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정수장을 리모델링한 서서울호수공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이제는 나들이도 친환경으로]
[자료 1.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출처 : timeout
나들이란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을 의미한다. 주변을 산책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감을 개선하는 것도 나들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과 집 주변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나들이에 포함된다. 우리는 주변 공원이나 하천에 가면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며 힐링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다녀오기도 하고,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건물에 들어가면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일회용품을 덜 쓰고 탄소 배출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며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시·공간적 제약이 큰 여행보다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나들이를 더 많이 다닌다. 그렇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나들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를 ‘녹색 나들이’ 시리즈 기사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서울과 부천을 잇는 서서울호수공원, 폐정수장을 공원화하다]
[자료 2. 정수장을 리모델링한 서서울호수공원]
출처 : ©23기 김태현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을 재구성한 친환경 공원으로, 1959년 김포정수장으로부터 시작된다. 1979년 김포정수장은 서울특별시가 인수해 명칭을 신월정수장으로 바꿨다. 이후 2003년, 신월정수장은 ‘서울시 정수장 정비 계획’에 의해 가동이 중단됐다. 2006년에는 서남권의 대표 테마 조성을 위해 이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2009년 10월 현재의 서서울호수공원이 개장됐다.
[자료 3. 수도관을 재활용한 자전거 보관대와 조명시설]
출처 : ©23기 김태현
서서울호수공원 정문 입구를 통과할 때부터 옛 정수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동그란 철관으로 된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은 이곳의 위치를 알리는 것으로, 철관 위에 ‘서서울호수공원’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여기에 쓰인 철관은 정수장의 시설물로 쓰이던 철관 기둥이다. 또 하나 눈에 들어 것은 자전거 보관대로, 과거 정수장의 녹슨 수도관에 구멍을 뚫어 자전거 보관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밤이 되면 공원을 밝게 비출 일부 조명시설도 정수장 시절 쓰이던 수도관을 사용해 만들었다. 수도관으로 만든 자전거 보관대와 조명시설은 녹이 많이 슬었으나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지나가는 이에게 거부감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이 같은 자전거 보관대와 조명시설은 공원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김포가압장을 리모델링한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
[자료 4. 서울문화교육센터 양천의 모습]
출처 : ©23기 김태현
입구 주변에는 또 다른 폐시설을 리모델링한 건물인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시설은 기존의 김포가압장을 리모델링해 건설됐다. 2003년 폐쇄된 김포가압장은 계속 방치돼오다 2014년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통해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2016년 10월 8일 마침내 개관하며 아이들의 예술 교육 공간이 됐다.
[자료 5.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가압장 수조-이 공간에서 찍은 사진은 센터의 허가가 필요해 실제로 담당자의 허가를 받고 사용했습니다]
출처 : ©23기 김태현
이 건물 외에도 과거 김포가압장 시절 수돗물이 담겨 있던 대형 수조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선 공놀이를 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수조에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수조의 깊은 깊이 덕에 공놀이하던 아이들은 밖으로 튀어나간 공을 주워오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이처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버려진 시설을 이용해 아이들의 학습 및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앙호수를 올라가며 만나는 열린풀밭과 재생정원]
[자료 6. 상수관을 재활용해 만든 조형물]
출처 : ©23기 김태현
입구에서 호수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열린풀밭'과 '재생정원'이 나온다. 열린풀밭은 과거 정수장 내 관사였던 곳을 넓은 잔디광장으로 탈바꿈한 장소이다. 이곳에는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잔디 한가운데 놓인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은 신월정수장 시절 사용된 상수관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녹슨 상수관 여러 개를 배치했을 뿐인데 예술 작품으로 보이고 호숫가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까지 한다.
[자료 7. 수도관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정원의 의자]
출처 : ©23기 김태현
정수장에서 쓰이던 수도관은 재생정원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 수도관에 앉아서 쉬며 담소를 나누는 노부부의 모습, 수도관을 신기해하며 위에 올라가던 어린이의 모습, 혼자 운동하는 사람이 이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 버려질 것만 같던 수도관은 사람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했고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 수도관에는 노란색 반투명 판을 덧붙여 심미적 가치를 더했다. 이 외에도 재생정원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서울호수공원의 중심인 중앙호수]
[자료 8. 정수장 내 호수를 보존한 중앙호수]
출처 : ©23기 김태현
열린풀밭과 재생정원을 거쳐 올라온 후 열린마당을 지나면 중앙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옛 신월정수장에는 약 1만9000㎡에 달하는 크기의 호수가 있었는데, 이것이 리모델링 당시 보존된 결과가 중앙호수인 것이다. 중앙호수에는 여러 물고기와 수생식물이 살고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또한, 호수에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감지해 물을 트는 '소리분수' 41개가 설치돼 있다. 이 분수는 80db 이상의 소리를 감지하면 작동되며, 5월부터 10월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에 한해 작동된다. 소리분수는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자료 9. 이전에 쓰던 기둥을 그대로 사용한 방문자센터 2층 옥상정원]
출처 : ©23기 김태현
이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방문자센터(관리사무소)를 볼 수 있다. 분실물 습득 등 특수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관계자 외 출입이 제한되지만, 2층 옥상정원으로 가는 곳은 개방되어 있다. 서서울호수공원 방문자센터는 정수장 시절에도 쓰이던 건물인데, 당시의 기둥이 옥상정원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 기둥은 주변 등나무 및 담쟁이덩굴과 조화를 이루어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해 준다.
[침전조를 재활용한 몬드리안 정원]
[자료 10. 침전조의 일부를 이용해 만든 몬드리안 정원]
출처 : ©23기 김태현
옥상정원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기둥을 그대로 사용한 곳이 있다. 바로 방문자센터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몬드리안 정원이다. 몬드리안 정원은 과거 정수장 침전조의 일부를 수직과 수평의 선을 교차해 만든 여러 사각형 안에 기본 색상을 채워 넣는 몬드리안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쓰이던 벽과 기둥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렇게 조성된 계단과 통로는 사진의 명소가 됐다. 지나가는 노부부부터 휴일을 맞아 나온 아빠와 딸, 젊은 연인까지, 버려질 뻔한 재료는 다양한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료 11. 과거 쓰이던 수조를 재활용한 몬드리안 정원]
출처 : ©23기 김태현
또한, 몬드리안 정원은 침전조 내부의 수조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물이 담겼던 수조에 흙을 덮고 식물을 심은 것이다. 수조의 색이 화분의 색과 비슷해 멀리서 보면 초대형 화분을 깔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몬드리안 정원 내 산책로에서도 이 같은 수조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 12. 침전조 구조를 바꾸지 않고 만들어진 몬드리안 책방]
출처 : ©23기 김태현
몬드리안 정원은 과거 침전조의 구조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원의 한쪽에선 역시 과거 침전조 구조에 맞추어 지어진 몬드리안 책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방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책방 주위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도 있었다. 이처럼 몬드리안 정원에선 옛 정수장 침전조의 흔적이 느껴지는 여러 친환경적 요소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능골산을 둘러 가는 산자락숲길이 나온다. 이 길은 과거 정수장 내 쓰레기장이었던 곳을 복원해 만든 것이다. 또한 공원 내에는 곳곳에 벤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들 역시 수도관으로 만들어졌으며, 수도관을 깎은 후 사람들이 앉을 부분에 새 나무를 붙여 제작됐다.
[폐건물 복원과 버려지는 물건 및 재료 재활용의 필요성]
지금까지 폐정수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서서울호수공원을 둘러봤다. 침전조를 변형해 만든 몬드리안 정원부터 자전거 보관대나 의자 등 작은 것들에까지 정수장에서 쓰이던 재료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서울호수공원은 과거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시설이었지만, 이때 쓰이던 것 중 일부를 재활용하면서도 오늘날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강서구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자료 13. 폐건축자재로 고통받는 인근 주민]
출처 : 매일신문
지금도 많은 곳에서 여러 건축 재료나 기존에 쓰이던 물건들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는데, 이들은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심지어 폐건축자재가 버려진 야적장에선 자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한다고 여겨지는 서울마저 폐건물이 수십 채가 넘는다. 폐건물들은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하면서 공간을 차지할 뿐이고 여기서 나오는 쓰레기 문제는 사람들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서서울호수공원이라는 성공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폐건물과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야 하는 시점이다. 서서울호수공원의 사례가 더 널리 알려져 버려지는 폐건물의 물건이나 건축 자재가 줄어들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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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활용 사랑 대한민국, 폐기물 관리 열등생!", 24기 서채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307
2. "먹을 수 있는 비닐의 등장", 21기 김수현, 박도현, 23기 안윤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112
참고문헌
[폐건물 복원과 버려지는 물건 및 재료 재활용의 필요성]
1) 김종광, "제주시 노형동 폐건축 자재 야적장서 화재", 제주일보, 2020.10.15,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3267
2) 채원영, "대구 서구 한 빌라에 6년째 폐건축자재 방치…주민 피해 호소", 매일신문, 2019.05.14, https://www.imaeil.com/page/view/201905141638016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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