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ts Next? 한전 민영화 찾아올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변지원
[한전의 민영화?]
[자료 1.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 중인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출처 : 연합뉴스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KT와 포스코, 국영기업에서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해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을 7배나 성장시킨 이탈리아 Enel처럼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장이 전기 민영화로 해석할 수 있는 2024년 신년사를 하고 논란에 휩싸였다. 김 사장이 언급한 기업은 모두 민영화가 된 회사이다. 특히 이탈리아 Enel은 매출을 7배나 성장시키기는 하였으나 이탈리아의 전기 요금을 폭등시킨 주범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정부는 한전의 민영화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한 자구노력 이행을 독려할 방침’이라며 해당 논란을 해명했다. 신년사 논란에 대해서는 수그러들었지만 전력 산업의 우회적 민영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력계통 혁신대책]
2023년 12월 산자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담긴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력의 송배전 사업은 한전의 독점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계통 혁신대책에서는 이제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일정 부분을 민간에게 맡기는 등 민간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 2. 전력망 사업 개방 추진하는 정부]
출처 : 매일경제
민간이 개발 사업을 하더라도 소유권은 한전에 이전하도록 한다. 이는 민간 기업이 도로 등을 건설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시설 임대료 등을 받는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 시행에서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국무총리 산하 전력망확충위원회에 부여하여 민간사업자를 선별하도록 할 예정이다.
[송전선로 민간 개방의 원인]
정부에서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민간에게 개방한 이유는 크게 한전의 경영난과 시급한 전력망 구축으로 나눌 수 있다.
한전은 2023년 6월 말 기준 총부채가 200조 원대라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70억 원, 한 달 약 2,000억 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내는 것이다. 법정 한도로 인해 더 이상 한전채를 발행하여 ‘빛 돌려막기’를 하는 것도 어려운 위기 상황이다. 2023년 한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말 부채 비율이 1년 새 115%포인트가 늘어난 574%를 기록했다.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가 자본의 5배를 넘는다.
[자료 3. 한국전력 부채규모 추이]
출처 : 중앙일보
한전 부채는 2020년 말 132조 5,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계속해서 불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2022년은 한전의 원가 회수율이 64.2%로, 만약 전기를 10,000원에 샀다면 6,420원에 팔아 원가 회수조차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전의 경영난 속에서 수도권의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증가하면서 전력망 구축은 시급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2023년 100.8GW에서 2027년 110.4GW로 3년 만에 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처럼 전력 수요지와 생산지의 불일치가 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원 증가로 발생하는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요지와 생산지를 잇는 송전선로가 빠르게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송전선로를 빠르게 설립하는 것은 한전의 현재 재무 상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자료 4.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개요]
출처 : 연합뉴스
이를 위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표적 사업이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 즉 ‘서해안 HVDC(초고압 직류송전) 프로젝트’다.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1호 프로젝트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호남권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송전망을 만드는 사업이다.
[전기 민영화 아니다 VS 우회적 민영화]
이 혁신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과 우회적 민영화라는 지적으로 나뉜다.
우선 전기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모든 소유권이나 결정권은 한전에 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력계통 혁신대책은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더라도 소유권은 한전에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업 시행에서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국무총리 산하 전력망확충위원회에 부여하여 민간사업자를 선별하도록 할 것이기에 민영화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송·변전 설비 사업은 이전부터 민간 기업이 참여해 왔다”며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넘기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민영화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고 이번 혁신안을 통해 국민에 안정적인 송전망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도 한전의 민영화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민영화에 대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우회적 민영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존재한다. 민간 기업 자본이 한전의 독점 영역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결국 넓은 의미의 민영화이고 점진적 개방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전의 재정난을 핑계로 송·변전 설비 시범사업에 민간 참여 부분을 확대함으로써 사업비, 운영자금을 낮추겠다는 것인데 사업 종료 후 송·변전 설비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까지 민간 참여가 확대된다면 이게 민영화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혁신 대책에 대해 반문했다.
[전기 민영화, 왜 반대할까? ]
전기 민영화의 취지는 좋으나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전기 요금이 폭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금은 전기에너지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을 책정할 때 정부에 국가 상황에 맞추어 연동제 운영을 조절한다. 그래서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민간 기업들이 전력 시장 참여하게 된다면 이윤 창출이 우선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올리고 싶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에게 전기 가격을 더욱 과하게 전담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전기요금이 오르면 에너지 취약 계층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지정한 적 환경과 민영화 배경을 고려하며 전기 민영화를 추진한 국가들을 살펴보자. 1999년 전기 사업을 민영화한 영국의 경우, 석탄 발전을 퇴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에너지 안보에 큰 타격을 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많아야 MWh당 76.17파운드였던 영국의 전력 요금은 2021년 10월 247.36파운드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가격이 계속해 올라 최대 8~9배가 오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약 1년간 전체 2,800만 가구 중 30% 이상인 약 820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 상태를 겪었다.
또한 이탈리아의 경우 1999년 정부가 전력 시장을 자유화하며 공공 전력 기업이었던 Enel(에넬)의 부채 감축을 위해 민영화가 진행됐다. 에넬은 민영화 이후 큰 수익을 창출해 가며 실적을 올렸지만, 고통은 서민들에게로 돌아왔다. 2015년 초 MWh 당 40~50유로(국제에너지기구 IEA 집계 기준) 안팎이던 이탈리아 전기료는 2022년 630유로(8월 기준)를 넘어 7년 동안 약 12배에 올랐다. 결국 이탈리아는 현재 유럽 내에서 가장 전기료가 비싼 나라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자료 5. 전기요금 조정 절차]
출처 : TBS뉴스
전기 민영화의 핵심 원인은 한전의 재무 상태이다. 근본적인 한전 경영난 해소의 방안이 마련된다면 전력 산업을 민간에 개방할 이유가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기요금 결정 프로세스의 변화와 원활한 연동제 운용이다. 현재 전기 요금은 한국전력공사가 원가 등을 반영해 전기 요금을 산정하면 국가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와 결정한다. 하지만 사실상 전기 요금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다. ‘전기 요금 = 정치 요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거철에는 전기 요금을 내리거나 이후 전기 요금을 올리는 것과 같이 정치적 요인이 전기 요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력시장 구조의 형평성을 위해 규제를 담당하는 기구가 필요하고 정부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좋다만, 정치적 이유로 연동제가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아 한전의 적자를 키우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당장의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나중에 서민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에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한전의 경영난을 완화한 후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 민영화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시장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전력시장 개편, 전기 민영화만이 답이 아니야!", 17기 정예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91
2. "전력시장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 해외사례 중심으로", 17기 정예진, 18기 서현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17
참고문헌
[한전의 민영화?]
1) 송병훈, “정부-한전, "한전 민영화에 대해 어떠한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 에너지 데일리, 2024.01.04.,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281
2) 이슬기, ”[신년사] 김동철 한전사장 "원가 반영한 전기요금 정상화 이뤄낼 것””, 연합뉴스, 2024.01.02., https://www.yna.co.kr/view/AKR20240102074300003
[전력계통 핵신 대책]
1) 이새하, “정부 '電맥경화' 처방전…한전 독점 송전망 건설, 민간에 연다”, 매일경제, 2023.11.23.,https://www.mk.co.kr/news/economy/10882309
2) 강석영, ”경영위기 핑계, 노골화하는 ‘전력 민영화’”, 매일노동뉴스, 2023.11.30.,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544
[송전선로 민간 개방의 원인]
1) 정종훈, "한전 부채 사상 첫 200조 넘어섰다…하루에 내는 이자만 70억”, 중앙일보, 2023.08.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461#home
2) 김다은, ”한전이 민간에 송전망 사업을 개방하려는 이유”, 시사IN, 2023.12.20.,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772
3) 박영석, “[그래픽]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개요”, 연합뉴스,2023.12.04., https://www.yna.co.kr/view/GYH20231204001000044
[전력 민영화 아니다 VS 우회적 민영화]
1) 윤서연, ”정부 ‘전력계통 혁신대책’ 발표..."민영화 아니다" vs "우회적 민영화””, SR타임스, 2023.12.04., https://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46977
[전기 민영화, 왜 반대할까? ]
1) 유미지, ”영국, 전기요금 올려도 28곳 전력회사 파산…한국, 전력도매 상한제 통과되면?”, Impact on, 2022.06.22.,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4326
2) 김태성, “한전, 민영화 성공한 이탈리아 '에넬' 언급…“완전히 달라질 것””, 위키트리, 2024.01.03, https://www.wikitree.co.kr/articles/915680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1) 곽자연, ”[인싸_이드] 전기 요금 인상, 아무도 말하지 않은 '진실’”, TBS뉴스, 2023.06.02., https://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1&idx_800=3498083&seq_800=2049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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