도 부여한다.
배터리법 11조 내용을 요약하면 ‘EU 내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스마트폰과 같은 배터리 탈착형 디자인을 말한다.
[배터리 탈착의 장단점]
사용자가 직접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탈착형 디자인’이 현실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편익 증대 효과가 있다. 기존 일체형 디자인에선 배터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문 수리점에 맡기거나 배터리 교체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탈착형으로 바뀌면 소비자가 쉽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비용이 절감된다.
관련해 애플은 올해 초 배터리 교체 비용을 3만 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아이폰13 시리즈 배터리 교체비용은 10만 9,800원이고, 아이폰14 시리즈의 배터리 수리비는 13만 1,400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S22 울트라 모델 기준 교체 비용이 5만 원 수준이다.
탈착형 디자인은 배터리가 노후화돼도 사용자가 직접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어 기기 교체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일체형이 일반화되면서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 새로운 기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경우를 줄여준다. 또 용량 면에서도 더욱 커질 수 있고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도 없어진다.
반면, 스마트폰 무게 증가와 방수·방진 기능 저하 등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탈착형 배터리는 필연적으로 틈새가 생기기 때문에 방수나 방진에 취약하다. IP68(방수 방진 최고 등급)은 기대하기 힘들다.
[자료 2. IP방수등급]
출처 : ilovepc
[제조사의 부담]
스마트폰 판매량이 많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이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는 터라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스마트폰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탈착식 배터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 출시한 갤럭시S6 이후 대부분의 제조사는 일체형 배터리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해 항상 충전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더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애플 역시 지난 2007년 아이폰 1세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일체형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자료 3. 스마트폰 시장 규모]
출처 : 더스쿠프
국내 기업들은 주요 조항이 본격 시행할 때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조항별 구체적 이행 방법 등을 담은 10개 이상의 하위 법령들은 이르면 2024부터 2028년 사이에 제정될 예정이며 법의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인 만큼 시간을 가지고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만약 탈부착 배터리 의무화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제조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설계부터 생산라인을 전면 변경해야 고 생산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만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4%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과 샤오미가 각각 25%, 19%의 점유율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당장 제조 설비를 바꿀 수는 없다"며 "향후 어떤 이행 사항을 발표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4.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
출처 : 더스쿠프
사용자의 사용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을 2년~3년으로 볼 때 배터리 탈부착이 현실화한다면 스마트폰의 교체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또한, 탈부착 배터리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이전처럼 보급되면 스마트폰 제조기업의 영업이익 타격도 예측된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선 상태다. 지난해 시장 전체 매출이 4,090억 달러(531조 4,955억 원)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년째 계속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한풀 꺾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체 주기를 늘리는 배터리법까지 적용되면 판매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에 반감을 보이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술의 ‘진보’가 아닌 ‘퇴보’라는 것이다. 또한, 탈착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발맞추어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배터리 규제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EU 지속 가능한 배터리 법", 작성자(21기 곽서영, 22기 박주은), EU 지속 가능한 배터리 법 (tistory.com)
2. "'EU 배터리 규제안'이 불러온 폐배터리 리사이클의 새로운 패러다임", 작성자(18기 이지수, 19기 이수연), 'EU 배터리 규제안'이 불러온 폐배터리 리사이클의 새로운 패러다임 (tistory.com)
참고문헌
[simple is the best]
1) 이혁기,”스마트폰 배터리 다시 분리되면 벌어질 일”,더스쿠프,2023.07.02,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05
[EU 배터리]
1) 권택경, “탈착형 배터리 시대 다시 올까?…스마트폰 업계에 고민 안긴 'EU 배터리법'”, IT동아, 2023.06.23, https://it.donga.com
2) 박정한, “EU, 삼성·애플 스마트폰 배터리 분리 의무화 재추진, 글로벌이코노믹, 2023.06.20,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
3) 이혁기,”스마트폰 배터리 다시 분리되면 벌어질 일”,더스쿠프,2023.07.02,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05
[배터리 탈착의 장단점]
1) 김은서, “EU, 스마트폰 탈착형 배터리 의무화…삼성·애플, ‘일체형 디자인’ 바꾸나”, CEO스코어데일리, 2023.06.22, https://www.ceoscoredaily.com/page/view
2) 박혜원, “‘배터리 교체형’ 스마트폰 부활할까… EU ‘배터리법’ 움직임“, IT조선, 2023.07.18,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
[제조사의 부담]
1) 안서진, ”“일체형 말고 탈착형만”...삼성 스마트폰 긴장시키는 EU 배터리법”, 매일경제, 2023.06.22, https://www.mk.co.kr/news/business/10766631
2) 허정윤, “방수·디자인 어쩌나…EU 압박에 예전처럼 ‘탈부착 배터리’로 돌아갈까”, 메트로신문, 2023.07.16,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1) 이혁기,”스마트폰 배터리 다시 분리되면 벌어질 일”,더스쿠프,2023.07.02,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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