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잘막고, 기후변화는 못막는 한국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7기 오희린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 19 혁신, 대한민국>
최근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방식이 더해져 다른 나라들에게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올바른 표본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외신에서는 한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대응태도가 훌륭했다고 연이어 보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주요 확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검사를 확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드라이브-쓰루’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하루 최대 검사 능력 약 2만건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검사로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는 방식에 감탄하였으며, 미국 민주당의 캐럴린 멀로니 의원은 심지어 “나는 정말 한국에 가서 50개에 이르는 드라이브 스루에서 검사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BBC는 한국인들의 유별난 ‘빨리빨리 유전자’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빨리빨리 유전자’란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을 희화화한 것이지만 이번 세계적인 비상사태에서의 빠른 대처에 있어서는 최상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기여도 최하위 국가, 대한민국>
하지만 한국이 전 세계의 극찬에 취해 있는 지금, 논점을 바꿔보려 한다.
‘기후변화’를 알고 있는가?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남극의 빙산이 ‘점점’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표현이 ‘점점’ 인 것 뿐이지 생태계 파괴와 인류 멸종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기후변화는 아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재난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빨리빨리 유전자’는 이 재난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12월,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성적이 국제 기후변화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에서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전체 61위 중 58위로, 지난해 57위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또 보고서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저감 노력에 대해서도 "매우 미흡(very low)"하다고 혹평하고, 최근 한국에서 재생에너지가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평가 관련, 이는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데다 2030년 중장기 목표도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2℃ 목표 달성에 부족하다고 평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눈앞의 코로나19는 기가 막히게 잘 막은 한국, 왜 기후변화에는 둔감한 모습을 보일까?
코로나19 대응을 기후변화 대응에 접목시켜야 하는 이유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국민의 자발적인 자세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코로나19 와 기후변화의 유사성>
스털링대학교(University of Stirling) 행동과학 석사 과정의 David Comerford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만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위기는 아니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David Comerford는 기후 위기가 구조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 위기는 둘 다 현재 악화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에 전염된 각 환자들은 한 명 이상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 따라서 감염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경향을 띈다.
기후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온난화 추세를 증폭시키는 프로세스인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가 시작되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s)가 넘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두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발적으로 집에서 격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번 코로나 혁신의 주역인 국민들의 힘을 다시 보여주자. 기후변화를 위한 작은 노력이 모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어떤 것도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해결 과정에서 코로나와 기후변화의 추가된 공통점을 찾자면, 모두 정부 당국에서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28개국의 정부에서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정부차원에서 좀 더 대대적인, 그리고 더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여러 공통점으로 봤을 때, 기후변화 기여도 최하위 국가인 대한민국이 기여도를 올릴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이번 코로나19 혁신의 대응 방법과 매우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행동을 바꾸기엔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 인식이 너무나도 낮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코로나19 가 무서워서 집을 못 나가고 택배, 배달음식으로만 생활하며 자율적인 격리를 하는 가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무서워서 에너지를 아끼는 집, 과연 몇이나 될까?
<코로나19 와 기후변화의 대중인식>
사실 국민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영향력이 너무 약해 행동에 변화가 없을 뿐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윤제용)은 지난해 10월 국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국민 환경 의식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26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전문 여론 조사기관에 의뢰해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해 표본을 선정하고, 응답자들이 웹 페이지에 들어가 설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1.8%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1.9%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란 대답이 25.1%였고,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3%에 그쳤다.
또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재단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긴급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일과 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4.6%(846명)가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이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조사결과이다.
그런데 왜 그들의 행동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는 매우 빠르게 고조되는 위협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명하다.
현재의 상황이 충격적인 일로 느껴지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매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직접적인 결과물들이 새로운 증거가 되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현재 닥친 위험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기후 변화의 위협은 수십 년 동안 걸치어 제기돼 왔고, 확실한 증거는 점진적으로 천천히 축적돼 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중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비슷한 불안감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인간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이 기후에 영향을 미칠 배출물을 발생시켰지만, 어떤 특정한 사건을 기후 변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당장 눈앞의 일이 아니라, 본인과 상관없을 수도 있는 미래에 마주할 막연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나라가 당연히 대처가 늦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는 기후위기에 비해 설명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방침이 운영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방침을 더 지지하게 된다.
COVID-19가 어떻게 퍼지는지(감염자를 통해)와 그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감염된 사람들을 격리하는 방법)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심적 모형(mental model)’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정반대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난방을 많이 사용하고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통근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실증적인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쉽진 않다. 따라서 우리는 감염자와 격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과 달리 기후 변화에 대응책은 피부로 와닿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이 가져야 할 자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국민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사실 질문의 해답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물 아끼기, 전기아끼기, 분리수거 잘하기 등 그저 실천을 안 했을 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교과서적인 사례처럼, 전 국민의 행동이 바뀌고, 국가의 적극적인 대응 체제가 합해진다면, 대한민국은 기후변화 기여도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지식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언급하자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예를 들면 그린뉴딜이나 신재생에너지법)들을 살펴본 뒤, 올바른 정책의 정당을 고르는 것 또한 도움이 되겠다.
또한 위에서 말한 직관적인 심적 모형(mental model)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있다. 적절한 비유를 통해 대중들의 행동과 탄소배출, 기후변화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일반인들도 그 위험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코로나19처럼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는 면역력이 강한 성인에게는 무증상 혹은 금방 회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다시금 코로나19의 무서움을 느끼곤 한다. 기후변화도 현재 지구 어딘가에서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가 갑자기 우리에게 무섭게 다가올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라는 속담을 명심하자.
국민의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문헌
[코로나 19 혁신, 대한민국]
1. 조유라 “외신들 “한국, 코로나 대응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동아일보, 2020.03.13,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13/100141066/1
[기후변화 기여도 최하위 국가, 대한민국]
1. 남효선 “한국 기후변화 대응 성적, 여전히 세계 최하위 머물러”, 뉴스핌,2019.12.15,
http://m.newspim.com/news/view/20191215000111
[코로나19 와 기후변화의 유사성]
1. 함예솔 “韓 의코로나 대응, 기후변화에도 적용돼야?”, 이웃집과학자, 2020.03.16,
http://www.astronomer.rocks/news/articleView.html?idxno=88748
[코로나19 와 기후변화의 대중인식]
1. 강찬수 “우리 국민 91% "기후변화 심각", 89% "에너지 고효율 제품 고려"”, 중앙일보,2020.03.26,
https://news.joins.com/article/23739823
2. 최우리 “10명 중 8명 “코로나-기후변화 관련 있어”“, 한겨레뉴스,2020.04.08,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36125.html#csidxb26a404c2fde09b88cfe685e91cc89b
3. 함예솔 “韓 의코로나 대응, 기후변화에도 적용돼야?”, 이웃집과학자, 2020.03.16,
http://www.astronomer.rocks/news/articleView.html?idxno=88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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