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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반도체, 너 이것도 해결할 수 있어?

by R.E.F. 22기 박재욱 2024. 1. 31.

반도체, 너 이것도 해결할 수 있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재욱

 

[반도체 산업의 미래]

[자료 1. 테크인사이츠가 예측한 반도체 산업의 전망]

출처 : 디지털타임스

2023년은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해였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영업 이익이 매 분기 감소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15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대장간이라는 별명을 가진 TSMC 역시 영업 이익 그래프가 아래로 꺾이며 반도체 불황기를 몸소 증명했다. 21세기 산업을 주도하던 반도체가 휘청거린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설비 투자의 증가,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의 상황이 한 번에 겹친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인터뷰나 기사를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반도체 불황기’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반도체의 어두컴컴한 미래를 암시하는 문구는커녕, ‘반도체 불황의 끝이 보인다’거나,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경기 회복 청신호’ 등의 글귀가 눈에 띈다. 많은 전문가들과 기업들의 말처럼, 반도체 산업이 다시 반등할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그래프가 아래로 꺾일 동안에도, 환경오염의 그래프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혹은 천천히, 환경오염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반도체 산업이 부활하여 다시 활성화되면, 우리는 국내 기업의 영업 이익이 증가했다며 마냥 웃기만 할 수 있을까? 전례 없는 위기에도 희망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반도체 산업처럼, 환경문제도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되는 것일까? 반도체의 불황기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반도체와 관련된 최근의 환경문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대체불가 유해물 PFAS]

[자료 2. PFAS의 구조] 

출처 : American Water Works Association

PFAS는 과불화 화합물(Per-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의 줄임말로, 탄소(C)와 플루오린(F)이 결합한 유기물을 말한다. 플루오린은 전기음성도가 가장 높은 원소이기 때문에 C-F 결합은 굉장히 강하게 이루어지며, 그 때문에 PFAS는 엄청난 안정성을 자랑한다. 고온 및 열에 잘 견디는 것은 물론이고 물이나 기름이 스며드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 반도체, 배터리 공정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포장, 프라이팬 코팅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사용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PFAS의 강한 결합은 물질의 분해마저 어렵게 만들어, 이 유용한 발암물질은 환경에 축적되기 쉽다. 이로 인해 PFAS는 ‘불멸의 화학물질’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반도체 산업 내에서 PFAS는 냉각제(쿨런트), PR(포토레지스트) 등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물질이며, 국내에서도 약 53개의 기업에서 PFAS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3년 1월,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유럽 5개국은 3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PFAS의 잔류성을 우려하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제안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23년 12월 20일부터 규제 대상 화학물질에 PFAS를 포함하는 안을 발표하였으며, 제한의 강도는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의 국내 기업과 해외의 3M, 미쓰비시케미칼, 바스프 등의 기업들은 세제, 코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PFAS를 대체할 물질을 찾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거센 반대가 빗발치고 있다. PFAS의 제한은 곧 반도체 공급량의 급격한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다. 미국의 화학 기업 케무어스(Chemours)는 “PFAS가 없는 반도체 공정은 상상할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에서만큼은 PFAS의 대체 물질을 찾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PFAS의 완전한 금지에 관한 법안은 2025년 이후에나 발행될 것이며, 발행 후 5~10년간은 이런저런 예외를 두어 산업의 급격한 몰락을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에 관해 여러 기업 및 기관에서 예측을 내놓고 있는데, 그중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PFAS의 대체 물질을 찾고 산업에 실제로 적용할 때까지 최소 5년, 최대는 25년까지 소요될 것이라 밝혔다. 2006년부터 이미 PFAS의 대안을 준비 중이라 언급한 바 있는 TSMC, PFAS의 사용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 말한 애플, 2025년까지 PFAS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 못 박은 3M. 과연 이러한 노력이 매력적인 오염물질을 반도체 산업에서 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 먹는 반도체]

[자료 3.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2021년 물 사용량]

출처 :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제조 공정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분에서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물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것은 물론,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DI Water)는 반도체를 씻어내는 세정 공정, 웨이퍼나 금속을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이렇게 생명의 필수 조건인 물은 반도체 공정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필수 물질이다. 반도체 공정은 특히 물을 많이 소모하는 업계로 유명한데,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매년 작아짐에 따라 필요한 공업용수의 양은 증가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술의 발전에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료 3]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연간 물 사용량을 집계한 것인데, 1억 4,426만 9,000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괜히 ‘물 먹는 반도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님을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 라인 하나에서만 하루에 평균 1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위의 통계가 납득 가능하다. 반도체의 발전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루어질 경우, 2030년에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공업용수의 양은 지금의 2배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주기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물 사용 문제로 마찰을 빚어온 TSMC의 사례나, 독일에 사업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한 인텔이 수자원 확보를 우려하는 것을 보았을 때, 반도체 사업의 물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님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인지한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1월 30일, 환경부, 경기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과 정수 과정을 거친 후 방류되는 물을 초순수 제조에 사용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하루에 약 47만 4,000톤의 수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인데,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이 31만 톤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많은 양이다. 이외에도 ‘워터 프리 스크러버’라고 하는 냉각수 재활용 장비를 발명한 SK하이닉스와 물 사용량을 10% 감축하며 가뭄에 대비하는 TSMC 등, 아프리카 국가들 못지않게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물 부족 문제는 치명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아지는 반도체, 짙어지는 대기 속 탄소]

[자료 4.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탄소 배출량의 관계]

출처 : KBS뉴스

[자료 4]는 2019~2021년, 반도체의 ‘호황기’라고 불리던 시기의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탄소 배출량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추이가 상당히 비슷한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에 갖은 노력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다고 발표했는데, 마침 반도체 불황기가 닥치며 영업이익도 함께 감소했다. 우연의 일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고 수요가 증가하면, 당연히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은 바쁘게 움직이며 웨이퍼 위에 그림을 그려댈 수밖에 없다. 즉, 여러 번의 공정이 빠르게 진행되며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만약 반도체가 지금의 가뭄을 이겨내고 다시 기존의 위상을 회복한다면, 탄소 배출량 역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의하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일제히 탄소 배출량을 7년 아래 64% 감축해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이행한다 해도 2030년 탄소 배출량은 안정권에 비해 2.8배 많은 양으로 계산된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의 탄소 배출량이 2019년의 절반이 되어야 하는데, 기업들의 탄소중립 로드맵은 이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위험들을 기업들이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2023년 10월 25일 개최된 ‘반도체산업 탄소중립 글로벌 동향과 대응전략 컨퍼런스’에서 현재 반도체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국내 총배출량의 5%를 차지한다는 점을 비롯하여, 반도체 산업의 소비 단계보다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훨씬 많다는 점, 인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적다는 점 등을 짚어내었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 내에서 탄소 배출량과 관련된 데이터의 수집이 부족하고, 데이터 간의 일관성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를 올바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의 수집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창욱 MD 파트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 및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하루가 무섭게 발달하고 있는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제시했다.

 

[반도체와 지구의 공존]

[자료 5.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와 SK Hynix]

출처 : 뉴스투데이

반도체 산업이 난기류에 흔들리며 험난한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인류의 가장 똑똑한 발명품인 반도체는 결국 다시 산업 속에 자리 잡아 그 위상을 떨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 세계에 드리워진 환경오염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어떤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까? PFAS와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전부 다른 물질로 대체하게 될까? 공정 전체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하게 될까? 저전력 고효율 소자가 발명되어, 또 한 번 혁신을 일으키게 될까? 무엇이든지 하나라도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이제껏 인류가 쌓아 올리고 조각해 온 전자 기술 문명은 환경의 거대함 앞에 힘없이 무릎 꿇게 될 것이다.


반도체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좀비 화학물질, PFAS에 대해 아시나요?", 21기 곽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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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1세기 만능열쇠 반도체, 환경문제는?", 22기 박재욱, 22기 이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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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대체불가 유해물 PFAS]

1) 장경윤, " 쿨런트 대체재 찾아나선 반도체 업계..."일부 제품 벌써 동났다"", THEELEC, 2023.04.19,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20736

2) 장경윤, ""PFAS 해결 25년 걸릴 수도"…삼성·TSMC 컨소시엄의 경고", ZDNET KOREA, 2023.08.23, https://zdnet.co.kr/view/?no=20230823123707

3) 황민규, "美, ‘영원한 화학물질’ PFAS 규제에 반도체 기업들 반발… 삼성전자에도 잠재적 리스크", 조선비즈, 2023.03.27,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3/03/27/MV4L5SCKQBCABKGYOR5UKMF4GU/

[물 먹는 반도체]

1) 김민지, " 반도체 만드는데 물을 이렇게 많이 써? 삼성이 ‘수달’까지 내세운 이유 [김민지의 칩만사!]", 해럴드경제, 2023.04.03,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30403000713

2) 남혜정, 송충현, "‘물 부족’ 해결나선 기업… 삼성 “하루 47만t 재활용”", 동아일보, 2022.12.01.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21130/116782033/1

3) 최인준, "가뭄에 용수마저 거덜… 속타는 전세계 반도체 ‘물부족’ 우리도 안간힘", 조선일보, 2023.08.23,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08/23/2E3ZCCADR5CEVOTGKWQLOSQTMA/

[작아지는 반도체, 짙어지는 대기 속 탄소]

1) 김지현, "2030년 반도체 온실가스 배출량 8600만톤, 허용치의 2.8배", 뉴스펭귄, 2023.04.20,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32

2) 송준호, "반도체 산업, 탄소중립 어떻게 이루나…탄녹위 컨퍼런스 개최", 임팩트온, 2023.10.26,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0162

3) 이관우, "반도체社 탄소중립 ‘비상’…7년내 온실가스 64% 줄여야", NGO저널, 2023.04.20, https://www.ngo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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