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까?
15기 배수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식당, 카페, 아파트 등 장소를 불문하고,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플라스틱부터 유리, 캔, 비닐,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등 거의 모든 종류를 분리수거 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한 달을 미국(필라델피아, 뉴욕)에서 생활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국은 선진국이고 지구 환경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므로 일상생활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들이 베어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예일대학교와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미국은 재활용 가능한 물건 중 약 22%만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인구의 5%를 넘게 차지하는 미국이 재활용은 커녕,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직접 겪어보고 관찰한 미국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고, 이는 실망과 분노로 다가왔다.
미국에서 생활해본 결과,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이나 음식점은 플라스틱, 종이, 음식물까지 모든 쓰레기를 하나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모든 쓰레기를 하나의 쓰레기통 안에 버리는 생활이 몸은 편했지만 충격적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환경을 전공하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평소에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더욱 그랬다.
[사진 1, 2. 모든 쓰레기를 하나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생활]
출처 : 본인
미국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점원이 기본적으로 한번에 두 겹의 비닐에 물건들을 담아준다. 물건을 많이 구매한 경우에는 두 겹의 큰 비닐봉지를 서너 개 들고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마트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런 일상의 반복이 ‘대한민국 국민들만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것인가?’, ‘국가 면적이 제 109위인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일까?’ 라는 생각을 불러왔다.
[사진 3, 4. 두 겹의 비닐에 물건을 담아주는 미국 마트]
출처 : 본인
그렇다면 미국이 분리수거에 소홀한 이유는 무엇이며,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까?
미국의 재활용 참여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재활용보다 매립, 소각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도시(혹은 주) 별로 재활용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할 경우 원자재를 가지고 새 캔을 만드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율은 95%, 온실가스 배출량은 90%나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400억개의 알루미늄 캔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고 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재활용 제품을 활용해 생산비용 절감 및 환경 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국민들의 낮은 재활용 참여율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재활용 폐기물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정책을 포기하고 매립이나 소각으로 전환하는 도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의 최대 처리 국가였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재활용 쓰레기 반입을 중단하면서 재활용 비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주의가 스며들어 있는 미국 사회는 자연스럽게 재활용보다 값싼 매립과 소각을 선택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는 미국 전역에 걸쳐 수백개의 지자체들이 지난해부터 재활용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수거물품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쓰레기 재활용 모범도시로 꼽히던 필라델피아 마저 인구 150만명 중 절반 가량의 주민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 기자가 필라델피아에서 지내며 봐 온 광경들의 이유가 되는 부분이다.
소수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의 문제인 만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의 환경 정책과 시민의 의식 또한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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