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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무심코 쏘아 올린 불꽃에 고통받는 야생동물들

by R.E.F. 23기 차승연 2023. 10. 31.

무심코 쏘아 올린 불꽃에 고통받는 야생동물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차승연

 

<세계 불꽃 축제와 세계 철새의 날>

10월 7일 여의도에서 세계 불꽃 축제가 열렸다. 이날 불꽃축제가 열린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은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황조롱이 등 다양한 철새가 매년 찾는 월동지다. 그리고 불꽃 축제 일주일 후인 10월 14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었다. 철새의 날은 철새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2006년 유엔(UN)이 매년 5월, 10월 둘째 주 토요일로 지정하였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정도 철새들이 한강 공원 인근에 도래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가 불꽃 축제 시기와 맞물리면서 빛과 소음으로 인해 새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자료 1.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 불꽃 축제]

출처 : 동아일보

 

<불꽃축제가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

[자료 2. 새해맞이 불꽃놀이 후 기차역 인근 거리에서 발견된 새 사체들]

출처 : 명대신문

2022년 1월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한 이후 기차역 인근 길거리에서 새 사체 수백구가 발견됐다. 새들이 한꺼번에 죽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제 동물보호단체(OIPA)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폭죽 소리와 불꽃에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올라 유리창 등에 충돌하거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발견된 새 사체의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북유럽부터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까지 오가는 유럽 찌르레기로 알려졌다.

불꽃 축제가 새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 연구는 아직 없지만, 2020년 체코 자연 보호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새, 맹금류, 까마귀 등은 불꽃놀이의 음향 및 시각에 모두 반응하며 특히 폭발 당시 음향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은 폭발 당시의 압력파를 감지해 심박수 증가, 불안, 탈출 반응 등을 보였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2008년~2010년 3년간 새해 전야 불꽃놀이에 새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잠잠하던 새들도 폭죽이 발사되면 500미터 상공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새들이 공포에 질려 어둠 속에 솟구치면 방향 감각을 잃고 자동차, 건물, 나무 심지어 서로에게 부딪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선 4~5월에 기독교 축제가 진행되는데, 이때 소모되는 5,000kg 상당의 폭죽으로 인해 축제 개최지 인근의 집참새 번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반면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가 취소된 당시에는 다른 지역의 집참새들과 번식 성공률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독립기념일에 진행된 불꽃놀이로 인해 브랜트 가마우지의 군락이 감소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바다사자, 물개, 해달이 굉음과 섬광을 피해 물속으로 달아났으며,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는 해달만이 해안가로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된다. 칠레에서는 새해 불꽃놀이와 남아메리카 바다사자의 번식기가 겹쳤는데, 그 여파로 바다사자 대다수가 구애 행동을 멈춘 채 주위를 경계했다. 이후 바다사자들은 번식지를 떠났고, 약 24시간 후에 평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다.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 2018년부터 불꽃놀이 물품 판매를 중지하고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새를 보호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관한 법률(ESA) 9조는 특정 야생 동물 종을 괴롭히거나, 해치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미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해안에서 번식기의 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해 4월 1일부터 모든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불꽃놀이 등을 금지한다.

 

<야생동물 보전 지역 인근에서 진행되는 불꽃 축제, 동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 줄 수 있어>

[자료 3. 여의도 공원 인근 생태 경관 보전 지역 밤섬]

출처 : 영등포구청

이번에 서울 세계 불꽃 축제가 진행된 여의도 공원 인근에는 밤섬이 존재한다. 람사르 습지이기도 한 밤섬은 서울시 생태 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밤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새매 등을 포함해 약 40종, 1만 마리의 새가 관찰된다. 또한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에도 붉은배새매 등 6종의 멸종 위기 야생동물과 원앙 등 9종의 천연기념물이 산다. 이렇듯 불꽃 축제 현장 인근은 빛과 소음에 민감한 다양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사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보전 지역이다. 하지만 불꽃 축제 등과 같은 대규모 축제가 야생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이로 인한 야생동물들의 대규모 피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불꽃 축제, 이제는 멈춰야 할 때>

이렇듯 야생동물에게 주는 피해는 물론 대기오염 등의 환경적 악영향을 미치는 불꽃 축제, 많은 사람이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꽃 축제 대신 드론 쇼나 레이저 쇼로 대체하여 최소한의 소음과 환경오염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야생동물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곳 인근에서는 큰 소음과 빛 공해를 유발하는 대규모 불꽃 축제를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쏘아 올린 아름다운 불꽃이 폭탄이 되어 동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불꽃축제,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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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세계 불꽃 축제와 세계 철새의 날]

1) 김지숙, "“이러다 다 죽어!”…3년만의 불꽃축제, 새들은 어땠을까요?", 한겨레, 2022.10.12,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1062274.html

[불꽃축제가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

1) 강한들, "‘세계 철새의 날’에 폭죽 10만 발, 한강의 새들은 괜찮았을까?", 2022.10.09,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178290?sid=102

2) 남예진 "야생동물 피해주는 '불꽃놀이' 중단해야", 2023.02.01, 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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