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은 환경에 진심일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24기 이지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환경정책을 시작하다
[자료 1. 런던 스모그]
출처: techholic
유럽은 산업혁명으로 경제적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룸과 동시에 런던 스모그, 로마의 대기오염, 독일의 라인강 오염 등의 환경오염을 겪었다. 이러한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은 대기질 지침, 화학물질 등록, 평가, 허가에 관한 지침, 환경 영향 평가 지침 등의 환경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 중⋅후반 여러 연구자들은 이러한 산업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대기를 떠다니며,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등장하다
[자료 2. 교토메커니즘]
출처: 국회전자도서관
이에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지만,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5년 베를린 위임사항(Berlin Mandate)을 채택하며, 선진국의 감축을 강제할 법적 구속력을 확보했고, 1997년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일본 교토)에서 교토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선진국의 감축 수단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ystem)를 도입했다. 그리고 선진국이 다수 포진해있는 유럽은 200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를 도입해, 지금까지 약 20년 간 운영하고 있다.
[자료 3. 유럽 그린 딜의 8대 정책과제, 5대 전략]
출처: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오늘날까지 유럽은 지속적으로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탄소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탄소 배출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U는 유럽 경제 부흥을 위한 종합계획으로 ‘European Green Deal(‘19.12)’을 발표하며, 8대 정책과제와 지속가능성 주류화 5대 전략을 제시했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확대하고, 기후법 제정, 탄소가격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을 명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지속가능한 정책일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 시행에 따른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해,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을 가진다. 그리고 EU-ETS 적용을 받는 생산자와 외국 생산자 사이의 경쟁의 장을 평준화해 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고자 한다. ‘조정’이라는 단어는 수출국 내의 탄소 규제 비용을 고려한 조정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붙게 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자발적 도입이 어려우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강제적으로 도입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쓰고 있는 현 시대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깊은 내면에 ‘환경 보호’가 아닌 ‘자국 우선주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특히 이는 곧 국가 간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임스 바커스 전 WTO 상소기구위원은 CBAM이 *GATT 제1조, 제2조, 제3조, 제20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부터 GATT의 각 조항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위반사항을 살펴보자.
* GATT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으로,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과 물자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1947년 제네바에서 23개국이 참여한 국제 무역협정이다. WTO는 GATT보다 강력한 무역 기구로 이해된다.
제1조 일반적 최혜국 대우
1. 수입 또는 수출에 대해 그리고 수입 또는 수출과 관련해 부과되거나 또는 수입 또는 수출에 대한 지불의 국제적 이전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 및 모든 종류의 과징금에 관해, 그리고 이러한 관세 및 과징금의 부과방법에 관해, 그리고 수입과 수출에 관련한 모든 규칙 및 절차에 관해, 그리고 제3조 제2항과 제4항에 기재된 모든 사항에 관해, 체약국이 타국의 원산품 또는 타국에 적송되는 산품에 대해 허여하는 이익, 특전, 특권 또는 면제는 모든 다른 체약국 영역의 동종 원산품 또는 이러한 영역에 적송되는 동종 산품에 대해 즉시 그리고 무조건 부여돼야 한다.
즉, 모든 체약국은 다른 체약국에서 수입된 동일 상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혜국대우란 무역에서 모두를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ETS에 참여하고 있거나 연계된 배출거래제를 운영하는 국가를 제외한 모든 비(非) EU 국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GATT 제1조 ‘최혜국 대우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
제2조 양허표
1. (a) 각 체약국은 다른 체약국의 통상에 대하여 본 협정에 부속된 해당 양허표의 해당부에 규정된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
즉, 각 체약국은 양허한 관세율의 한도를 초과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없으며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바커스는 합의된 관세 이외 추가 수입비용을 부과하는 것도 GATT 제2조 ‘양허스케줄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3조 내국과세 및 규칙에 관한 내국민대우
1. 체약국은 내국세, 기타 내국과징금과 산품의 국내판매, 판매를 위한 제공, 구매, 수송, 분배 또는 사용에 영향을 주는 법률, 규칙 및 요건, 그리고 특정한 수량 또는 비율의 산품의 혼합, 가공 또는 사용을 요구하는 내국의 수량적 규칙은 국내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산품 또는 국내산품에 대해 적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2. 다른 체약국의 영역 내에 수입된 체약국 영역의 산품에 대하여는 동종의 내국산품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부과되는 내국세 또는 기타 모든 종류의 내국과징금을 초과하는 내국세 또는 기타 모든 종류의 내국과징금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부과하여서는 아니된다. 또한, 체약국은 본 조 제1항에 규정된 원칙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내국세 또는 기타 내국과징금을 수입산품 또는 국내산품에 부과해서는 아니된다.
즉, 수입품은 자국 상품과 동일한 세금 및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도입됨에도 불구하고 EU 내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이 10년 동안 유지됨에 따라 GATT 제3조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제20조 일반적 예외
본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체약국이 다음의 조치를 채택하거나 실시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아니된다. 다만, 그러한 조치를 동일한 조건하에 있는 국가 간에 임의적이며 불공평한 차별의 수단 또는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위장된 제한을 과하는 방법으로 적용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
(b)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g) 유한 천연자원의 보존에 관한 조치, 다만 동 조치가 국내의 생산 또는 소비에 대한 제한과 관련하여 유효한 경우에 한한다.
즉, 제20조에 명시된 예외적인 경우 중 환경보호조치에 대하여 EU가 증명한다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규정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U의 설명과 달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목적이 △환경보호목적 및 △탄소누출의 방지가 아닌, ‘탄소누출 방지를 통한 EU 산업보호’ 및 ‘EU 경제회복’이라고 분석한다.
2.1 회원국은 기술규정과 관련해 어떤 회원국의 영토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이 자기나라 원산의 동종 상품 및 그 밖의 국가를 원산지로 하는 동종 상품보다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아니하도록 보장한다.
2.2 회원국은 국제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초래할 목적으로 또는 그러한 효과를 갖도록 기술규정을 준비, 채택 또는 적용하지 아니할 것을 보장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기술규정은 비준수에 의해 야기될 위험을 고려해, 정당한 목적수행에 필요한 이상으로 무역을 규제하지 아니해야 한다. 이러한 정당한 목적은 특히 국가안보상 요건, 기만적 관행의 방지, 인간의 건강 또는 안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 또는 환경의 보호이다. 이러한 위험평가 시 고려할 관련 요소는 특히 이용가능한 과학적 및 기술적 정보, 관련처리기술 또는 상품의 의도된 최종 용도이다.
뿐만 아니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WTO TBT 협정의 제2.1조와 제2.2조를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존하기 위한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 하에 국가 간 무역 불평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일방적으로 부추겨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의 주범이었던 선진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또다시 개발도상국에 화살을 돌리는 것과 다름 없다. 미국에서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유사하게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CCA)이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청정경쟁법(CCA)은 1)최빈 개도국을 대상에서 면제한다는 점과 2)수익의 75%는 산업의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 자금 지원, 25%는 최빈국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점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미국의 최빈국에 대한 투자 자금 지원으로, 본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EU가 각각 패권주의, 협력과 다문화의 아이콘인 것이 역설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라는 분야는 단순히 탄소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이 과거 탄소배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개도국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국가 및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과연 EU의 환경 정책들은 항상 정의로웠을까?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CBAM...탄소국경조정제!", 22기 류나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48
2. "What's your ETS?", 22기 김혜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42
참고문헌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등장하다
1) 어광선, "신기후체제 하의 국제탄소시장에 통용 가능한 배출권 잠재성 분석에 관한 연구 : 파리협정 제6조 기반한 교토메커니즘의 JI를 중심으로", 2019.02, https://dl.nanet.go.kr/SearchDetailView.do?cn=KDMT1201912435
2) 정훈, "(발표자료)EU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동향과 대응 방안", 2022.11.02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지속가능한 정책일까
1) 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통하는 세상 통상, "커피 전쟁으로 살펴본 ‘최혜국대우’ 원칙", https://www.kita.net/board/tradeNews/euTradeNewsDetail.do?no=1814632&ContentsID=KI_cmercNews_02_1814632&query=CBAM%20WTO
2) 박효민, "EU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의 WTO TBT 협정 합치성-환경, 기술, 그리고 TBT협정 간 관계 모색 -", 법제, 696, 221-252, 2022.04
3) 유정호, "(관세청 YES FTA 전문교육 발표자료)탄소국경세 도입의 영향과 대응방안’
4)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KBA Europe 제공, KITA 한국무역협회, "前 WTO 상소기구위원,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 WTO 협정 위반 소지 높아", 2021.09.14., https://www.kita.net/board/tradeNews/euTradeNewsDetail.do?no=1814632&ContentsID=KI_cmercNews_02_1814632&query=CBAM%20WTO
5) KITA 한국무역협회, "씽크탱크 전문가들, “CBAM이 보호무역 조치 아니라면, 수익금으로 개도국 탈탄소화 지원해야”", 2023.12.11., https://me2.do/F6lumFBq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존하기 위한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
1) 정훈,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도입 확정, 기후통상 시대의 대응 전략", 국회미래연구원 Futures Brief 23-08호, 2023.06.19
2) 채예빈, "UN도 주목하는 기후금융...환경 문제 해결에 돈이 몰린다[이달의 ESG]", ChosunMedia 더나은 미래, 2024.09.30, https://www.futurechosun.com/archives/10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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