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
15기 김혜림
화석연료의 고갈과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오늘날, 전 세계가 앞으로 100여 년 이상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매장량의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셰일’이다. 이 기사에서는 셰일 자원이 주목받게 된 이유와 전 세계 개발 동향 및 셰일 자원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ㅣ셰일 혁명의 주인공 셰일 가스, 셰일 오일
셰일 자원은 셰일(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에서 추출한 천연 가스와 석유로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을 지칭한다. 자원은 분포 지층과 채굴 방식에 따라 전통자원과 비전통자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셰일 자원은 비전통자원 중 한 종류이다.
전통자원은 기존에 우리가 쉽게 생산하던 석유, 가스 자원을 말한다. 이는 지하 깊숙이 매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직으로 시추관을 뚫어 바로 시추할 수 있어 비교적 추출이 쉽고 개발비용이 낮아 일찍 상용화단계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비전통자원은 전통자원 보다 더 깊은 곳인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 채굴 방식이 아닌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등의 새로운 기술 개발로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을 말한다.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있으며 전통자원보다 매장량이 더 많지만 지질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정교한 채굴기술이 필요하고 많은 투자비용이 요구되어 적극적인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비전통자원의 포함되는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그동안 개발과 생산이 미미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미국의 석유공급업체 ‘Mitchell Energy & Development’ 등이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결과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상용화되면서 2010년 미국의 개발 가속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셰일 자원 개발에 동참하게 된다. 이를 ‘셰일 혁명’이라 한다.
ㅣ고유가와 에너지안보의 문제의 대안으로 부상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고유가와 에너지안보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요한 문제로 등장하였다. 고유가를 통해 OPEC의 시장지배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석유뿐만 아니라 가스의 공급안보에 대한 중요성 역시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는데, 셰일 혁명을 일으킨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셰일 자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풍부한 매장량
[자료1. 국가별 셰일자원 부존량]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중동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만 생산되는 원유, 천연가스와는 달리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다양한 지역에 고르게 매장되어있다. 전 세계(46개국)의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매장량은 각각 3,350억 배럴, 207조 입방미터로 상위 10개국에 77% 이상 분포되어 있다. 셰일 오일의 경우 하루에 200만배럴을 생산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465년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셰일자원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셰일 가스 4,200억 입방미터, 셰일 오일 18억 배럴이 생산되었다.
[자료 2. 미국의 셰일가스, 셰일오일 생산실적]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 채굴기술 발전으로 높은 경제성 확보
[자료 3. 셰일자원 생산기술]
출처 : 동아사이언스
셰일층에서 가스와 오일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1800년대였다. 그러나 전통자원과는 달리 지하 2~4㎞의 딱딱한 암반 안에 있고 이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 부족과 경제성 문제로 인해 그동안 채굴이 이뤄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채굴업자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에 의해 개발된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은 그동안 채산성이 낮아 방치되었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해나기 시작했다. 이는 물, 모래, 세라믹으로 이루어진 화합물을 고압(500~1,000기압)으로 셰일층에 분사하여 지층에 균열을 만든 후 매장된 셰일가스를 채집하는 기술이다. 이후 더 많은 양의 셰일가스를 채굴하기 위해서 셰일층을 따라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가스와 기름이 있는 지층에 시추관을 수평으로 삽입)를 하여 수압파쇄 공법을 할 수 있는 접촉면을 늘려나갔다. 이 두 기술의 결합과 함께 채굴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셰일 가스의 채산성을 높여나갔고 셰일 오일의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이로써 미국 셰일 개발 사업은 2010년~2014년 동안 GDP $4,340억 증가, 일자리 270만개 창출, 세수 $1,110억을 증가시키며 경제성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또 에너지자원 수출국들을 제외한 아시아, 유럽, 일본, 중남미 등에도 약 0.2~0.4%의 GDP 증가에 기여하게 된다.
· 세계원유 수급 및 가격 안정화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은 원유값 덕분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석유가격을 쥐고 흔들며 호황을 맞았었다. 그러나 셰일 오일의 등장으로 유가가 50달러 미만까지 급락하며 불황이 시작된다.
셰일 개발은 배럴당 유가가 50~70달러는 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었다. 실제로 OPEC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원유 생산량을 늘려 셰일 개발을 견제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 셰일오일 시추공 수는 최고점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되었지만, 유가가 40달러 정도여도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셰일 개발 기술이 향상하면서 생산량은 최고점 때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 되었다. 이렇듯 셰일 오일은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및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30달러 밑까지 무너지는 저유가시대에서 앞으로 셰일 오일 생산 손익분기점의 행방이 중요해졌다. 향후 국제유가 수준이 셰일 오일 생산량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ㅣ미국만 혜택을 보고 있는 이유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있고 시추기술도 발달하고 있는데 왜 생산되는 대부분의 셰일 자원은 미국산일까? 심지어 매장량은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은데 말이다.
미국이 셰일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셰일 개발 사업에 유리한 기술적, 경제적, 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장기간 축적된 석유개발 기술력, ▲풍부한 자금력, ▲정부 세제 혜택, ▲땅 주인(Land owner)에 대한 광물권 인정,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경쟁력, ▲셰일 개발에 필수적인 물 자원 접근성, ▲저인구 밀도지역의 개발 용이성 등이 성공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셰일 자원 매장량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수자원 부족, 복잡한 지층구조, 광물권 인정 등의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풍부한 매장량과 정부의 개발의지 등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인프라를 확보하여 셰일 자원의 개발과 이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미국이 압도적인 셰일 자원 생산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ㅣ셰일 개발확대와 나타나는 그림자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 혁명은 전 세계 에너지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셰일 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셰일자원 활용을 위해 기술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비전통원유의 생산량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IoT의 도입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조업의 최적화가 진행되고 있다. (셰일 2.0시대)
[자료 4. 미국, 중국, 캐나다, 러시아의 셰일자원 개발 전망]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유럽은 러시아 및 아프리카 가스에 의존한 체질 개선을 위해 셰일 가스 개발에 관심은 높으나 환경 오염 등 개발 리스크에 따라 국가별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경우 셰일가스 매장량이 유럽 최대로 추정되며(187tcf) 인구 밀도가 낮고 환경 문제에 대한 저항이 낮아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따라서 개발 시 현재 70%에 달하는 러시아 가스 의존도 하락이 기대된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은 엄격한 환경규제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같은 대규모 셰일가스 보유국들은 자국의 에너지자립과 경제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셰일 개발을 확대할 예정이고, 기존의 에너지자원 수출국인 러시아와 중동 등은 전통자원 공급국 영향력 약화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 유지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040년 기준 전 세계 셰일 가스는 1조1,180억㎥, 셰일 오일은 33억 배럴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5. 전 세계 셰일가스, 셰일오일 생산 전망]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앞서 각 국의 개발 계획에 대해 알아보며 언급했듯이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셰일가스에는 메탄가스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누출되는 경우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채굴과정에서 지층에 균열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화학물질이 지하수면으로 흘러들어가서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도 높다. 또한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법이 지반을 약화시켜 지진 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심각한 토지 훼손을 발생시킨다.
이에 2012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Golden Rules for a Golden Age of Gas’에서는 셰일 자원 개발의 성패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환경문제의 극복’을 주장하였다. 더불어 공급자와 개발지역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환경문제를 고려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써 셰일 자원의 개발비용은 환경비용의 추가로 인해 그 규모에 따라 상승할 것으로 보며 환경규제가 강화될 경우 개발 확대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2016년 중반 이후 유가 상승, 셰일오일 생산량의 증가와 함께 서비스 비용도 상승하기 시작하며 투자축소가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최근 인적・물적 자원 부족으로 향후 셰일 개발 확대에도 필요한 자원이 충분히 공급될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ㅣ새로운 에너지원으로써 앞으로가 더 기대될 셰일자원
기존 전통에너지원의 대체 에너지원으로써 부상하며 미국을 세계 1위 군사력, 세계 1위 금융시장에 이어 세계 에너지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준 셰일 자원. 이미 많은 국가에서 미국을 따라 개발을 시작하고 있는 만큼 셰일 자원은 에너지시장에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환경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대체 에너지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의 도약을 위해선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가 전통 에너지원의 고갈과 안보에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자원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SKinno News, "셰일오일(Shale Oil) 알아보기", 2018.12.13, https://skinnonews.com/archives/45433
2) CMRI, 화학경제연구원 블로그, "[공정교육 2] 석유화학 산업 원료_비전통가스", 2015.8.19, https://blog.naver.com/cmri1991/220455596987
3) 강영운, "[경제신문은 내친구] 셰일오일이 뭐죠 ?", 매일경제, 2017.06.21,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7/06/416484/
4) 김현민, "[셰일혁명①] 미국, 에너지패권도 장악", 아틀라스, 2019.05.07,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
5) 외교통상부, "국제 에너지자원 동향", P. 1-4, 2012.06.28
6) 신윤성, "셰일가스가 에너지시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KIET 산업경제, P. 1-6, 2013.01
7) JOGMEC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기구), " 미국 셰일오일 공급전망과 현황 분석", P. 15-17, 2017. 11.22
8) 정준환, 신힘철, “미국 셰일오일 개발현황 및 전망".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P. 1-7
9) 한국에너지공단, “셰일혁명을 통해 바라본 셰일자원의 현황과 전망".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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