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잡아먹는 배터리 효율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박하연
[추위 타는 배터리]
날씨가 추워지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사람들처럼, 강추위 속에서는 배터리도 약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겨울, 애플 제품의 전원이 꺼져 먹통이 되는 벽돌 상태를 한 번쯤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애플에서는 아이폰 6s의 전원 꺼짐 현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하였다. 이는 추위로 인한 배터리의 방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밝혀졌다.
현재 전기차가 상용화된 만큼, 겨울철이 되면 전기차의 배터리 문제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주행 거리가 평소보다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도가 10도씩 내려갈 때마다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이 약 10% 정도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전기차는 충전소가 많지 않아, 주행 중에 예상보다 배터리가 빨리 감소하게 된다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 더욱 문제가 된다.
[자료 1. 평균온도에 따른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비교]
출처 : EV 라운지
위 자료는 실제 운행되었던 테슬라 전기차의 월별 주행 기록을 평균온도 순서로 정렬한 기록이다. 16.1도에서 101%의 효율을 보인 것과 달리 0.165도에서는 65.3%까지 배터리 효율이 떨어졌다. 즉, 기온이 떨어지면서 배터리 효율이 함께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비롯한 전기 제품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이 더욱 커지기 위해서는 기온이 낮아져도 배터리 효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기사를 통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종류별로 기온과 배터리 효율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뒤, 문제점의 개선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배터리 종류별로 기온 저하의 영향력 차이가 있을까?]
리튬 이온 배터리는 사용되는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크게 LCO, NCM, LFP 배터리로 나눌 수 있다. LCO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이용하며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전자제품용 배터리이다. NCM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이용하며 주로 전기차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리튬 인산철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최근 개발 및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전기차에 사용되고 있다.
1. LCO 배터리
아래 그림은 LCO 배터리의 주변 온도를 23℃에서 -10℃까지 점차 낮춰가면서 변화하는 방전 용량을 표시한 그림이다. 방전 주변 온도가 비교적 높은 경우에는 상온에서의 경우와 결괏값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저온에서 방전하는 경우는 전지전압이 저하되어, 방전용량도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시간 동안 700mA를 방전하는 경우를 각각 온도에 따라 상온과 비교해 보면, 0℃에서 약 85%, -10℃에서 약 75%의 방전용량이 확보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자료 2. LCO 배터리의 온도에 따른 방전 용량 곡선]
출처 : SONY 기술자료
2. NCM 배터리
아래 그래프는 NCM 배터리의 온도에 따른 방전 특성 곡선을 나타낸다. 보통의 NCM 배터리는 2.5V에서 4.2V 사이의 동작 전압 범위를 가지는데,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온도가 낮아질수록 방전 곡선이 점차 아래로 밀려난다. 아래 [배터리 효율이 감소하는 이유]에서 기온 저하로 인해 배터리 효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도가 낮아질 경우 일련의 이유로 인해 내부저항(IR)이 높아지고, 전압이 감소해 효율이 낮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위 그래프에 적용하여 식으로 표현하면 “단자 전압 = 기존 전압 – IR”으로 나타낼 수 있다. 또한, 그래프를 보면 상온의 25도에서는 상대 효율이 최대 100%인 반면, 영하 10도에서는 90% 초반, 영하 20도에서는 80% 중반까지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3. NCM 배터리의 온도에 따른 방전 특성 곡선]
출처 : Battery Engineer
3. LFP 배터리
LFP 배터리는 추위에 약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힐 만큼 다른 배터리 종류에 비해 기온 저하에 따른 효율 감소가 매우 크다. 아래 사진에서 (a)는 상온인 25도에서, (b)는 0도에서의 LFP 배터리의 충ㆍ방전 곡선을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온도가 낮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충ㆍ방전에서 방전용량에 따른 x값, Specific Capacity를 비교해 보면 25도일 때 115mAh/g, 0도일 때 75mAh/g로 약 40mAh/g 차이가 난다. 이러한 관측값은 온도가 25도 감소함에 따라 효율이 상대적으로 약 35% 감소했음을 나타낸다.
[자료 4. 온도에 따른 LFP 배터리의 충방전곡선 ]
[배터리 효율이 감소하는 이유]
그렇다면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의 효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튬 이온 배터리의 충ㆍ방전 메커니즘은 전해질 속 리튬 이온의 이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양극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돌아가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원리이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리튬 이온이 전해액에서 전극으로 이동하는 탈 용매화 과정에서 이온의 확산 및 이동속도가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열은 곧 에너지이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지면 어떤 물질이든 운동력이 떨어지는데, 배터리 속 리튬 이온의 운동력 역시 낮아진다. 즉, 외부 온도가 감소할 경우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이로 인해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 전지의 내부저항이 증가해 최종적으로 배터리 효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특히 LFP 배터리는 다른 배터리에 비해 추위에 더욱 취약하다고 밝혀졌는데, 이는 LFP 배터리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양극재의 구조에 따라 리튬이 배열되어 있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경로도 달라진다. 그림과 같이 층상구조를 가진 NCM 양극재는 a, b 두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반면, LFP 양극재는 b 방향만으로 이동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리튬이 이동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기본적인 디메리트 조건에 기온까지 낮아져 리튬 이온의 이동성이 더욱 감소하면, 기온 저하에 의한 이동성 감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서 배터리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자료 5. 양극재 구조에 따른 리튬 이온의 이동 가능 경로]
출처 : 공대생P의 나머지 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
먼저, 단순하게 외부 기온이 떨어져도 배터리 내 전해질의 온도는 감소하지 않도록 양극재에 물리적으로 코팅을 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2013년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양극재에 리튬 확산에 도움을 주는 탄소나노튜브 등의 소재를 코팅하면 -25도를 기준으로 코팅하지 않은 순수 LFP 배터리의 효율인 53.4%에 비해 18% 높은 71.4%의 효율을 보였다고 한다.
[자료 6. 탄소나노튜브가 코팅된 분리막 (유사사례)]
출처 : C&EN
두 번째로 2022년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진이 저온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용매 구조를 밝혀내면서 기온 감소에 의한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온도가 떨어지면 탈 용매화 과정에서 배터리 효율 감소 문제가 발생하기에, 탈 용매화 과정의 초기 구조인 리튬 이온 용매 구조를 파악한다면 저온에서의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리튬 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 이온이 전해액에 녹을 때 즉, 용매화될 때 리튬 이온과 주변의 음이온 혹은 용매 분자들이 이루는 구조를 말한다. 지금까지 리튬 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 이온을 중심으로 4개의 분자가 있는 4배위의 정사면체 구조를 갖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4배위의 정사면체 구조를 가진다면 전해액 온도가 낮아질 때 리튬 염의 이온화도 역시 감소해야 하는데, 실제 관찰 결과 이온화도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료 7.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구조]
출처 : IBS
이에 연구진은 상온(26.85℃, 300K)부터 영하 33.15℃(240K)까지 온도를 낮춰가면서 리튬 이온 용매 구조와 이온화 과정을 관찰했는데, 그 결과 리튬 이온 용매 구조가 용매 환경에 따라 3배위, 4배위, 5배위 등 다양한 구조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온도 저하 시 발생하는 리튬 이온 용매 구조를 분자 단위에서 바라볼 때 고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낸 구조의 다양성은 온도 저하에 따른 배터리 효율 감소 원인을 여러 관점으로 분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에 그치지 않고 전해액에 첨가제가 있는 상황에서 리튬 이온 용매 구조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발전해 나간다면 저온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앞으로의 겨울]
우리에게 주어진 겨울은 반복해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올 때마다 배터리 효율에 맞추어 히터 작동을 멈추고, 배터리 잔량을 쉴 새 없이 확인하며 전기차를 가동하고, 안전 문제가 걱정되어 떠는 모습은 과학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외부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설계 목적에 맞게 최대 효율로 작동하는 것이 성공적인 과학 기술의 조건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기온 저하로 인한 배터리 효율 감소 문제를 해결하여 계절과 관계없이 일관된 성능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언젠가 겨울에 효율을 잡아먹히지 않는 배터리가 개발되기를 바란다.
배터리 효율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전기자동차, 겨울 계절학기 결과는?", 19기 문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95
2. "[취재] 이차전지, 그것이 알고싶다!", 22기 류나연, 23기 김용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69
참고문헌
[추위 타는 배터리]
1) “강추위에 벽돌되는 아이폰 살리는 방법”, 2017.12.16., https://kingshandle.tistory.com/374
2) 김재형,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얼마나 줄어들까… 제네시스 5% vs 벤츠 37%↓”, 동아일보, 2024.01.06.,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105/122921496/1
3) “테슬라 메이트로 본 온도에 따른 배터리 효율 비교”, ev라운지, 2023.04.18., https://evlounge.donga.com/FOREV/List/3/0108/20230418/118890521/3
[배터리 종류별로 기온 저하의 영향력 차이가 있을까?]
1) 공대생P, 공대생P의 나머지공부, “겨울철 LFP 배터리 성능은 왜 안좋을까?”, 2023.11.21.,
https://sm10053.tistory.com/entry/lfp-low-temperature
2) 노마드공학자, Engineering insight, “리튬이온배터리 셀 - II (셀 전극설계)”, 2021.11.07., https://limitsinx.tistory.com/184
3) "저온 상태에서의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 Battery Engineer, 2023.08.15 https://battengineer.co.kr/%EC%A0%80%EC%98%A8-%EC%83%81%ED%83%9C%EC%97%90%EC%84%9C%EC%9D%98-%EB%B0%B0%ED%84%B0%EB%A6%AC-%EC%84%B1%EB%8A%A5-%EC%A0%80%ED%95%98-%EB%AC%B8%EC%A0%9C/
4) SONY 기술자료 번역본, " Li-Ion Battery 기술자료", http://ebook.pldworld.com/_eBook/Battery/2%EC%B0%A8%EC%A0%84%EC%A7%80/%EC%9E%90%EB%A3%8C_li_ion_battery_%EA%B8%B0%EC%88%A0%EC%9E%90%EB%A3%8C.pdf
[배터리 효율 감소 이유]
1) 공대생P, 공대생P의 나머지공부, “겨울철 LFP 배터리 성능은 왜 안좋을까?”, 2023.11.21.,
https://sm10053.tistory.com/entry/lfp-low-temperature
2) Battery LAB, “세상의 모든 배터리에 대한 궁금증 – 추운 날에는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나요?”, 배터리 인사이드, 2023.02.23.,
https://inside.lgensol.com/2023/02/%EC%84%B8%EC%83%81%EC%9D%98-%EB%AA%A8%EB%93%A0-%EB%B0%B0%ED%84%B0%EB%A6%AC%EC%97%90-%EB%8C%80%ED%95%9C-%EA%B6%81%EA%B8%88%EC%A6%9D-%EC%B6%94%EC%9A%B4-%EB%82%A0%EC%97%90%EB%8A%94-%EB%B0%B0/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
1) 이건오, “추운 날씨 취약한 배터리… 국내 연구진, 원인 규명 나서”, 인더스트리 뉴스, 2022.09.13.,
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0
2) 임지엽, IBS 기초과학연구원, “추운 날씨에 성능 줄어드는 배터리, 해결 실마리 찾았다”, 2023.11.28.,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01/selectBoardArticle.do?nttId=22400&pageIndex=1&searchCnd=&searchWrd
3) Katherine Bourzac, "Carbon Nanotube Coating Boosts Battery Performance", C&EN, 2014.06.04, https://cen.acs.org/articles/92/web/2014/06/Carbon-Nanotube-Coating-Boosts-Batte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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