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가 바꿀 미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이동주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
2024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해였다면, 2025년은 ‘세계 양자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되면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차세대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5년은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아직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하우투 긱(How-To Geek)’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암호화, 인공지능,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해독에 수십억 년이 걸리는 암호도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단 몇 초 만에 풀 수 있다. 이는 금융 데이터, 메시지 기록, 이메일 등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급등한 암호화폐 역시 양자컴퓨터 등장으로 보안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응해 ‘양자 내성 암호’(Quantum-Resistant Encryption)와 같은 새로운 암호화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료 1. 양자컴퓨터]
출처 : 조선경제
[중첩과 얽힘, 양자컴퓨터의 비밀]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컴퓨터는 이진법(0과 1)을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이는 모든 정보를 0과 1의 두 가지 상태로 구분해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이라는 양자역학의 독특한 원리를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첩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기반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는 관측되기 전까지 확률적으로 존재 가능한 모든 위치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전자를 관측하는 순간, 전자는 특정 위치로 고정되며 다른 위치에 존재할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한다. 이 과정을 파동함수의 붕괴(Wave Function Collapse)라고 부르며, 이는 양자 입자가 확률적으로 여러 상태에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을 통해 단일 상태로 결정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자가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중첩된 상태라고 한다. 관측이 이루어지면 그 전자는 특정 위치에만 존재하게 되고, 다른 위치에 있을 확률은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중첩의 원리를 활용하면 양자컴퓨터는 한 번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연산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또 다른 핵심 원리는 얽힘(entanglement)이다.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양자 입자들이 서로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며, 두 입자의 상태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얽힌 두 입자 중 하나의 상태를 확인하면 즉시 다른 입자의 상태도 알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얽힘 현상이 거리에 상관없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두 입자가 서로 우주의 반대편에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를 관측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얽힘 현상을 통해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문제를 더욱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 Quantum Bit)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비트(Bit)가 0 또는 1 중에서 하나의 상태만을 가질 수 있는 반면,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상태가 가능하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기존 컴퓨터에서 2비트는 00, 01, 10, 11의 4가지 상태를 순차적으로 계산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4가지 상태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자료 2. 비트와 큐비트]
출처 : brunchstory
큐비트 수가 n개일 경우, 양자컴퓨터는 2의 n제곱만큼의 상태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연산 처리 속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한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양자컴퓨터와 기후변화예측]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금융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지만, 특히 오늘날 직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양자컴퓨터와 그 기술이 인류가 기후변화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예측 모델은 매우 복잡한 방정식을 포함하며, 장기적인 예측값을 산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정교한 수십 년 후의 기후 시나리오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점점 더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재 50년, 100년, 200년 후 장기적인 미래 예측값은 '수치예보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슈퍼컴퓨터에 구동시켜 시간 적분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예측값은 인간의 판단과 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산된 결과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즉, 기후변화 예측은 복잡하며 최적의 대응을 위해 정확한 미래 예측값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정확한 예측값은 구할 수 없는 건가? 정확한 예측값을 구할 수 있지만 슈퍼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를 조밀하게 만들어야 하며 이는 전기 사용량의 증가, 부대 시설의 증가로 이어진다. 물론, 연산장치가 CPU 체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GPU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상·기후 수치예보 모델 자체가 GPU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지 않아 GPU 체계로 변환이 어렵다. 그리고 GPU 운용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전기용량 문제로, GPU로의 전환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확한 기후 변화 예측값을 구하기 위한 대안은 양자컴퓨터가 유일하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기후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정확한 모델링을 구축해 기후변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되고 기후 변화 연구와 재난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기후 예측 모델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유럽연합(EU)도 양자 기술을 기후 연구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상청도 차세대 슈퍼컴퓨터 교체 연구 사업을 통해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 3. 양자컴퓨터 칩 윌로우]
출처 : 인공지능신문
[기후 예측 외 활용성]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구개발(R&D), 전력망 관리,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혁신은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지구적 난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 연구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탈탄소화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를 대체할 신소재 발견에 양자컴퓨터가 활용된 사례가 있으며, 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2년이 걸릴 연구를 2주 만에 완료하고 리튬 사용량을 최대 70% 줄일 수 있는 대체 소재를 개발했다. 이처럼 양자컴퓨터는 재료 과학과 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탈탄소화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전력망 관리와 에너지 효율화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로 인해 생산량이 변동하기 때문에 실시간 전력망 조정이 필수적이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의 특성을 활용해 전력망 내 수많은 변수를 동시에 계산하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여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기상 조건을 보다 정확히 예측해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변동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제공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AI 기술과 결합해 양자 AI(Quantum AI)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 수 있다. 양자 AI는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기후모델 개발과 지구 시스템 모델링에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복잡한 기후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정밀한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재난 예측과 자원 관리 최적화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양자컴퓨터는 탄소포집(Carbon Capture) 기술에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거나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시뮬레이션하여 포집 재료와 공정을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며,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하는 데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개발 시간 단축, 전력망 관리 효율화, 인공지능 발전, 탄소포집 기술 개선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기술 시대]
양자컴퓨터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오류 발생률이 높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기존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터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자컴퓨팅에 적합한 알고리즘 개발도 필수적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CES 2025에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까지 2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했으며,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약 5,000대의 양자컴퓨터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4. ces 2025 ]
출처 : 인공지능신문
양자컴퓨터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인류는 양자컴퓨터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기술과 기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인공지능, 에너지 효율화의 미래를 이끈다", 25기 윤영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626
2. "양자점 태양전지에도 이용된다고?", 21기 김채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72
참고문헌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
1) 김지연, "2025년, AI 가고 양자컴퓨팅 온다"...기후 대응서 탈탄소 소재·전력망 혁신 등 기대 높아, greenium, 2025.01.03, https://greenium.kr/news/60454/
2) 이태준, "양자 컴퓨팅이 바꿀 세상 3가지 혁신", 글로벌 이코노믹, 2024.12.27,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4/12/202412271048505681e250e8e188_1
3) 조성호, "수퍼컴보다 30조배 빠른, 세상을 뒤흔들 양자컴이 온다", 조선경제, 2025.01.11,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5/01/09/NCONJ4HWNNFU3BV4SG643EJZNA/
[중첩과 얽힘, 양자컴퓨터의 비밀]
1) 고려대학교 IT 경영학회 ITS,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앞으로 미칠 거대한 영향", 2023.05.15, https://brunch.co.kr/@b047a588c11b462/57
2) aws re:lnvent,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입니까?", aws re:lnvent, 2024.12.6, https://aws.amazon.com/ko/what-is/quantum-computing/
3) qubit, "양자 중첩과 얽힘", qubit, https://qubit.donghwi.dev/basic/2
[양자컴퓨터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1) 유희동, "양자컴퓨터가 기후변화 대책 ···기후 위기에서 국민 생명·재산 보호하고 산업 부가가치 높일것", 문화일보 오피니언, 2024.11.28, https://munhwa.com/news/view.html?no=2024112801039921012001
2) 이상일, "기상청, 양자컴퓨터 도입 검토 나서···차세대 슈퍼컴퓨터 교체 연구용역 사업 발주", 디지털데일리, 2024.03.21, https://m.ddaily.co.kr/page/view/2024032109233155609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
1) 신승진, "MS, AI 이용해 2주만에 전(全)고체 배터리 신소재 발견", 테크튜브 2024.01.22,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2
2) 유지한, "LG·포스코·현대차 ···양자컴에 기업도 사활", 조선 경제, 2024.11.06,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11/06/OTUJ3TPULNFCTAMX644MGETXPY/
3) 최지원, "전기 먹는 하마, 양자기술로 해결", 동아일보, 2024.04.19,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418/124551988/1
[앞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기술 시대]
1) 유지희, "젠슨 황 한마디에 주가 '급락'···양자컴 대표 입 열었다, 한국경제, 2025.01.09,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1095905g
2) 최은수, ""20년 뒤" 젠슨 황 한마디에 요동치는 양자주 ···7년내 1000 큐비트 개발 나선 韓, 뉴시스, 2025.01.10,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109_000302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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